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가 이긴다
신상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우연히 읽게 된 책이다. 그즈음에 내 기분이 우울했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을 보니 분명 자기계발서임에 틀림없고 이런 책을 읽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유머를 즐기며 산다고 생각했었기에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겼을지도 모를 책이었다. 한데 궁금했다. 유머가 이긴다 고 하니 유머를 즐기지만 유머스럽지 못한 내가 읽으면 유머스러워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그도저도 아니라면 이 책을 읽기 전에 개그맨 남희석의 유머스러움을 직접 봐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즐겁게 해주고,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이 내게 주는 힘은 그 어떤 힘보다 크긴 큰 것 같다. 웃으면서 우울했던 생각들이 싹 사라져버렸으니, 그게 비록 그 순간 뿐이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도 좀 유머스러워졌으면 좋겠고나, 늘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어쨌거나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잡상인이 혁대를 팔고 있었는데 1개도 팔리지 않았다. 그러자 잡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1개도 안 팔렸지만 저는 절대 좌절하지 않습니다. 저에겐 다음 칸이 있으니까요."

자기계발서가 나에게 도움을 줄 때는 희한하게도 항상 그런 때다. 어떤 일로 기분이 급다운 되어 있을 때나, 내게 보이지 않는 어떤 힘과 격려가 필요할 때다. 신기하게도 내 몸이 당이 필요하면 단 게 당기듯이 정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위로와 격려, 힘이 되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생전 거들떠 보지 않던 분야라도 저절로 눈길이 간다. 그래서 책이란 어떤 사람에겐 엄청나게 좋은 책이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겐 종이 아까운 책 취급을 받기 일쑤다. 하긴 어떤 책인들 취향의 차이가 있을테니 안 그렇겠냐마는 자기계발서의 경우는 그 정도의 차이가 심하게 벌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내가 공감한 부분들은 이런 거다. 착한 유머와 긍정적 부정, 적재적소에 유머를 사용하되 상대에게 '독'이 되지 않고 '득'이 되게 하는 유머들 말이다. 상대를 웃긴다고 내뱉은 말이 오히려 그 상대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상처받게 만든다면 그건 이미 유머가 아니다. 또한 대화법에서도 부정적인 지시보다는 긍정적인 질문형 문장이 더 효과적이라는 거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이 상자를 절대 절대 절대로 열면 안 돼, 아저씨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열지 마!" 라는 말과 "아저씨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돌아오면 우리 함께 열어보자. 알았지?" 의 차이는 수억 배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효과도 없으면서 사람 기분만 나쁘게 만드는 부정적인 표현들은 무의식중에 나올 수 있는 것들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적이 많았고,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힘든 어떤 일이 생겨 그걸 상대에게 표현 했을 때, 유머가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에게 그 일을 전과하진 않을 거다. 전과한대도 기분 좋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겠지. 암튼, 기억력이 쇠퇴하여 이 책이 말하는 모든 것을 달달 외우며 바로 유머스러워진 것은 아니지만 유머가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든다는 것 하나 만이라도 알게 되었다는게 중요하다. 또 유머를 가진 자는 미인을 얻을 수 있고(개그맨들이 예쁜 여자들과 결혼하는 것만 보더라도^^), 징징거리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는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나.  

그럼, 나는 징징거리는 타입일까, 유쾌한 타입일까?!

