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나무들이 보이는 혼자 살던 원서동 한옥집을 떠나 파주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창문을 열면 늘 보이던 나무도 새도 돌멩이도 보이지 않고 맞은편 아파트의 네모난 창문들만 무척

재미없고 심심하게 보일 뿐입니다.

그래도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래도 내게는 읽을 책들과 맘껏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게 찾아온 아기도 이제 함께 책을 읽습니다.

살짝 볼록한 뱃속의 아기는 엄마가 읽는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주인공 중 누구를 좋아할까요?

딸이라면 무뚝뚝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히스클리프를 좋아할텐데..아들이라면 반대겠지요.



내가 좋아하는 아침 10시 책읽는 방으로 해가 가장 잘 드는 시간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창가에는 허공을 건너 친구들이 놀러오길 기다리는 머리에 똥 싼 두더지가 있고



건너편에 사는 친구에게 가고 싶지만 다리가 짧아 패달이 닫지 않아 고민인 눈 나쁜 두더지와

그런 두더지의 마음과는 아랑 곳 없이 뒷자리에 앉아 창밖 구경에만 바쁜 말이 있습니다.

내가 잠 자는 동안 애네들은 "머리에 똥 싼 놈을 찾아야 하는데...."

" 패달에 발이 닿으려면 아직 멀었니? " 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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