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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주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땅이란 땅은 모두, 전후좌우 할 것 없이 모두 정복했지! …… 그런데 오늘은 우리가 박살 날 거라니! 왜? 어떻게? 별안간 세상이 뒤집혔나?(29쪽)
'모리스'가 들끓는 애국심으로 합류한 부대는 그의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부대는 정말이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힘들다는 이유로 이동 중에 식량과 군장을 내팽개치고, 병사들은 지휘관들에게 거리낌 없이 반항심을 내보인다. 게다가 적의 위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리더십의 부재가 더해져 병사들은 싸움의 목적을 상실한다. 자신들이 그저 아무 의미 없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에 불과하다고 여기기 시작한다. 과거 '나폴레옹'이 누리게 해주었던 영광을 잊지 못하고, 당연히 프랑스가 우세할 것이라고 믿던 프랑스인의 뿌리 깊은 자만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전쟁이나 군대에 관해서는 무지한 내가 봐도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그들의 앞날이 무척 우려스럽다. 전장에 관해서라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귀한 현재가 무자비하게 낭비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