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바다가 파도의 일이라면』을 읽고 있다. 아마도 오늘 중으로 다 읽게 될 것이다. 그의 문장은 언제나 감탄을 불러온다. 아름다운 문장이라는 말이 아니다.(아니, 아름답다) 생활 연기의 달인이라는 말처럼 생활작 가의 달인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그러니까 그의 글을 읽다보면 심혈을 기울여 쓴 문장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 피부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는 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만 동백꽃이 보고 싶어졌다. 그 마음은, 여수를 떠올렸고 한강의 소설집을 펼치게 한다. 버스커 버스커가 여수 밤바다를 노래하지 않았더라도, 박람회가 그곳에서 열리지 않았더라도, 여수는, 오동도는, 동백꽃은 매력적이고 강렬하다.
김연수를 좋아한다. 소설 쓰는 김연수의 글을 좋아한다. 『바다가 파도의 일이라면』을 읽으면서 내가 특별히 더 사랑하는 『세계의 끝 여자친구』가 다시 읽고 싶어졌다. 한데, 그 책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큰 언니의 집으로 갔는지, 지인에게 빌려줬는지, 책장 구석에 숨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정리가 필요하다.
한강의 『여수의 사랑』은 문학과지성사에서 개정판으로 나왔다. 내가 소유한 책은 이 책이 아니다. 내가 소유한 책은 두 번째 표지의 책이다. 개정판의 표지(원고지와 한강의 조용한 눈빛의 이미지)가 좋아서 함께 소장하면 좋을 것 같다. 한강의 소설도 좋아한다. 스며드는 절망과 고통을 아는 작가라 생각한다. 한승원의 딸로 사는 일은 아마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개인적인 내 생각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녀의 책 중에는 『내 여자의 열매』를 특히 좋아한다.
해마다 동백꽃은 필 것이고 동백꽃을 볼 때마다 나는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 생각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