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마음은 뭘까. 산 책을 정리하면서 잠깐 생각했다. 단순한 소유욕일까. 그렇다면 책을 소유한다는 건 뭘까. 읽으려고, 읽기 위해서, 읽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따라온다. 내가 산 3권의 책은 우선 내 소유가 되었다. 가지고 있을 뿐, 온전히 그것을 알지 못한다. 읽어야만 조금 알 수 있다. 읽어도 모를 수 있다. 독서란 그런 것이니까. 책을 읽지만 읽고 있어도 읽는 행위에 멈추고 잘 모를 때가 더 많다. 그러니 이 세 권의 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사는 마음은 뭘까. 세 권의 책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사는 것이다. 박준의 세 번째 『마중도 배웅도 없이』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도 바로 구매하지 않았다. 박준의 첫 시집에 대한 마음이 너무 좋아서 그랬다. 두 번째 시집을 구매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랬다. 그리고 결국 구매로 이어졌지만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이렇게 주춤할 수도 있다.

김지연의 『새해 연습』은 다른 경우다. 나는 김지연의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사면서 알았다. 이 소설은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인데 나는 이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이 시리즈의 신간 알림에 대해 관심이 없다. 참여하는 작가의 목록을 살피지 않았다. 그래서 이 소설도 이제야 안 것이다. 더 좋아하려고 구매한 게 맞다. Falstaff 님의 리뷰 덕이 크다. (『겨울 여행』도 마찬가지)


자우메 카브레의 『겨울 여행』은 아직 좋아할지 어떨지 모른다. 다만, 이 단편집의 리뷰가 너무 좋아서 궁금했다. 이 작가의 장편 『나는 고백한다』의 소문을 알지만 읽지 못했고 단편은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이 소설을 읽은 후에야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하거나 더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책을 샀다.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쌓아둔다.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덜 좋아진 책을 정리한다. 좋아하는 마음도 변할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마음처럼 변덕스러운 것도 없으니까. 우선은 이 세 권에 대해서는 좋은 상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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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5-14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 컬렉션 멋지네요? 자목련님의 추천 시집이 궁금합니다~!
박준 시인님 신작 전 좋던데 안좋은 평도 많더라구요 ㅜㅜ

yamoo 2025-05-1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겨울여행 지금 읽고 있는데 반갑네요! 이제 에피소드 3개 남았어요..단편도 정말 좋네요..^^

레삭매냐 2025-05-1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겨울여행, 땡기네요.

책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정리는 못하고 계속해서 사
기만 하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