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과 택배비가 인상되었으니 책 구매는 한 번 더, 생각한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들을 꼼꼼하게 살핀다. 근데 책을 꼼꼼하게 살피는 게 가능한가? 어떤 책이든 내가 읽어봐야 그 내용을 아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그래도 내가 믿는 독자나 이웃의 리뷰가 있다면 장바구니에 오래 있을 수 있다. 여기저기 마감을 알리는 적립금과 쿠폰을 총동원하여 2월 중순부터 어제까지 주문한 책들. 무료 배송을 위해 온라인 서점은 결제 시 굿즈를 쭉 보여준다. 가능한 가격대의 굿즈라나 뭐라나 하면서. 내가 필요한 굿즈는 없고, 사고 싶은 굿즈는 가격이 세고. 아 어쩌라고. 그럴 때는 그냥 택배비를 순순히 결제한다. 중고인 경우에는 빠른 결제가 제일 중요하다. 잠깐 고민하는 사이, 누군가 그 책을 먼저 구매해버리면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도착한 나의 책들. 소중하게 아끼는 책이 될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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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관심이 있는 작가는 보뱅과 비비안 고닉,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는 중고로 득템, 『사나운 애착』은 양장본으로 든든한 기분이 든다. 『짝 없는 여자와 도시』도 곧 구매할 것 같다. 신간 『흰옷을 입은 여인』은 믿는 독자의 리뷰까지 완벽하다. 그리고 나머지 두 권은 이주혜와 대니샤피로의 책이다. 이주혜의 소설과 번역한 책도 읽었으니 에세이도 읽어보려 한다.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란 제목, 미리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마구 든다. 대니 샤피로란 작가는 처음 만난다. 어쩌면 가장 충동적이면서도 가장 원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계속쓰기: 나의 단어로』는 쓰기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지만 내가 결정적으로 반한 건 ‘나의 단어’다. 모두의 단어가 아니 나의 단어, 나만의 언어, 나만의 글이 주는 치유와 기쁨을 안다. 쓰는 일은 곧 나를 아는 일이고 나를 아는 일은 나를 위로하는 일이다.
소설은 한 권도 없다. 의도한 구매다. 소설은 집에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읽어도 충분할 것이다. 쌓아둔 소설들, 사진 뒤의 책장의 책들도 읽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비밀이다. 보뱅을 제외하면 모두 여성 작가다. 사실 보뱅도 글만 보면 남성 작가의 감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성의 시선으로 보는 사회, 여성의 글쓰기, 여성의 삶을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나의 삶도 함께 생각하고 돌아보게 되는 그런 시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이 책을 모두 강력 추천하게 될 것 같다. 한 장 한 장, 열심히 즐겁고 신나게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