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를 가야 하는데, 아직 일정을 잡지 못했다. 못했다기보다는 안 했다는 게 맞겠다. 치과는 예약을 하면서 안과는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눈이 많이 나빠졌을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들을 게 뻔하다. 안경을 새로 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안경 말고 평상시에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안경.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거나 눈을 찌푸리고 있다는 걸 알기에.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도 안과 진료는 미뤄진다. 우선은 예약된 치과부터 다녀온 후에 결정하자고. 


그저 12월일 뿐인데 여러 개의 마음이 충돌한다. 정리 차원에서 뭐든 버리고 싶은 마음과 나를 위해 뭔가 들이고 싶은 마음. 올해가 가기 전에 가까이 지내는 이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핑계로 긴 수다를 나누고 싶은 마음과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으니 별일 없다고 그냥 짧은 문자 정도로 끝내야 한다는 마음들. 


가족을 위한 맨투맨 티셔츠를 구매하다 같은 걸로 나도 하나 살까 하다 관두고 책을 샀다. 티셔츠보다 책이 더 비쌌다. 조만간 티셔츠를 구매할지도 모르지만 나의 12월을 위한 선물은 책이다. 에세이 한 권과 단편집 한 권과 장편소설. 대단하거나 근사한 선물이 아니지만 연말의 나를 가득 채워줄 이야기들이니 충분하다. 나는 충분히 충만해질 수 있을 것이다.





황시운의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읽기도 전에 괜히 마음이 뜨겁다. 황시운이라는 작가의 이름 때문이다. 작가의 등단작을 프린트했던 내가 생각났고 사고 소식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의 근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는 몰랐고 이후에 발표한 소설이 무척 반가웠다. 그는 나 같은 독자가 있다는 걸 모르겠지만 말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은 절판을 만날 수 없었던 단편과 국내 초역작이 담긴 책이라고 한다. 단편 읽는 즐거움을 안겨줄 소설집, 읽기도 전에 기대가 앞선다. 짧은 이야기에 강하고 진한 울림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단편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삶을 살아가다 어느 순간 전율을 느끼는 것처럼. 좋은 소설을 읽고 그에 합당한 좋은 리뷰를 쓰고 싶다. 


김혜진의 소설은 첫 장편인 『중앙역』으로 만났다. 그 소설은 인상적이었고 좋았다. 그리고 나는 곧 그녀의 소설을 기다렸고 읽었다. 발표하는 작품과 출간되는 소설집과 장편들이 하나같이 다 좋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느낄 수 있는 어떤 아쉬움이나 반복적인 느낌이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소설을 언제나 기다리고 기대한다. 이번 장편소설 『경청』도 마찬가지다. 출판사의 브이로그를 통해 조금 더 기대가 상승했다. 


소설을 읽은 일은 내가 몰랐던 마음을 알아가는 일이다. 소설을 읽는 일은 내가 보지 못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일부를 만나 그곳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일이다. 소설에서 만난 삶은 결코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의 일이 아니기에 소설을 통해 다른 삶을 생각한다.


어제보다 훨씬 더 추운 날이다. 눈보라는 치지 않지만 눈이 내리고 쌓인다. 쌓였던 눈이 녹는 모습과 단단하게 얼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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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2-14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ㅋㅋ 이번 책장샷은 왼쪽 제 소설 책장인 줄 🤣🥹

자목련 2022-12-15 09:25   좋아요 1 | URL
아, 정말요? 반갑고 신기해라~

새파랑 2022-12-14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으려면 눈건강이 필수이신데 ㅜㅜ
진료받으시고 나아지시길 바라겠습니다~!!

자목련 2022-12-15 09:26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감사해요!
읽기에 어려움이 깊어지기 전에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ㅎ

미미 2022-12-14 2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개해 주신 책들도 궁금하고 저 북앤드 볼때마다 탐납니다. ㅎㅎ
어제 눈보라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두려웠어요.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처럼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의 방향들..

자목련 2022-12-15 09:27   좋아요 2 | URL
제가 북앤드를 좀 좋아합니다. ㅎㅎ
이곳은 연일 눈이 내립니다. 지금도 소복소복 쌓이는 중이에요.
이 맘때 마음이 그런 것 같아요,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