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의 탄생 -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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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글루에서 이오공감을 별로 챙겨보는 편은 아닙니다만, 역시 책 제목이 되니까 이야기가 달라지는군요... 더군다나 주제가 돈가스. 꽤 좋아합니다. 덧붙여 이 책을 읽고 나니 돈가스가 먹고 싶어져서, 친구들에게 권하여 아주 기름지고 맛있는 돈가스를 먹으러 갔습니다만... 돌아오는 길에 체했습니다. 아놔...

이 책은 돈가스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돈가스에 얽힌 일본의 근대 풍경을 비추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안 가는 일이지만 일본은 전근대 시절에 육식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사실은 [에도의 패스트푸드]를 읽던 때부터 알긴 했지만.... 고기를 약이라고 하고 먹는다든가, 부정을 탈까봐서 조상의 위패를 모신 제단을 종이로 가리고 마당 구석에서 몰래 먹었다든가, 이런 일화를 읽고 있노라니 참 재미있더군요.

그런데 근대가 되고 서양의 육식 풍습이 유입되었던 겁니다. 정확히는 유입되었다기보다 메이지 정부 차원에서 서민들에게 필사적으로 보급했지요. 거기에 따른 온갖 시행착오와 소동, 나아가 돈가스라는 일본식 양식이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을 재미있는 일화와 더불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금 반복되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돈가스 뿐만 아니라 일본식 빵인 단팥빵의 탄생 비화도 그려져 있습니다. 즉, 이 책을 읽으면 단팥빵도 먹고 싶어집니다...=ㅁ=/

이 책과 저녁식사는 돈까스, 추천입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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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커크의 섬
다이애나 수하미 지음, 조숙경.윤선아 옮김 / 동아일보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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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에서 아득하게 떨어진 곳에서 고립되어, 자신의 지혜와 기술을 총동원하여 생존에의 기반을 마련한다- 극지라는 테마에 이끌린 뒤로 이런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물론 [로빈슨 크루소]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마는, 아무래도 소설인 만큼 낭만성이 가미된 바가 크지요. 그래서 [로빈슨 크루소]에 영감을 제공하였다는, 실제로 4년 4개월간 무인도에 고립되어 있었던 알렉산더 셀커크의 이야기라는 제목을 보고 눈이 번뜩 해서 대출했습니다.

이 책은 셀커크가 탄 사략선이 출발하게 된 배경과 그 사건에 개입한 중요한 인물들을 조명하면서 시작합니다. 에스파냐가 신대륙을 개척하기 시작한 뒤로 신대륙의 엄청난 부가 에스파냐에 흘러들기 시작하자 각국에서는 질투의 쌍심지를 켭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군침을 흘렸던 것은 영국이었죠. 당대 영국에서 찬사를 받고 있던 프랜시스 드레이크도 결국 에스파냐의 선박을 약탈하는 '공인된 해적'이었지요. 이에 자극받았는지 많은 배가 사략선으로 꾸며져 신대륙으로 출발했고, 알렉산더 셀커크가 탔던 배도 바로 그런 종류의 배였습니다.

....여기에 로망도 뭣도 없다는 현실이 책 전반부에서는 자세하게 서술됩니다=ㅁ=/

오랜 항해에 의해 환경은 최악이고, 지휘자는 삽질하고, 습격을 해봤자 반격을 당하거나 별볼일없는 성과가 대부분이고.... 말이 좋아 대항해시대의 꽃인 사략선이지, 배 위에 나타난 지옥으로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그런 중 지휘급 인사와 트러블이 생겨서 배에서 쫓겨나 무인도에 버려지게 된 셀커크. 이 인물을 로빈슨 크루소와 동일시하면 배신당합니다=ㅅ= 로빈슨 크루소는 신앙이 있고 문명을 버리지 않았습니다만, 셀커크는 우선 범죄를 저지르고 배에 탄 인간일 뿐더러 문명의 껍데기를 깨끗이 벗어던지니까요. 거의 원시인 수준으로 살아가는 셀커크의 생활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염소는 그만둬...OTL(이 점에 대해서는 책을 읽고 충격받아주시길)

