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0 소설 보다
강화길.서이제.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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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강화길의 「가원(佳園)」이 좋았다. 이야기의 전개과정도 흥미롭고 가장 역할의 외할머니와 백수라 할 수 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이전에 만났던 강화길의 소설에 비하면 부드럽고 유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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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에 대한 생각 -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가
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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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과 고찰이 흥미롭다. 최초의 인류와 음식에 관한 연구보고서로도 충분하다.식단광고, 다이어트, 배달음식, 간편요리, 일상을 파고드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삶에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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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자목련이었다. 사진을 좀 더 잘 찍을 걸 후회가 된다. 세상에 여름에 자목련이 꽃을 피우나? 이건 꽃이 아닌가. 혼란스럽고 반가웠다. 내가 모르는 자목련의 세계라고 할까. 여하튼 그랬다. 사실 봄이 지나면 자목련을 잊는다. 꽃이 필 때에 다시 바라본다. 자목련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지만 꽃 그 자체를 생각하는 건 봄이라는 계절뿐이다. 그러다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다가 화면 속 자목련을 담아둔 게 생각났다.



1회의 장면인데 나는 이 장면이 좋아서 자꾸 멈췄다가 돌려보기를 반복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이들이었다. 그 환한 웃음이 행복해 보였다.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여겨졌다. 방영 당시 계절이 봄이었구나 싶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역시 좋은 드라마다. 사랑, 죽음, 우정이라는 진부한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서 좋고, 서로의 상처에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분노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노년의 삶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엄마에게 노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이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 자식 흉을 보며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아픈 몸에 대해 한탄할 수 이를 곁에 두었다는 것, 정말 축복이다.






이렇게 느닷없는 자목련을 보고 즐거운 마음도 축복이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남부 지방에는 폭우로 피해가 많은 듯하다. 출근길, 마스트를 써야 하는 일상에 피로도는 커지겠지만 그래도 이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이 있으니 이 또한 기쁘다. 자귀나무가 한창인 날들, 그 한 귀퉁이에 자목련이 있다. 여름엔 자귀나무와 배롱나무인데 올해는 자목련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여름에 마주하는 봄이라고 할까. 드라마 때문에, 우연하게 만난 자목련 때문이다.

여름이니까 한 권쯤은 제목에 여름이 들어간 책을 만나야겠지.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 오랜만에 시집도 한 권 검색한다. 허연의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김하나의 『말하기를 말하기』. 그리고 정용준의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 도 궁금하다. 


읽고 있는 책은 아니 에르노의 『빈 옷장』인데 너무 솔직해서, 너무 신랄해서, 너무 거침이 없어서 놀라면서 읽고 있다. 아니 에르노의 글을 읽은 적이 있지만 이런 느낌을 받는 적이 있던가 싶다. 아니 에르노의 데뷔작이라는데,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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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7-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 오랜만이죠. 다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고 그저 잘 지내시길요.
아니 에르노의 책 담아갑니다. 여름에 만난 자목련 특이하고도 반갑네요. 계절이 따로 없는 것 같은 요즘.

자목련 2020-07-16 09: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깁니다.
아니 에르노의 책을 함께 읽는 7월의 날들이겠네요.
프레이야 님,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

stella.K 2020-07-1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자목련님 얘긴 줄 알았습니다.ㅋ
재작년까지만 해도 저희 집도 마당에 목련 나무가 있었죠.
흰색, 자색 둘 다. 그런데 무슨 공사를 하면서 베어버렸습니다.
공동주택 마당에 있는 거라 우리만 사는 것 같으면 결코 베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많이 아쉽더군요.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가 몇년도 작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3, 4년된 작품 아닌가요? 노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과연 재밌을까
싶었는데 확실히 노희경은 뭐가 달라도 다르더군요.
무엇보다 저는 오랜만에 노배우들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옛날에 정말 브라운관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배우들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잘 안 나와서 아쉬웠거든요.
그런 걸 보면 저도 나이 들었다 싶어요.ㅋㅋ

자목련 2020-07-16 09:36   좋아요 0 | URL
자리를 지키던 나무가 사라지면 무척 서운할 것 같아요. 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던 거라서요.
노희경 작가의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는 못 봤어요.
고현정과 조인성이 아닌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윤여정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주현, 신구 배우도 그렇고요.
<거짓말>부터 좋아했는데 점점 더 믿음이 가는 작가에요.
 