"마라톤에 골찌로 들어온 친구에게 어떻게 달렸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열심히 뛰었다'고 말하겠지? 그러면 1등으로 들어온 친구는 뭐라고 대답하는지 알아? '재미있게 뛰었다'고 말한다 고, 열심히 꼴찌만 하지 말고 재밌게 1등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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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채화로 그린 그림책

  

내가 편애하는 그림작가이다.^^ 수채화로 그린 그림을 좋아하는데 이 그림책이 그렇다. 아이들 눈에 쏙 들게 밝은 색이다. 제 키만한 기타와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알라딘의 책소개에 이렇게 적혀있다. "무생물인 기타를 소재로 아이들이 흔히 하는 놀이에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은 상상을 자연스럽게 엮은 독특한 판타지 작품이다. 아이한테는 아직 너무 크고 소리도 잘 내기 힘든 커다란 기타지만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친구처럼 살아 움직인다. 처음 기타를 갖게 된 아이의 마음이 빚어낸 일상의 판타지가 친근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밝고 맑은 수채화로 그린 그림은 언제나 봐도 상큼하고 예뿌다. 아이들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데, 기타를 친구처럼 생각하며 가지고 노는 아이의 마음. 그런 마음이 우린 언제부터 없어졌을까?-.- 미리보기로 나온 그림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난다. 기타를 치는 심오한(!) 표정의 아이 모습과 저 강쥐의 모습을 보라! "소리가 무서운거지, 너?" 

 

2. 명화의 비밀이 궁금하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그림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우선 알아먹기(!) 쉬운 그림이야기 책이 있으면 저절로 눈이 간다. 이 책 역시 그랬는데 그림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 미술관 가기를 무척 좋아하는 평범한 교사가 유럽 여행 중 우연히 빈 미술사 박물관에 들렀던 것이 그림과의 인연으로 이어져 이후 그림에 푹 빠져 유럽 곳곳의 미술관들을 돌아다니며 그림 자료를 모으고, 책을 뒤졌다고 한다. 그림 하나에 너무나 깊은 깊이를 재며 가르치듯 그림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와 등장인물의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명화가 숨긴 그림 속 장치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흥미롭기도 하며 재미마저 있다.  



이런 그림을 진짜 미술관에 가서 실제로 본다면 나 역시 그림에 빠져들지 않을까?^^; 

 

3. 공정여행이 궁금하다면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여건만 맞는다면 여행처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은 항상 문화유적지나 아름다운 도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리조트나 미술관이나 명승지를 구경하는 일 따위를 생각하는 일일 것이다. 여행은 스트레스를 풀고 자유를 만끽하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한데 여기 색다른 여행을 다녀온 세 젊은 청춘이 있다. 그들이 찾아간 여행지는 관광지가 아니었다. 관광지하곤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시골의 오지들, 낙후된 공장들, 변방의 황무지 마을들이었다.  찾아가는 과정은 힘들었고 머무는 환경도 척박했다.' 세상에! 여행인데! 뭔 여행을 그런 곳으로 간단 말인가? 알고 보니 이 젊은 청춘은 답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여행이 하고 싶었단다. 지구촌의 빈곤과 싸우며,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 만나는 여행. 누가 감히 그런 여행을 자진해서 갈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에겐 꿈이 있긴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수치로만 알던 빈곤의 실상을 직접 경험하고 눈으로 확인하여 서로가 배우고 연대하여 서로의 꿈을 자극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일. 참된 여행이다. 희망을 보여주는 여행이다. 가끔은 이런 여행도 꿈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근데, 과연 나는 한번이라도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하긴 떠나지 못해 늘 이렇게 책으로만 여행을 떠나는 나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떠나지 않겠어? 그럼, 그렇구말구! 

 

 
4. 어머니를 그리다, 가족을 그리다



연휴에 읽겠다고 맘에 둔 책을 고르다 보니 또 그림이야기다. 소설을 좋아라 하는데 이번엔 어찌하여 고른 책들이 소설 이외의 책인지 나도 모르겠으나 아마도 그동안 너무 열심히 소설만 읽어댔나보다. 아무튼 이 책 『어머니를 그리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그릴 때의 기분은 어떨까? 사진과는 달리 그림은, 그리면서 내도록 엄마의 얼굴을 쳐다봐야 하는 일인데, 엄마를 바라보는 화가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녀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헌신하고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했고, 그림에 대한 소질을 발견한 후에는 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운 분들. 어머니의 희생과 성심, 그리고 내조와 이해가 있었기에 자녀들은 꿈을 이룰 수 있었고, 그들은 그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어머니를 표현하고자' 했단다. 하긴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간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이들 화가는 복받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드러내놓고 어머니의 얼굴을 봤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엄마의 사진을 찍어 자주 들여다본다. 곁에 없으니 매일 볼 수 없는 일, 사진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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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이 주제가 떠올랐다. 엮어보면 재미있겠다 싶어 찾아봤더니 사진을 보고 그 단상을 올린 책을 몇 권 읽었더군. 그래서 그 책들을 소개 해본다. 

