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文解力)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금일 오후에 만나자고 했는데 금요일 오후라고 여긴다거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는 말에 제대로 사과를 하라고 한다든지. 상대가 전하는 말의 뜻을 다르게 해석하고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유명 연예인이 문해력 검사에서 중학교 수준이 나왔다며 문해력 공부를 하고 있다는 방송을 보고 나도 문해력 검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연예인이 문해력 수업을 하는 방송도 보게 되었는데 수업 중 나온 특질이란 단어를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지만 말하기 어려웠다. 아니, 나는 그 단어의 뜻을 몰랐던 게 맞다. 그런데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 같은 이에게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은 안성맞춤의 책이 아닐까 싶다.

‘단어 한 끗 차이로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도 말이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에서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뜻이 달라 헷갈리는 표현」, 2장에서는 「습관처럼 굳어 틀린 줄도 모르고 쓰는 표현」, 3장에서는 「문해력과 문장력을 동시에 높여주는 표현」을 알려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뜻이 달라 헷갈리는 표현」에서는 ‘갑절’과 ‘곱절’처럼 둘이 같은 뜻이 아닐까 싶은 ‘너비’와 ‘넓이’, ‘돋구다’와 ‘돋우다’ 말들과 뭐가 다른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 ‘밤새다’와 ‘밤새우다’, ‘신소리’와 ‘흰소리’ 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소개한다. ‘신소리’와 ‘흰소리’를 보면 이렇다. 신소리는 상대편의 말을 슬쩍 받아 엉뚱한 말로 재치 있게 넘기는 말이며 흰소리는 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떠는 말이다. 흰소리를 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되겠다. 그리고 신소리를 쉰소리로 잘못 쓰거나 잔소리와 같은 뜻으로 오해하지 말아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잘못 알고 사용한 단어와 만났다. 세상에나 정말 창피한 순간이었다. 날씨가 개지 않고 흐린 상태는 ‘끄물끄물하다가 맞는데 나는 ‘꾸물꾸물하다’로 알았던 것이다. 한 번의 의심 없이 말이다.






「습관처럼 굳어 틀린 줄도 모르고 쓰는 표현」에서는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자주 쓰는 말‘ 겨땀’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마 많은 이들이 겨땀이 표준어가 아니라는 걸 모르고 사용할 것이다. 겨땀이 아닌 ‘곁땀’이 표준어라는 걸 잊지 않을 것 같다. ‘밥 한 번 거하게 살게’라는 말도 틀린 말이다. 거하다는 산 따위가 크고 웅장하다는 말이고 넉넉하다는 뜻은 건하다. ‘밥 한 번 건하게 살게’, ‘아침을 건하게 먹었다’로 쓸 수 있다. 가장 흔하게 잘못 사용하고 있는 말이 ‘흡연을 삼가해주세요’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게 왜 잘못된 말이지 하고 생각하는 이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바른 표현은 ‘흡연을 삼가주세요’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문해력과 문장력을 동시에 높여주는 표현」에서는 정확한 뜻을 모르면서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들을 만날 수 있다. ‘미더운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기분이 좋다면 ‘미덥다’의 뜻을 아는 사람일 것이고 뭐지 싶은 생각이 든다면 미덥다란 말을 모르는 것이다. 믿음이 가는 데가 있다란 말이니 주변 동료나 친구에게 사용해 보면 어떨까. 굳건하고 확실하여 아주 미덥다는 뜻의 ‘구덥다‘,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되고 미더운 데가 있다는 뜻의 ’실답다’를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사투리도 외래어도 아닌 알고 보면 표준어」란 부록도 유익하다. 사투리로 착각하거나 비속어나 잘못된 말이라고 여겼던 말이 표준어라니. ‘까지다’, ‘빠대다’, ‘삐대다’, ‘싸대다’, ‘오지다’가 모두 표준어였다. 그럼 ‘아따’는 표준어일까? 맞다. 표준어다. 아따는 사투리가 아닌 무엇이 몹시 심하거나 하여 못마땅해서 빈정거릴 때 가볍게 내는 소리다.

매일 쓰는 우리말이 가장 어렵다. 새삼 확인한다.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은 우리가 쉽게 사용하고 무심코 쓰는 말의 소중함과 문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닌 사회적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말한다. 어떤 말을 쓰고 어떤 표현을 하느냐로 자신을 나타낼 수 있고 상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올바른 언어 사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자신과 가족, 친구의 문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봐도 재밌을 것 같다. 처음 만나는 것처럼 생소한 말이 많겠지만 스마트폰의 세상이 아닌 재미난 우리말의 세계에서 충분히 좋은 시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 꼼꼼하게 읽고 반복해서 읽는다면 풍부한 우리말을 쓰며 문해력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 과 함께 든든한 우리말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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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6-2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물끄물하다˝ 완전 충격인데요? 저도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다 잘못 쓰고 있었네요.

자목련 2025-06-27 11:42   좋아요 0 | URL
잘못된 표현이라는 사실 조차 모르고 그냥 쓰고 있는 말들이 무척 많았어요.

잉크냄새 2025-06-24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흡연을 삼가주세요˝ 라는 표현에 적응하기는 금연보다 힘들 듯 합니다.
아마 대부분 ‘가‘와‘주‘ 사이에 ‘해‘를 끼워넣고 자신의 해박함에 흐뭇해할것 같네요.

자목련 2025-06-27 11: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삼가주세요라고 쓰면 말씀처럼 고치는 이들이 있을 것 같아요 ㅎ

젤소민아 2025-07-0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리버리‘도 틀린 말이고 ‘어리바리‘가 맞더라고요~~. 이런 책 정말 유용하고 유익합니다!

자목련 2025-07-10 11:23   좋아요 0 | URL
의심없이 맞다고 여기고 쓰는 말이 많더라고요.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데, 아이들은 싫어하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