다행히 셀커크는 문명의 세계로 돌아옵니다만, 그 고립 생활이 그에게 결정적인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것은 금방 드러납니다. 문명 세계에 있건, 고립되어 대자연의 품에 있건... 거기에서 의미를 구하는 것은 결국 인간 자신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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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 탐정소설 속 음식이야기
한상진 지음, 황은영 그림 / CABOOKS(CA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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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과 진저브래드]처럼 문학 속 맛있는 음식을 탐구하는 책. 종종 엮어서 언급되기에 읽기로 했습니다. 덧붙여 저자분은 이글루스에서 무척 오래 활동하신 추리소설 전문 블로거셨습니다. .....이글루스가 없어진 지금도 건강하시기를.....ㅠㅠ

제가 아는 바, 추리(탐정) 소설 속 미식가라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네로 울프...!!! 렉스 스타우트가 탄생시킨 독특한 탐정으로 언젠가 포스트를 복구하면 아시게 되겠지만(게슴츠레) 100kg가 넘는 거한에 자기 소유 건물 밖으로 나가는 걸 지독스레 싫어합니다. 엄청난 미식가에 난초 애호가로 자신의 생활과 취미를 지탱하기 위해서라면 법과 윤리에 어긋나는 일도 태연스레 해버리는.... 그리고 그런 네로 울프를 갈구면서도 돕는 조수 아치 굿윈과의 캐미스트리가 유쾌하지요.

그 중에서도 [요리사가 너무 많다]라는 작품의 키포인트 요리 '소시스 미뉴이'!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에는 그냥 소시지 아님?ㅇㅅㅇ 하는 인상이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레시피를 보니 맛이 진해 군침 도는 요리가 탄생할 것 같습니다. 흑맥주가 잘 어울릴 거 같네요!ㅋ 덧붙여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요리는 렉스 스타우트 본인이 [네로 울프 요리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나요. ....전 시리즈와 함께 번역출간 희망합니다!!!

......진정하고... 이 책 자체로 이야기할 것 같으면 요리가 주요 소재인 탐정 소설을 소개하는 데에 이어 요리에 얽힌 에피소드, 비슷한 다른 작품, 있다면 요리 레시피까지 폭넓게 다룹니다. 작품 내에 레시피가 언급되지 않는 요리는 다른 서적이나 만화까지 인용하고 있어요. [맛의 달인] 등 다양한 서브컬쳐를 섭렵한 저자의 오타쿠력... 아니 지식이 돋보이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추리(탐정)소설 자체에 대한 저자의 해박함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순수 추리(탐정) 소설이라고 말할 만한 작품만 나오는 것은 아니나 그건 그것대로 대단합니다. 로열드 달이 [맛있는 흉기]라는 추리소설틱한 작품을 썼다니 전혀 몰랐어요....

이 책이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휘리릭 읽어버릴 수 없어요. 각 챕터를 읽으며 소개하는 작품이나 겉다리로 딸려 나오는 작품까지 모조리 검색해서 도서관 관심도서목록에 집어넣고 말아요!!!

[밀실대도감]은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작품이 많아서 가슴을 쳤는데, 이 책은 기본 정식 출간 도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읽고 싶은데도 못 읽을 염려가 없습니다.

......어... 개미지옥 같은 기분도 들지만서도....

무엇보다도 이렇게 많은 작품, 많은 요리를 소개함에도 추리 소설 추천에 있어 가장 큰 장야가 될 스포일러를 절묘하게 피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필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네요!

칵테일과 술 파트도 따로 두고 있어서 저같은 사람(테헷)도 즐거움을 더합니다. 바카디 151과 와일드 터키는 역시 하드보일드하네요~

타이틀 요리인 콘 비프 샌드위치는 대실 해밋의 작품 [몰타의 매]에서 나오는, 하드보일드라는 단어가 사람이 된 듯한 탐정 샘 스페이드가 한밤중에 먹은 야식이랍니다. 그러잖아도 짠 염장고기에 간 소시지 스프레드를 바른 데에다 브랜디를 넣은 커피를 곁들인다나요. ....건강이 훅 가는 메뉴입니다! 하긴 침대에서 편안히 죽을 각오따윈 저버려야 진정한 하드보일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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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대 전쟁사 박물관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9
존 워리 지음, 임웅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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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두께와 내용을 자랑하는 서양 고대 전쟁사를 다룬 책. 그 ㅎㄷㄷ한 두께에 반해서 빌려부럿스빈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굳이 붙게 된 것은 내용 중에 당시 사용되었던 무기, 투구, 기타 전쟁 장비를 채색 삽화와 함께 다루고 있어서.. 라고 생각합니다.