미셸 투르니에의 『뒷모습』, 이 책이 발단이 되어 이런 엮음을 생각했는데 사실, 미셸 투르니에의 글에 홀릭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 사진은 좋은데 글은 별로라고 페이퍼를 작성하기도 했다. 미셸 투르니에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내가 아직 미셸 투르니에의 제대로 된 책을 안 읽어서 그렇다고들 했다. 그래서 친구가 추천하는 책을 구입하기도 했는데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이 책에는 에두아르 부바 라는 사진 작가가 찍은 흑백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을 처음 보면 묘한 느낌을 받는다. 사진이라 하면 보통 "앞"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에두아르 부바는 "뒷모습"을 담았기 때문이다. 왜 뒷모습을 담을 생각을 했을까? 본문에 이런 글이 나온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발걸음을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단다. 멋진 말이다. 이 책을 보고 나도 친구들의 뒷모습을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실천에 옮겨보진 못했다. 카메라를 들고서 사람의 뒷모습을 찍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뒷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너무나 아름답다.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키스하는 연인들의 뒷모습은 질투가 날 만큼 아름답다. 또 홀로 벤치에 앉아 고독을 씹고(!) 있는 중절모를 쓴 남자의 모습에선 왠지 삶에 지친 이 세상의 많은 남자들을 생각하게 하고, 젓가슴이 살짝 보이며 뒷 목을 훤히 드러낸 짧은 머리 모양의 여인은 자극적이라기보다는 매혹적이다. 

미셸 투르니에도 그랬겠지만 나도 사진을 보니 내 감상이 저절로 나온다. 사진이 주는 상상력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사진을 찍은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을까? 왠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어쨌든 나도 앞으론 친구의 뒷모습을 찍어봐야겠다나. 

 

소피 칼의 『진실된 이야기』는 우연히 동생의 책꽂이에서 발견한 책이다. 리뷰에도 썼지만 그 당시에 사진 찍기에 재미를 붙인 내가 '어떤 이미지를 찍고 그 이미지와 함께 얽힌 이야기를 길지 않게 풀어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는 순간 앗! 나도 이런 글을 써고 싶었어! 하는 당치도 않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 그래서 책을 보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정말 독특한 책이었다.  그때의 느낌은 이랬다.

"블록질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전문가적인 사진은 아니지만 소품 정도의 사진은 제법 예쁘게 찍을 줄 아는 솜씨가 있기에(순전히 내 생각이다) 어떤 이미지를 찍고 그 이미지와 함께 얽힌 이야기를 길지 않게 풀어내면 재미있겠다. 근데 이 책이 바로 그런 나의 생각을 도둑질이나 한 것처럼 나의 의도와 일치한다.

물론 작가는 나차럼 블로그에 올릴려고 쓴  글이나 이미지가 아니다. 그는 알려진 사진 작가이며 설치 미술가, 개념 미술가에 '사진-소설'의 형식으로 새로운 형식의 이야기를를 들려주는 작가이다. 소피 칼, 저자 사진으로 보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배우처럼 매혹적이며 아름답다. 아무 생각없이 책을 펼쳤을 때 느껴지는 것은 글을 먼저 써 놓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찍었나보다. 했는데(난 그럴 생각이었으므로) 아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진실일 수도 허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 그럼 소설인가?

