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반부터 심드렁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심드렁하다는 말에 기대고 있는 게 맞다. 의욕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저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따지고 보면 계기가 있다. 다만 그것을 모른척할 뿐이다. 이러다 말겠지 싶은 거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겠어 하는 마음 말이다. 읽고 있는 책들이라 제목을 달았지만 이제 정신 차리고 읽어야 하는 책 들이라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몇 주째 예배 참석도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도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다. 나의 흩어진 마음이 좀처럼 모이지 않는다. 어제는 참석을 할 수도 있었는데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어영부영 시간을 끌다가 결국 집 소파에 안착하고 말았다. 아무튼 요즘 내가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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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책들을 읽으려고,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기 위해 포스팅을 한다. 기자의 일상에 대해 들려주는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는 거의 다 읽어가고 있고, 겨울과 잘 어울리는 『눈』은 지금 읽어야 제 맛일 것 같은데. 리뷰대회 참여도 하고, 읽을 수 있을까? 『어른 이후의 어른』이란 제목이 끌리는데 살짝 넘겨보니 저자가 글을 쓰는 나이가 나보다 한참 어려서 살짝 고개를, 그러다 어른 이후의 어른을 찾거나 만나는 건 각자 다르니 미리 편견을 갖는 거구나 싶고.
그러나 오래전 어떤 언니와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당시 나는 어려운 상황에 있었고 그때 내 형편을 살피고 도와준 언니였는데 우리 큰언니와 나이가 같았다. 그런데 당시 도움을 주었던 언니는 결혼을 했고 딸아이가 둘이 있었는데, 그 언니와 같은 나이의 큰언니는 결혼을 하지 않아서 큰언니를 언급할 때마다 아가씨 언니라는 말을 했었다. 이제는 연락이 끊겼고 도움을 받았던 그 언니는 나를 잊었겠지만 나는 여전히 고맙고 감사하다. 아마도 어른이라는 말 때문에 그때가 생각난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나는 큰언니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한다. 내게 어른은 큰 언니였던 것일까. 심드렁한 나에게 큰언니는 뭐라고 할까. 정신 차리라고 할까,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둘까.
큰언니 생각이 나는 건 명절이 가까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잊어버리지 말고 큰언니 사진 액자의 먼지를 닦아야겠다. 알라딘 새로운 플랫폼 개설을 했다. 아직은 기존의 글을 옮기는 수준이다. 뭔가 새로운 걸 쓸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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