임프리마투르
리타 모날디.프란체스코 소르티 지음, 최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앙꼬양(가명)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추리물을 빙자한 역사 서스펜스 드라마랄까요.

작품은 '코모' 주교라는 인물이 옛 제자였던 가톨릭 시성청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합니다. 코모 주교가 알고 지내던 두 남녀가 17세기 프랑스 사제의 서류 속에서 어느 회고록을 발견해 그것을 토대로 소설을 집필했는데, 자신이 결혼식까지 올려주었던 두 사람은 종적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소설의 내용이 진실이라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황 이노켄티우스 11세의 시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하고 말하는 편지지요. 작품은 이렇듯 편지와 함께 동봉된 소설을 제시하는 액자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뜬금없이 제 이야기입니다만.... 진냥은 이런 종류의 소설에 약합니다.

이때의 약하다는 좋아한다, 무서워한다의 의미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약합니다....

......그래요, 마이클 크라이튼의 [시체를 먹는 사람들]도 주석이 그럴싸하다는 이유로 실제 존재하는 여행기가 아닌가 하고 실컷 헛다리 짚었다구요-!!!!!!ㅠㅠ

이 작품도 혼자서 마구 헛다리 짚다가 앙꼬양에게 진위 여부를 물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받은 대답은 '당연히 뻥이심'이었지만.

으흑.... 속았어.... 농락당했어....


눈물을 닦고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작시면....

작품 속의 '회고록'이자 소설 '본문'은, 이탈리아 로마의 한 여관에서 시작됩니다. 한 노인이 원인불명의 죽음을 맞이하고, 관원에서는 그것을 페스트라고 단정짓고 여관을 격리조치하지요. 그리고 회고록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여관 사환은 카스트라토 출신의 사제와 함께 그 비밀을 파헤칩니다. 그러나 그 비밀이 감추고 있었던 것은 프랑스와, 교황청과, 그리고 서구 세계의 중심부가 오스만 투르크의 창칼에 위협받고 있는 일촉즉발의 국면의 핵심이며, 나아가- 생명의 신비였던 것입니다....

허술한 점이 없잖아 있지만('신비의 장벽'의 실체며, 도대체 손바닥만한 여관에 서구 유럽의 진실을 아는 사람이 꽉꽉 들어차있질 않나) 여러 모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교묘하게 꾸며진 무대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은 주인공의 신체적 조건이었습니다. 이게 마지막에야 뚜렷하게 서술된다고는 하나, 이토록 불완전한 주인공은 어느 소설이라도 드물 것입니다.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엔딩도 인상이 깊었습니다.

두께는 퍽 두껍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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