"소피 칼은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사진으로 증명해 보여주며, 지극히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것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꾸며낸 것인지 알 수 없다.(…)" 옮긴이의 말을 읽고서야 아하! 했다.

사진 한 장 한 장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 사진들 속에서 소피 칼은 진실을, 혹은 거짓을 능청스레 이야기하고 독자는 사소한 일상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실제인듯한 소피 칼의 이야기에 혹! 하고 넘어가 그녀와 함께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게임에 동참하게 된다. 독특하고 흥미로우며 도발적인 여성 작가 소피 칼, 그녀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만든 책." 

이 책을 읽고 소설은 아닐지라도 나도 사진을 올려놓고 나의 단상을 올려봐야겠다고 다시 마음 먹기도 했다.(역시 실천하지 못한! 하지만 시도를 언젠가는 해 볼거임!) 

 

신경숙 『자거라, 네 슬픔아』, 미셸 투르니에가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을 보고 사진에 관한 상상력을 표현했다면 신경숙은 구본창의 사진을 보며 자신의 추억을 끄집어냈다. 막연한 상상력보다 훨씬 잘 읽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감성적인 신경숙의 글은 사진과 묘하게 어울려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낸다. 연꽃 사진을 보며 엄마를 생각하고, 사원에 누워 있는 한 남자를 보며 오래 전 그녀의 사원(!)이었을 한 친구의 방을 기억한다. 또 구겨진 이불의 사진을 보고 제주 바닷가에서 목놓아 울던 처녀를 생각하기도 한다. 아래는 내 리뷰의 한토막

"신경숙 작가는 사진 작가의 사진을 두고 작가다운 글들로 독자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별 것 없는 듯하면서도 그 속엔 신경숙 작가의 어린 시절이, 학창 시절이 그리고 평상시의 생활이 담겨 있다. 그 생활을 엿보는 것이 재미있다."  

정확하게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에세이가 무척 재미있을 때가 있다. 아마도 대부분 내가 관심을 가지는 작가의 에세이일 경우가 그럴 것이다. 누구나 사람은 관심을 가진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니까. 그런 까닭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절친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귀 기울렸던 것도 같다. 이 책을 읽을 즈음에 난 신경숙에게 빠져 있었으니까.  

 

그 외 읽지는 못했지만 관심을 두고 있었던 책 존 버거 『글로 쓴 사진』, 존 버거의 소설 『결혼을 향하여』를 매우 감동적으로 읽고 존 버거에게 홀릭을 했더랬다. 그의 다른 책을 고르다가 조금 얇고, 내 관심 분야인 듯도 하여 고른 책이 바로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이었다. 하지만 난 몇 페이지 넘기지 못했다. 앞서 본 책들처럼 '사진'을 보고 존 버거가 '글'을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목처럼 그냥 관찰자 입장에서 '글로 쓴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허탈하기도 했었다. 내공이 약했는지 이 책을 읽을 즈음에 머릿속이 복잡했는지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덮었기 때문이다. 그렇더래도 사진처럼 글을 써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단한 관찰이 아니면 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고로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시간은 오래 전에 읽었던 시답잖았던, 혹은 이해불능이었던 책들을 다시 읽었을 때 때론 놀라운 감동을 주기도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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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걷기에도 좋고, 공원 산책도 하기 좋은 계절이 왔어요. 그리고 이 계절은 절집 나들이 하기도 딱 좋은 계절이죠. 파릇파릇 피어나는 나뭇잎들과 풀들, 이름모를 들꽃과 매년 볼 때마다 반가운 봄꽃들.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은 절집 탐구의 시간! 자, 절집이 궁금하면 이 책들을 보세요!^^
  