그밖에도 당대 전쟁 장면이라든가 그 진행상황이라든가 하는 것을 그림과 함께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정작 저는 전쟁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 없었다는 거...OTL

그것보다는 주요 전투나 전쟁이 발발하게 된 배경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직업병인가...=ㅁ=/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역사적 인물에 대해 대체로 객관적 입장을 취하고 있던 저자가

묘하게 카이사르를 이지메

'개인적인 원한'으로 해적들을 사냥했다거나, '잔인하게' 학살했다거나... 묘하게 악의를 담은 표현을 씁니다. 다른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서는 이런 태도가 별로 없기 때문에 카이사르한테 이러는 게 두드러집니다. 당신 카이사르 안티지?=ㅁ=/

카이사르 빠라고 명성이 자자한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와 대면시키면 어떤 장렬한 싸움이 벌어질지 궁금해지는군요=ㅁ=/

.....남의 싸움질 보고 싶어하게 되다니 저도 참 타락했스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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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 1
수잔나 클라크 지음, 이옥용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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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꺼운 두께에 새카만 표지가 인상 깊어서 상당히 오래전부터 노리고 있던 책입니다. 덧붙여 표지의 새 문양을 보고 "하아? 조나단 리빙스턴과 무슨 관계?"...라고 생각했던 것이 저만은 아닐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 싶습...니다.

맨 처음으로 주의해야 할 것은... 해리 포터의 오역=ㅅ=으로 악명이 높은 출판사에서 나온 만큼 오역이 장난 아닙니다. 우선 원제를 보자면 [Jonathan strange & Mr. Norrell]... Mr가 언제부터 마법사라는 의미였는지?=ㅅ= 이게 작품 중에서 별 의미 없는 내용이면 모르겠는데 제목에서 언급된 두 사람이 둘 다 마법사인 만큼 정말이지 치명적인 오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번역의 질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독자인 저조차도 단박에 피 토한 작품 중의 고유명사 마이클엔젤....미켈란젤로였습니다. 저부터가 번역자의 고충을 이해할 정도로 영어에 능통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렇게 누가 봐도 피를 뿜을 괴상한 번역으로 돈을 받아먹는군요(....)

번역의 질에 따라 학을 떼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제 경우는 그걸 뇌에서 다 뭉갤 수 있는 인간이므로 작품 소개로 넘어가서.

이 작품의 배경은 나폴레옹과 대치하던 시대의 영국. 그러나 마법사가 버젓이 활보하는 세계관입니다. 실제(일단, 작품 상에서) 영국에 마법이 현존한다는 설정을 가진 작품은 여럿 있지요. [다아시 경의 모험] 시리즈라든가 [해리포터] 시리즈라든가...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서는 이 작품에서 묘사된 마법의 불가지성, 요정 세계라는 불가해한 세계의 묘사가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비롭고, 아름답지만도 않고, 기괴하고,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

더군다나 마법의 역사를 가진 채 마법이 사라진 세계에서 마법을 부활시킬 예언의 소명을 가진 두 마법사-라고는 해도, 이 두 사람이 참... 주인공이라는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참 찌질하다고나 할까요.... 고집도 피우고, 어리석은 행동도 하고, 치졸하기도 한, 그야말로 보통의 평범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 중에는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칠더마스, 스티븐 블랙, 심지어 악역을 맡은 인물들까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지만, 결국 대미에 이르러 그들 하나하나의 행동이 대단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잘나빠진 주인공 한 사람의 뒤를 허덕거리면서 따라가는 것과는 다른 맛이 있다고나 할까요.이 작품 속에서 진정한 주인공이 있다면 바로 레이븐 킹. 중세 마법의 황금시대에 요정 세계와 저승과 영국의 세 나라를 통치한 위대한 마법사 왕입니다.

작품 중에서는 계속 언급되기만 할 뿐이고 단 한 번 실제로 행동할 따름이지만 그의 카리스마는 정말로 굉장해요. 작품을 다 읽고 나서도 그가 왜 예언을 안배한 것인지, 어째서 떠나버린 것인지, 결국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이쪽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전 기력이 없어서 무리지만 누가 팬픽 안 써주나....OTL

만약 작가가 키 크고, 검은 옷을 두르고, 까마귀 날개가 양쪽에 붙은 모자를 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낭만파 시인처럼 보이는, 세 나라를 통치했던 위대한 마법사 왕의 이야기를 써 준다면-

기꺼이 읽을 용의가 있습니다앗/ㅇㅁ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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