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힘찬문고 33
이경자 지음, 시모다 마사카츠 그림,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 200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리하고 장난기 가득한 조선의 아이 가즈짱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안다. 가난한 조선족은 외국인으로 지문날인을 받아야하고 술을 담글 수도 없고 학교에 다닐 필요도 없다. 못배우고 가난하여 입고 있는 옷도 남루하고 하는 일도 허접하다. 소녀는 그런것에 등을 돌리고 싶다. 일본인 친구가 자기 조선족 친구를 욕할때도 자신이 누군지 알까봐 가슴이 더 두근거린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친구를 외면하고 이웃을 외면하는 상황이 생기고 만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하는 행동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소녀는 때로는 언니보다는 잘하는게 없고 동생보다 귀여움을 덜 받는게 서러운 둘째 아이다. 하지만 용감하기도 하고 장난꾸러기기도 하여 친구인 스나짱과 말썽을 피우고는 혼자 내빼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며 친구와 조선말을 배우겠다는 약속을 하며 가즈짱은 그동안 외면했던 것들과 대면하고 이전의 자신과 바이바이를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이렇게 철부지 아이는 성장을 한다.

책속엔 조선 소녀의 이야기만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조선 어머니들의 편치 않은 삶이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 산다고 하여 민족의 관습이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를 못가져 후처를 들이고 마음의 병이 생긴 후미코 아주머니 이야기며, 홀로 고철을 주우며 자식을 키우는 아주머니...가즈코의 어머니도 딸만 셋을 나아 고모에게 무시받으며 가난한 살림을 꾸려나가는 모습들을 소녀는 보면서 자란다.

낯선 곳에서 외국인으로 어렵게 삶을 꾸려가는 이들의 모습이 앨범을 펼쳐놓은 듯 자연스럽게 가즈코가 스치는 사람들의 하루 속에서 흘러나오기에 저도 모르게 내일처럼 마음이 아파버렸다. 이 책의 미덕은 딱딱하니 얼어붙어서 볼 수도 있는 아픈 민족사를 옆집 사는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로 살려내어 들려준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