<곱게 늙은 절집>, 이 책을 읽으며 고향의 절집을 많이 생각했더랬죠. 이런 리뷰도 썼네요. "『곱게 늙은 절집』을 읽는 동안 고향의 그 절이 참 많이 생각났다. 봄이면 봄꽃들을 보러가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찾아가고, 가을이면 형형색색 멋진 단풍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겨울이면 하얗게 내린 눈을 밟으며 뽀드득 소리 듣는 재미로 찾아가는 곳이 절집이기 때문이다. 그런 곱게 늙은 절집이 내 마음 속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절집 예찬을 아주 제대로 한 것 같군요. 이 책 속에 나오는 절집들은 가 본 곳도 있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꼭 한번씩 찾아가보리라 다짐을 했었죠. 한데 올해도 저는 "이 봄날에 꽃구경 한번 하지 못한 나는 이 멋진 책으로 나라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곳을 다 찾아가보았다. 곱게 늙은 절집을 찾아가 근심을 풀고,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열며 절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그저 이런 마음뿐! 



<길 위의 절>, 위의 책으로 절집의 기분을 맛봤으면 조금 더 깊이 절집탐구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 생각없이 그저 보이는 풍광이나 들려오는 새소리, 혹은 가끔은 해질녘에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절의 역사와 그곳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풍물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곳곳에 있는 절집의 들여다보며, 고추장이나 해우소 같은 절 안에서 맛보는 깨달음과 구절초나 동백이 주는 절이 안은 생명, 임꺽정이나 송시열, 심지어는 제주 4·3의 역사까지 들려준답니다. 절집이라 하면 왠지 종교적 접근에 가까운 듯하여 불교이야기나 하겠지 생각하겠지만 정말 그랬다면 그건 오산이에요. 이 책은 종교적 접근보다는 인문학적 접근에 더 가깝거든요. 그러니 이 책을 읽지 않고 절집 나들이를 한다면 그건 아주 슬픈(!) 일일거예요. 

 


<절, 그 언저리>, 절집에 관한 책을 찾다 보니 이런 멋진 수묵시화첩이 나오네요. 바로 김지하 선생의 수묵시화첩이에요. 절 순례 시 32편에 매화, 난초, 달마를 주제로 수묵화를 덧붙였는데 은근 매력적입니다. 이 책을 저는 잘 모르니 책 소개에 난 글을 올려드릴게요. 저도 기회가 되면 이 수묵시화첩은 직접 보고 싶네요.  

"시인은 이미 몇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시적 서정성과 명상이 어우러진 묵화의 세계를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선암사, 금산사, 화엄사, 운주사 등 남도의 절을 두루 순례하면서 거기에 깃든 선사들의 자취를 좇는다. 항상 깨어있는 시혼으로 '선적 숭고함과 불적 심오함'을 한데 아우르고자 하는 시인의 지향을 읽을 수 있다.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고 하는데 그냥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열두 달 절집 밥상>, 절집에 가서 풍광을 보고 역사를 듣고 시도 읊었으니 이젠 슬슬 배가 고파질 시간, 절밥을 먹어볼 차례입니다. 절밥은 건강식이에요. 자연에서 생산한 천연재료에 보기만해도 마구 건강해질 듯한 파릇파릇한 나물들, 스~르릅! 입맛이 당깁니다. 이 책에서 선보이는 절집 밥상은 특별한 양념도 희귀한 재료도 복잡한 조리법도 없다고 합니다. 그저 오래 전 우리 조상들이 먹던 그런 음식들이라고 해요.  

