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흠모한다. 예술의 세계가 궁금하다. 그러니까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책장을 번지다, 예술을 읽다』란 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고백하자면 필자의 이름에 시인 심보선이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시인이자 사회학자가 읽은 예술서는 어떤 것일까. 그가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엇일까. 순수한 호기심과 이 책을 통해 예술이 우리 사회에 스며드는 과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진정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는 위로는 어떤 것일까. 심보선과 이상길 두 명의 저자가 소개한 책은 23권으로 예술, 대화, 천재, 애호, 교육, 이미지, 사라짐, 정치, 등 키워드 별로 필자가 다르다. 사회학자가 예술을 주제로 한 책을 한 권에서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서평집이 아닐까 싶다. 서평만으로도 어렵고 난해한 책이 많았지만 알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이 생긴 건 좋은 일이다. 


우리가 다룬 책들은 예술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진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쓸모는 무엇인가? 예술은 왜 그리도 특별한가? 누가 예술을 소유하고 향유하는가? 예술은 사람살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7쪽)


우선 목록을 살펴보니 내가 아는 책은 거의 없었다. 제목만 알고 있는 책은 보였지만 정작 깊게 읽은 책은 없었다. 그만큼 내가 예술서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증거였다. 예술을 키워드로 한 챕터에서 그레이슨 페리의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란 책에 대한 글은 무척 흥미로웠다. 미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작 미술관 관람에 대한 소박한 지식도 없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가 예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하나의 전시회가 있다고 하자, 그때 그 소식을 어떤 경로로 접하는지에 따라 대중이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는 것이다. 유명 큐레이터, 동료 예술가가 극찬을 한다면 나 역시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예술가를 작품을 평가하는 건 같은 동료나 예술가가 아닐까. 당연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예술의 세계가 한정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서평집의 단점이자 장점은 새로운 책을 알게 되고 그 책이 궁금해지는 일이다. 나는 그레이슨 페리란 이름을 몰랐는데 이제는 긴 제목의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책까지 기억하게 되었다.


에드워드 사이드과 다니엘 바렌보임의 대담으로 이뤄진 『평행과 역설』에서 인상적인 건 바그너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 명의 음악가를 향한 서로 다른 의견을 거침없이 말할 수 일. 그 역시 예술의 자유가 아닐까. 바렌보임은 바그너를 자신만의 음악적 사상을 추구함에 있어 자신의 편협한 인종주의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했다. 반면 사이드는 바그너가 추구한 집단의식이 독일 민주주의를 구현했다고 말한다. 이런 글을 읽으면서 바그너에 대해 전혀 관심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현대 음악과 연주자, 예술에 대한 심보선의 사유와 문장에 반할 수밖에.


이들에게 음악은 소리였다. 침묵 속에서 태어나 침묵 속으로 사라지는 삶이자 죽음이었다. 이제 우리는 소리가 점차 희미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소리는 소음이거나 복제되고 재생되는 인공음이다. 결국 소리가 사라지면 침묵도 사라질 것이다. (55쪽)


‘‘그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나탈리 에니크 『반 고흐 효과』에 대한 글도 흥미로웠다. 나 역시 반 고흐의 작품과 그에 대한 책을 읽었고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 고흐의 작품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는 뛰어난 화가의 자질과 더불어 그의 생애와 결부시켰기에 그렇다고 설명한다. 불운한 고희의 생 말이다. 대중은 생전의 그의 작품에 대한 몰이해가 빚으로 남아 후세에 고흐 숭배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애드 디 앤절로의 『공공도서관 문 앞의 야만인들』를 다루며 심보선은 공공 문화기관에서 담당했던 시민교육과 공공 도서관이라는 기관 자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는 점이 흥미롭다고 전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공공 도서관은 닫힌 세상이었다. 단순히 책을 빌리고 그 안에서 운영해는 문화 강의만 떠올랐으니까. 우리 주변의 공공 도서관은 일반 시민에게 어떤 위치와 의미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제목만으로도 반가운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보편적으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얼마나 될까. 작가에 대한 이력, 목차 정도가 아닐까. 사실 읽은 책의 제목, 작가,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읽지 않은 책에 대 무얼 말할 수 있겠는가. 피에르 바야르에 따르면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상길이 정리한 것처럼 나의 책 읽기에 적용해도 좋을 듯하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책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읽었는가 여부보다는, 관련된 책들 전체에 대한 총체적 시각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다른 사람의 책 속에 파묻히거나 그 안에서 길을 잃을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 자신과 나누는 담론이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책을 읽는다는 것이 단지 지식을 얻는 것뿐만이 아니라 잊는 것, 또 잃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책이라는 대상에 과도하게 매달리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글쓰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164쪽)


예술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지는 날들이다. 코로나로 인해 연주자는 연주를 하지 못하고, 연극 무대는 폐업 상태와 다름없고 전시회를 찾는 이들도 많지 않다. 책으로 만나는 예술은 여전히 높은 벽의 실체를 보여준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다양한 예술에 대해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을 읽는다는 건 어렵고도 즐거운 일이다. 이젠보다 좀 더 가까이 예술에 다가선 것 같은 기분, 예술과 친해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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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3-11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인용구 정말 좋아요!!! 세상에 책은 왜이리 많은가요.^^;;;;;

자목련 2021-03-11 14:44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늘어납니다.
읽은 만큼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데 그건 또 어렵고요. ㅎ

scott 2021-03-29 17: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읽었는가 여부보다는, 관련된 책들 전체에 대한 총체적 시각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다른 사람의 책 속에 파묻히거나 그 안에서 길을 잃을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 자신과 나누는 담론이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책을 읽는다는 것이 단지 지식을 얻는 것뿐만이 아니라 잊는 것, 또 잃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책이라는 대상에 과도하게 매달리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글쓰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우와 자목련님 이문구 말에 동감 1000퍼센트!!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에드워드 사이드 평전(이번에 새로 출간된)에 사이드가 아침에 눈뜨자 마자 바그너 음악을 들으며 식사 하는 모습이 나와요. 흥미로운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폭격했다는 신문 기사 읽을때도 바그너 음악을 들었다고,,,

자목련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코로나로 예술의 보고 듣고 즐기는 기쁨이 사라져 버렸어요
어제 유툽 실황 피아노데이 연주 2시간동안 들으면서 음악이 인간에게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되었답니다. ^.^


초딩 2021-03-29 18:23   좋아요 2 | URL
1500퍼센트!!! ㅎㅎㅎ

자목련 2021-04-01 16:05   좋아요 2 | URL
저는 스콧 님이 올려주신 음악으로 충전해요. 오늘도 그렇고요.
피아주 연주를 더 좋아하는데, 그래서 더 감사해요. 4월, 환하게 이어가세요^^

scott 2021-04-09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예술을 더욱 사랑하라고
이달의 당선작으로!!
축하합니다. ^ㅎ^

자목련 2021-04-12 11:27   좋아요 1 | URL
스콧 님의 포스팅으로 예술을 더욱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