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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마을 아이들
임길택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탄광마을 아이들을 읽는 내내 마음에 눈물이 차서 힘들었다. 그렁그렁 마음이 일렁이는 것을 가라앉히면서 한장 한장 힘들게 읽어나갔다. 책장을 덮어두고 잠시 생각에 빠지다 다시 읽어보고, 참을성도 집중력도 없는 내가 이 책을 손에 쥐고는 한 번도 딴짓 안하고 다 읽어냈다. 그리고 책을 덮었다.
아..진짜 시라는 것은 이런거구나. 세상에 정말 이런 선생님이 있었다니. 놀랍고 존경스런 마음이 새록새록 일었다. 앞표지에 있는 선생님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들여다 봤다. 무척 맑은 얼굴이다.
얼마전에 임길택 선생님의 추모비가 세워졌다는 애기도 들은것 같다. 살아있는 동안 그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했지만 그를 사랑한 사람은 그 시인처럼 오래 깊이 그를 사랑했다. 시인을 오래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의 시비를 사북 깊은 산속에 세웠다. 거기에 이런 시가 세계져 있다. 탄광마을 아이들에도 나오는 시다.
아버지가 걸으시는 길을 빗물에 패인 자국 따라 까만 물 흐르는 길을 하나님도 걸어오실까요 골목길 돌고 돌아 산과 맞닿는 곳 앉은뱅이 두 칸 방 우리 집까지 하나님도 걸어오실까요 한밤중 라면 두 개 싸들고 막장까지 가야 하는 아버지 길에 하느님은 정말로 함께 하실까요
그는 정말 인생의 마직막 막장까지 온 사람들의 아이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이 시집에는 아버지가 참 많이 나온다. 시골에서 농사짓다 탄광으로 올라온 아버지, 탄 묻은 판자쪽을 주워다 온 집안 울리도록 바람구멍 막고 있는 아버지, 밖에 눈이 오는 줄도 모르고 깊은 굴 속에서 탄을 캐는 아버지, 탄광 사무실 앞에서 커다랗게 항의하면서 소리치는 아버지
멀고 먼 길을 돌아 세상 끝에 와서 탄을 캐는 아버지와 그 탄가루를 마시며 공부하고 뛰노는 아이들과 억척스레 연탄을 이고 뜨개질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눈은 아픔으로 가득차있다. 그는 뜨거움으로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그 뜨거움이 그를 그렇게 빨리 이른 나이에 폐암에 걸리게 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태해질 때, 세상에 대해 뜨거운 순정을 가지고 부딪치고 싶을 때, 이 땅의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을 때. 이 시집을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