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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물 콘서트 - 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프라우케 바구쉐 지음, 배진아 옮김, 김종성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우리는 우리의 삶이 바다에 달려 있다는 마음으로 바다를 존중하고 성심성의껏 보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바다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350쪽)

내 안의 바다, 일상에 치일 때마다 내 안에 숨겨진 바다가 나를 부른다. 사이렌 여신 같은 바다의 목소리를 듣고, 손짓을 느끼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하루하루에 친구들과 습관처럼 여행에 대한 갈망을 부르짖다 보면, 이야기의 목적지는 언제나 바다였다. 반도의 어느 쪽에 붙어있든 관계없이 우리가 원하는 건 그저 푸르고 탁 트인 풍경, 그리고 파도가 철썩거리는 소리였다. 이처럼 사는 동안 힘이 들 때마다 바다를 도피처로 삼아왔던 점을 미루어 보아 아무래도 우리 안에는 바다가 흐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야외 활동이 어려워진 지금에도 우리는 우리 안의 바다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우리 밖의 바다가 만나는 순간을 고대한다. 바다 애호가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럼없이 내보이면서도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바다 생물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름방학이면 항상 찾아가던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충족시킬 수 없는 지금, 이참에 나는 바다 생물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저자 '프라우케 바구쉐'의 바다 탐사는 플랑크톤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TV 만화 <스펀지밥>에서의 적색 눈과 작은 몸뚱이로 기억되는 플랑크톤 말이다. <스펀지밥>을 비롯해 각종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보고 배운 바다 생물은 초현실적인 모습을 띠고 내게 다가와 귀여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실체를 드러낸다. 흰동가리, 펭귄 등 익숙하게 접해 온 생물부터 심해 생물까지 어딘가 기분 좋은 각성이 이어진다. 『바다 생물 콘서트』가 단순히 대중들을 위한 교양서적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시작점부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된다. '프라우케 바구쉐'는 각종 바다 생물에 대한 지식들을 아주 상세하게 기술해 놓아 그야말로 바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해하고 배울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1968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총회 연설에서 환경운동가 '바바 디오움'은 "우리 인간들은 오직 우리가 사랑하는 것만을 보호합니다. 우리는 오직 우리 자신이 이해하는 것만을 사랑하며, 우리가 배운 것만을 이해합니다.(15쪽)"라고 말했다. '프라우케 바구쉐'의 바다 탐사에 동행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바다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는 상태로 거듭난다.
바다는 인간이 오롯이 쉴 수 있는 공간과 풍부한 해양 자원을 아낌없이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의존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들의 도 넘은 호기심과 욕심에 대한 경계는 『바다 생물 콘서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저자는 독자들의 해양 생태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현재의 폭력적인 행위를 저지하고, 적극적인 해양 보호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남획, 과다한 플라스틱 사용, 기후변화, 양식업 등으로 인해 망가져 가는 해양 생태계의 현실은 지치지도 않고 인간의 죄책감을 들쑤신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쓴 '마이클 셸런버거'가 지적하듯이 생태계에 대한 죄책감과 그에 따른 반성이 '생태계 종말'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져서는 안되겠지만, 우리에게 분명한 책임이 있고 따라서 능동적인 환경 보호 실천이 절실하게 필요해 보인다. 바다에 대한 배움을 통한 이해, 또 그로부터 비롯된 애정과 함께 바닷속을 자유롭게 누비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더 나아가 내가 누린 것들을 미래 세대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고 싶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