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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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생을 걸쳐 자신을 둘러싼 모든것을 기록하려던 했던 유니크하고 괴팍한 저장강박증 독신여성. 하지만 그녀의 사진들은 말한다. 매일 매일 천천히 꾸준히 놓지않고 작업하는 것이 이루어 내는 결과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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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
일연 지음, 리상호 옮김, 강운구 사진, 조운찬 교열 / 까치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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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원형적 사고가 담긴 불멸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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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나무들이 보이는 혼자 살던 원서동 한옥집을 떠나 파주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창문을 열면 늘 보이던 나무도 새도 돌멩이도 보이지 않고 맞은편 아파트의 네모난 창문들만 무척

재미없고 심심하게 보일 뿐입니다.

그래도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래도 내게는 읽을 책들과 맘껏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게 찾아온 아기도 이제 함께 책을 읽습니다.

살짝 볼록한 뱃속의 아기는 엄마가 읽는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주인공 중 누구를 좋아할까요?

딸이라면 무뚝뚝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히스클리프를 좋아할텐데..아들이라면 반대겠지요.



내가 좋아하는 아침 10시 책읽는 방으로 해가 가장 잘 드는 시간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창가에는 허공을 건너 친구들이 놀러오길 기다리는 머리에 똥 싼 두더지가 있고



건너편에 사는 친구에게 가고 싶지만 다리가 짧아 패달이 닫지 않아 고민인 눈 나쁜 두더지와

그런 두더지의 마음과는 아랑 곳 없이 뒷자리에 앉아 창밖 구경에만 바쁜 말이 있습니다.

내가 잠 자는 동안 애네들은 "머리에 똥 싼 놈을 찾아야 하는데...."

" 패달에 발이 닿으려면 아직 멀었니? " 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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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기억을 더듬다 보면 언제나 떠오르는 풍경 하나가 있다.

그날 어머니는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타고 읍내로 장을 보러 나갔다. 나는 어머니가 집을 비우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란 생각에 불안에 떠는 아이였다. 그날도 차디찬 방에 엎으려 온갖 불길한 상상에 시달리다 지쳐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먼 데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아버지의 오토바이가 돌아왔다. 나는 자던 몸을 발딱 일으켜 밖으로 달려 나갔다. 마당에는 땅거미가 깔리고 꽃과 나무가 어둠에 잠긴 가운데 어머니의 얼굴만 등불이 켜진 듯 환했다. 그 순간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날 어머니의 손에는 ‘고소미’라는 과자 두 봉지와 동화책 한 권이 들어 있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기다린 그날 무슨 보상처럼 만난 동화책이 바로 <안데르센 동화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꽤 조잡한 그 책에는 이야기가 여러 편 실려 있었을 텐데, ‘성냥팔이 소녀’와 ‘백조 왕자 이야기’만 기억난다. 나는 특히 백조로 변한 11명의 왕자들과 그 마법을 풀기 위해 쐐기풀로 오빠들의 옷을 짓던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공주가 달도 뜨지 않는 캄캄한 밤 무덤가에서 쐐기풀을 뜯는 장면은 벌써 이십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그 그림이 너무나 무서워서 그 장은 읽지 않고 얼른 다음 장으로 넘기곤 했다. 어쨌든 <안데르센 동화집>을 계기로 나는 더는 어머니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고, 현기증 나게 감미로운 책 읽기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아마 나는 그때 아기에서 어린이가 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가 딸의 욕망을 무시하고 책을 잘 사 주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어머니는 공부도 못하는 데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잼병인 딸년이 집에 틀어박혀 눈만 자꾸 나빠지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그랬거나 말거나 나는 친구 집을 순방하며 빌려온 계몽사 판 세계명작을 기갈이 들린 것처럼 읽어 댔고, 어머니는 내가 현실과 이야기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가 될까 봐 책을 감춰두고 읽지 못 하게 했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쐐기풀을 뜯던 공주처럼 몰래 장롱에 숨어서 열린 문틈으로 들어온 한줄기 빛에 의지해 책장을 넘기곤 했는데, 사실 나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한다기보다는 쐐기풀로 옷을 짓는 공주가 되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영원한 이야기 세계에 머물기를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고통과 침묵의 쐐기풀로 이야기의 옷을 짓는 사람도 되지 못했고 불평불만 가득한 독자가 되었다. 그리고 누구의 간섭도 없는 혼자만의 방에서 좋은 책을 욕심껏 쌓아두고 살아도 그 시절 그때처럼 달디 단 행복한 책 읽기를 두 번 다시 느끼지 못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없어지는 그 순전한 완전 몰입의 상태를 맛보기에는 내 신경 다발이 너무 굵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번 새 책을 만날 때마다 기대를 한다. 어머니를 기다리던 그날 뜻하지 않게 만난 안데르센처럼 다른 세계로 나를 넘겨 줄 어떤 작가를. 

(그런데 공주가 던져 준 쐐기풀 옷을 입고 사람이 된 11명의 오빠들 가운데 마음씨 착한 막내 오빠의 팔 한 짝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이의 팔 한 짝에는 여전히 백조의 날개 달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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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창덕궁의 나무들이 보이는 작은 방에 삽니다.

                 

               가끔 삼청 공원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마음에 드는 나무 가지나 돌멩이를 만나면  집으로 들고 옵니다. 그렇게 들고 온 꽈리 나무 가지를 창가에 걸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습니다.

                
                

                친구가 부르면 나가서 놀다 옵니다.

                

                다시 들어와 책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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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7-0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편집팀 서재에서 글 올리신거 보고 반해버려서 이곳에도 구경왔어요.
편집팀 서재에서 못 본 사진도 있군요. 참 좋아요.. ^^

Laika 2004-07-0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림님 따라 구경왔어요....멋집니다. ^^

가을산 2004-07-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요. ^^

단비다 2004-07-0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실을 다녀간 사람들.
망초꽃 한 다발 마루에 살짝 두고. 사립문을 지나 뒷산으로 나들이 간 사람들.
아..왠지..그냥..쑥스러운..멋적은..그런 느낌. 고마운 마음들.

메시지 2004-07-1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어 놓으셨군요. 마법사신가요? (썰렁)
물리적 공간은 누구에게나 동일수 있겠지만 그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고 못가꾸고의 차이는 그 공간을 대하는 주인의 마음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다 갑니다.

로드무비 2004-07-12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바닥에 깔린 담요인지 카페트인지가 너무너무 예쁩니다.
저도 이런 방에 앉거나 누워 맘껏 책을 읽고 싶습니다.

비로그인 2004-07-1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첫번 째 사진에서 달력 옆 사진 속에 웃고 있는 세 사람은 쿠슐라와 그녀의 부모님!!!
근 1년 반만에 여기서 보게 되다니, 신기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