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엔 일본과의 야구 경기를 보다가 말았다. 초반에는 기대를 했고 중반에는 응원을 했고 후반에는 채널을 돌렸다. 야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씩 경기 중계를 시청했다. 9회 말 투 아웃부터라고 하지만 그 말은 어제의 경기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팬이 아닌 나에게도 매우 아쉬운 경기였다.
3월인데 남부 지방에서는 낮 기온이 여름같이 뜨거웠다는 걸 뉴스를 통해 접했다. 날씨가 왜 이래를 떠나 미친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날들이다. 그 날씨를 만든 장본인이 지구의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언제나 무언가를 부수고 파괴하는 건 인간이고, 자연은 그런 인간에게 경고한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 비가 온다고 하는데, 지금으로 봐서는 비가 올 것 같지 않은 맑음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맑은 하늘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봄의 공기가 잡히는 그런 오후라 하겠다. 봄의 공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환기를 위해 열어둔 바람이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는 그런 느낌, 그 바람에 가만히 기대어 있어도 좋을 느낌이라 하겠다. 산행을 가도 좋을 것 같고, 꽃망울 터지는 매화를 시작으로 꽃들을 보러 가도 좋을 것 같은 그런 오후. 그런 오후지만 밖이 아닌 안에 있고 이런 소설을 읽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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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2022년 올해의 책이라고 선정된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좋아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소설과 드라마에서 말하는 해방이 같은 것일까. 읽어보면 알 것이다. 드라마로 방영된 「사랑의 이해」의 원작인 이혁진의 『사랑의 이해』,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아서 드라마랑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혁진 작가의 『누운 배』를 기억하고 있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다뤘을지 궁금하긴 하다.
코로나 확진자가 아닌 산불재난에 대한 안전 안내 문자가 도착하는 오후. 낮은 조금씩 길어지고 밤은 조금씩 짧아진다. 그 봄밤을 채우는 건 꽃이 될 것이다. 봄의 공기를, 봄밤에만 느낄 수 있는 공기의 맛을 뿜어내는 꽃들. 다시 또 꽃들을 기대하는 봄이다. 아무렇지 않게 봄을 만나는구나 싶다가 이 봄이 감사한 봄이라는 걸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