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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평점 :

인터넷 유저로 살아가면서 유튜버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밀라논나'를 모르기란 쉽지 않다.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화려한 당당함은 어느 곳에서든 눈길을 사로잡는다. 늙음과 추함이 동일선상에 있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게 해주는 '밀라노 할머니'가 영상에 다 담지 못한 말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난 논나는 내가 이제까지 알던 여성 어른의 모습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내 주변의 여성 어른들은 같은 여성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잔인했고, 아래 세대의 여성에게 그녀 자신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강요했다. 윗세대의 여성은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도달하고 싶은 미래였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선량한 사랑의 서사를 이어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논나로부터 미래에 관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다. 진심으로 젊은 세대와 공명하며, 또박또박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그녀 앞에서 어떻게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다'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을까. 앞선 발걸음을 무작정 따라 걷고 싶다. 그것이 정녕 내리막길이라고 해도 나는 여전히 '축제'의 기운을 생생하게 느낄 것이다.
"Live and let live."
모든 문장마다 밀라논나가 삶의 단독자로서 살아가고 있음을 또렷이 느낀다. 자신의 삶을 살뜰히 돌보면서도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힘껏 나서는 그녀의 열정과 의지는 번번이 독자를 놀랍게 한다. 온갖 경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논나는 삶에 대해 불평하는 일이 거의 없다. 세상이 자신을 실망시킬수록 그녀는 반듯이 허리를 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찾아 나선다. 연이은 악재로 무기력함과 열패감에 휩싸인 젊은 세대에게 논나가 가진 삶의 태도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내 능력 밖의 일들에 안절부절하지 않고, "그래, 산이라면 넘고 강이라면 건너자. 언젠가 끝이 보이겠지." 하는 초연한 자세로 삶을 대하는 힘이 길러진다. 실제로 이 책을 읽던 며칠 동안 회사에서 일이 어긋날 때마다 논나를 떠올렸다. 논나의 얼굴을 떠올리고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해 삶을 쌓아나가자 싶어졌다.
"웬만한 일간지 독자 수보다 많은 거예요. 더구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댓글을 올리잖아요."
논나는 선량한 사랑의 서사를 글로 기록함으로써 '죽을 때까지 도전하며 살고 싶다'라는 자신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고하게 입증해 보였다. 논나뿐만 아니라, 요즘 즐겨보는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여성 댄서들까지…각자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냅다 응원하고 싶어진다. 이토록 마음을 술렁이게 하는 사랑과 정열의 서사가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