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걷기에도 좋고, 공원 산책도 하기 좋은 계절이 왔어요. 그리고 이 계절은 절집 나들이 하기도 딱 좋은 계절이죠. 파릇파릇 피어나는 나뭇잎들과 풀들, 이름모를 들꽃과 매년 볼 때마다 반가운 봄꽃들.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은 절집 탐구의 시간! 자, 절집이 궁금하면 이 책들을 보세요!^^
<곱게 늙은 절집>, 이 책을 읽으며 고향의 절집을 많이 생각했더랬죠. 이런 리뷰도 썼네요. "『곱게 늙은 절집』을 읽는 동안 고향의 그 절이 참 많이 생각났다. 봄이면 봄꽃들을 보러가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찾아가고, 가을이면 형형색색 멋진 단풍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겨울이면 하얗게 내린 눈을 밟으며 뽀드득 소리 듣는 재미로 찾아가는 곳이 절집이기 때문이다. 그런 곱게 늙은 절집이 내 마음 속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절집 예찬을 아주 제대로 한 것 같군요. 이 책 속에 나오는 절집들은 가 본 곳도 있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꼭 한번씩 찾아가보리라 다짐을 했었죠. 한데 올해도 저는 "이 봄날에 꽃구경 한번 하지 못한 나는 이 멋진 책으로 나라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곳을 다 찾아가보았다. 곱게 늙은 절집을 찾아가 근심을 풀고,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열며 절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그저 이런 마음뿐!
<길 위의 절>, 위의 책으로 절집의 기분을 맛봤으면 조금 더 깊이 절집탐구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 생각없이 그저 보이는 풍광이나 들려오는 새소리, 혹은 가끔은 해질녘에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절의 역사와 그곳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풍물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곳곳에 있는 절집의 들여다보며, 고추장이나 해우소 같은 절 안에서 맛보는 깨달음과 구절초나 동백이 주는 절이 안은 생명, 임꺽정이나 송시열, 심지어는 제주 4·3의 역사까지 들려준답니다. 절집이라 하면 왠지 종교적 접근에 가까운 듯하여 불교이야기나 하겠지 생각하겠지만 정말 그랬다면 그건 오산이에요. 이 책은 종교적 접근보다는 인문학적 접근에 더 가깝거든요. 그러니 이 책을 읽지 않고 절집 나들이를 한다면 그건 아주 슬픈(!) 일일거예요.
<절, 그 언저리>, 절집에 관한 책을 찾다 보니 이런 멋진 수묵시화첩이 나오네요. 바로 김지하 선생의 수묵시화첩이에요. 절 순례 시 32편에 매화, 난초, 달마를 주제로 수묵화를 덧붙였는데 은근 매력적입니다. 이 책을 저는 잘 모르니 책 소개에 난 글을 올려드릴게요. 저도 기회가 되면 이 수묵시화첩은 직접 보고 싶네요.
"시인은 이미 몇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시적 서정성과 명상이 어우러진 묵화의 세계를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선암사, 금산사, 화엄사, 운주사 등 남도의 절을 두루 순례하면서 거기에 깃든 선사들의 자취를 좇는다. 항상 깨어있는 시혼으로 '선적 숭고함과 불적 심오함'을 한데 아우르고자 하는 시인의 지향을 읽을 수 있다.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고 하는데 그냥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열두 달 절집 밥상>, 절집에 가서 풍광을 보고 역사를 듣고 시도 읊었으니 이젠 슬슬 배가 고파질 시간, 절밥을 먹어볼 차례입니다. 절밥은 건강식이에요. 자연에서 생산한 천연재료에 보기만해도 마구 건강해질 듯한 파릇파릇한 나물들, 스~르릅! 입맛이 당깁니다. 이 책에서 선보이는 절집 밥상은 특별한 양념도 희귀한 재료도 복잡한 조리법도 없다고 합니다. 그저 오래 전 우리 조상들이 먹던 그런 음식들이라고 해요.
처음엔 심심한 맛이 나서 절밥이라고 뭐가 달라 하시겠지만 아는 분이 이런 이야길 들려주더라고요. 언젠가 절집으로 '템플스테이'를 몇 박 하셨는데 처음엔 심심한 절밥이 힘들었대요. 그래서 끝나자마자 집에 오는 길에 먹고 싶었던 자극적인 음식을 시켜 맛있게 먹으려고 했겠죠. 근데 한 입 입에 넣는 순간, 반찬에서 확! 느껴지는 조미료 맛이 입맛을 싹~ 달아나게 만들었다더군요. 그 이야길 듣고 보니 단지 몇 박을 머물며 지냈을 뿐인데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와우! 우린 반찬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 혹시 조미료를 먹고 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