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만히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이다. 거기다 깊을 울림을 주는 글까지. 제목 그대로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고 그와 함께 보고 싶은 책이다. 단순한 그림책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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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배려는 상대를 힘들게 한다. 내 경우에 그렇다.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뭔가 나를 도우려는 손길이 있다. 때로는 고맙지만 때로는 불편한다. 어떤 행동이나 지원 같은 것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글이나 사진을 통해 무례하게 질문을 하거나 무작정 자신의 생각을 전이시키려 하는 이들 때문이다. 사람들은 쉽게 짐작하고 판단한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한다. 나도 과거엔 그랬다. 물론 지금도 그런 실수를 하지만 과거보다는 좀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류승연의 『배려의 말들』 을 읽으면서 여전히 나는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라는걸, 배려를 실천해야 한다는 걸 배운다.


배려가 무엇인지 알아야 잘 할 수 있다. 상황을 이해하고 타인을 생각하고 나 자신까지 살피고 나서야 적재적소에 맞는 배려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존중, 태도, 차별, 혐오, 평등, 배제와 같은 우리 삶은 단단하게 하는 가치를 민감하게 살필 줄 알아야 배려를 주고받고 나서도 서로 낯 뜨거워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10쪽)


내 편의대로 내 맘이 편하자고 상대에게 친절을 베푸는 경우, 상대 역시 그것을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사람의 관계에 있어 호감을 느끼고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건너뛰고 무작정 다가갈 때 상대는 주춤하기 마련이다. 배려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건 그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그가 원하는 게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았을 때 가능하다. 가령 물 한 잔을 마시는 경우에도 누군가는 반드시 빨대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무거운 컵이 아닌 가벼운 컵이 필요한 법이니까.


배려는 상대에게 관심을 갖는 마음이다. 관심을 갖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기도 하고, 위로를 건네는 마음이기도 하며, 일상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마음이기도 하다. (21쪽)


저자의 경우 배려에 대해 더욱 민감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신문기자였던 그녀가 결혼 후 쌍둥이를 낳았다.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면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했다. 장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 그 안에 배려는 없었다. 불쌍하게 여기거나 대놓고 나쁜 말들을 하는 사람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우리 사회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걸 일상에서 느낀 것이다. 성소수자들, 장애인, 노약자에 대해서 우리는 그들을 배려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한 적은 없을 것이다. 순간 부끄러우면서도 울컥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수술 후 재활을 하는 동안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떠올랐고 어쩌다 그랬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묻던 이들이 생각나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 역시 몇 차례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와 같은 상황의 이들에 대해 내 맘대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쉽게 추측하지도 말아야 한다. 때로는 기다려야 한다. 상대가 먼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할 때까지. 아픔과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꺼내기 힘든 것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배려는 그런 마음이 담겨 있는 말과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상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배려다. 사랑하는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우리는 이토록 인색해졌을까. 어쩌다 젊은이의 오만함을 나이 든 부모 앞에서 내세우게 되었을까. 지금 내 부모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일 텐데 말이다. (91쪽)


장애인의 이동권이나 화장실 사용만 봐도 그렇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데 우리 사회는 그것을 말로만 보장하고 있지 않은가. 기성세대와 노인들에 대한 시선도 다르지 않다. 그들의 형편이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고집스러운 이들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100세 시대를 사는 시대에 우리는 늙지 않을 거라 자신하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책을 통해 마주하니 사회 곳곳에 배려가 필요한 삶이 가득했다. 엉뚱한 곳을 긁어주는 게 아니라 가려운 곳을 직접 긁어주는 시원한 배려, 그 배려를 정작 모르고 사는 삶이었다.


괴로움과 나는 동의어가 아니고 슬픔과 나도 동의어가 아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를 더 배려 하게 된다. 놓아버리지 않는 것으로 내 삶을 배려한다. (47쪽)


장애 아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슬픔에 잠긴 저자가 아들과 자신을 분리하면서 비로소 배운 삶의 태도는 아름답다. 부모라는 입장에서 보면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1년에 한 번 자신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진정한 배려는 나를 챙기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모습.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 간에도 정말 필요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쉽게 내뱉는 말 중 하나가 배려다. 살아가면서 배려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김원영의 책이 자꾸만 떠올랐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의 현실을 낱낱이 보여준 그의 글에서 인권에 대해 무지한 우리의 모습이 보여 때때로 숨어들고 싶었다. 책을 읽을 때에만 반성하는 나의 모습 때문에도 그랬다. 읽으면서 분개하며 어느 순간 사그라드는 나의 마음 말이다. 그래도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이 책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대화의 장을 확장시킬 수 있으니까. 그동안 몰랐던 걸 책을 통해 조금 더 느끼고 배울 수 있으니까. 배려에 대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향해 나가는 사회는 정말 어려운 것일까.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면 된다. 때로는 그저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 때로는 조심스럽게 상대의 의향을 물어보는 일, 도움을 요청할 때 진심으로 도와주고 응원하는 일이 배려의 시작이다. 김원영의 말처럼 우리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우리는 존엄하고, 아름다우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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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0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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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1 16: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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