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만으로는 부족했다. 내게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251쪽)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문장이다. 월급으로 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러니까 학자금 대출, 전세금 대출의 이자를 내고 월세를 내고도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이들 말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시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N잡러가 되는 사람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월급날만 바라보며 살 수는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건 직무유기였다. 그게 뭐든 관심을 갖고 촉을 세우며 달려들어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티끌은 티끌일 뿐 한 방이 필요했다. 장류진의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속 마론제과의 입사 동기 다해, 은상, 지송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겨우 취업을 했을 뿐 나아지는 건 없었다. 동료나 상사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니 인사평가는 매년 같았고 연봉도 제자리였다. 하루하루 버거운 일상, 화자인 다해에겐 은상과 지송과 만난 점심을 먹는 짧은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나와 같다는 동질감이 그들과 더욱 긴밀한 사이로 이끌었다. 누군가 인사평가를 높게 받았거나 나보다 잘 나갔다면 셋의 관계는 화해되었을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 직장 생활에서는 반드시 필요했다. 다행스럽게 셋은 서로를 진심으로 대했다. 그래서 연장자인 은상이 ‘이더리움’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을 때 믿고 따를 수 있었다. 가상화폐가 뭔지도 모르면서 은상이 던지는 확신에 확신을 더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