처음엔 심심한 맛이 나서 절밥이라고 뭐가 달라 하시겠지만 아는 분이 이런 이야길 들려주더라고요. 언젠가 절집으로 '템플스테이'를 몇 박 하셨는데 처음엔 심심한 절밥이 힘들었대요. 그래서 끝나자마자 집에 오는 길에 먹고 싶었던 자극적인 음식을 시켜 맛있게 먹으려고 했겠죠. 근데 한 입 입에 넣는 순간, 반찬에서 확! 느껴지는 조미료 맛이 입맛을 싹~ 달아나게 만들었다더군요. 그 이야길 듣고 보니 단지 몇 박을 머물며 지냈을 뿐인데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와우! 우린 반찬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 혹시 조미료를 먹고 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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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명 앗아가주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
앙헬레스 마스트레타 지음, 강성식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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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소설을 읽고 감명(!) 받았던 책은 아마도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영혼의 집』이 아닐까 싶다. 영화가 먼저였는지 책이 먼저였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둘다 너무 감동적이었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그 뒤 언제나 그랬듯이 이사벨 아옌데의 다른 책을 찾았는데 그 당시엔 번역되어 나온 책이 없어서 읽지를 못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출간된 책을 찾아 읽었다. 하지만 『영혼의 집』과 같은 감명을 받진 못했다. 그리고 이 책 『내 생명 앗아가주오』의 책소개를 보면서 단지 라틴아메리카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혼의 집』을 떠올렸다. 한데 읽다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럼에도 어쩐지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아마도 칠레와 멕시코의 정치적인 상황과 여성의 삶이 투영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줄거리는 이렇다. 15세의 소녀가 권모술수와 야심으로 가득찬, 어느 나라에나 한두 명은 있을 법한 그런 남자와 결혼을 한다. 무려 스무 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나는 남자다. 이 남자의 정치적 야심은 우리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아온 인물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특히 정치·사회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은 나라, 온갖 병폐로 썩을 때로 썩어 있는 시대에서 자신의 출세와 야심을 위해 그 인물이 저지르는 행위는 살인이든 비리든, 혹은 과거를 날조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영위와 출세를 위해 나아갈 뿐이다. 그런 남자의 아내로 살면서 겉으로 보여지는 그녀가 겪은 여자로서의 삶은 오래 전 우리나라에서도 익히 많이 보아온 순종적인 여성들의 삶과 닮아 있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사는 한 여성의 굴곡많은 삶. 한데 이 책이 그것뿐이었다면, '세계문학전집'이라는 타이틀을 달지도 못했겠지.   

작가는 『내 생명 앗아가주오』의 배경을 화자인 카탈리나가 태어난 1915년부터 남편이 죽는 1948년 전후의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카탈리나가 태어나던 해는 멕시코 혁명이 한창이던 시기이고 남편이 죽은 1948년의 상황은 2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살아가는 삶이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온갖 술수로 기회를 얻을 것이고 누군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남자의 아내로, 그것도 야심에 찬 정치꾼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것은 남편을 철저히 믿거나,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카탈리나에게 그녀만의 삶을 부여한다. 겉으로는 순종적인 아내로서의 삶일지 몰라도 카탈리나 자신에게는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억압적인 남자에게 대항하며 관습과 순종에서 벗어나 여성이지만 당당한, 남자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여자가 아닌 스스로 깨닫고 행동으로 옮기는 여성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당시의 상황으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카탈리나의 자유롭고 다중적인 사랑은 당대의 여성들도 자기 욕망을 드러내고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통속적인 면 뒤에 숨은 멕시코의 역사 정치적 상황들일 것이다.

책에서 카탈리나는 남편 안드레스의 온갖 나쁜 짓을 알면서도 혼자 마음을 다스리며 삭힌다. 나름 남편의 권력을 조정해서 호의를 베풀기도 한다. 하지만 애인이었던 비베스의 죽음에 안드레스가 관여한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 다만 철저히 남편을 환멸하며 남편의 죽음에 동참(!)할 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몰입을 했다. 허나 몰입만큼 쉽게 나가는 진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게 무한한 흥미와 재미를 던져주었다. 원래 한 여자의 삶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면이 있긴 했지만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끌리긴 했지만 통속적인 이야기 속에 스며든 멕시코의 역사와 정치 문화적인 이야깃거리는 그 재미를 더해주었다. 여자라면 한번 읽어볼 일이다. 시대와 나라는 다르지만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한 여자의 삶.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매우 궁금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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