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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조련사, 뮤즈 - '나'를 위해 '그'를 만들어간 특별한 여섯 여자 이야기
프랜신 프로즈 지음, 이해성 옮김 / 푸른숲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나'를 위해 '그'를 만들어간 특별한 여섯 여자 이야기. 부제처럼 '나'를 위해 매혹의 조련사가 된 뮤즈들의 이야기다. 뮤즈란 '학예의 여신'이란다. 여기 나오는 여섯 명의 여자들은 모두 예술가이기도 하면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맹목적인 사랑을 받은 뮤즈들이다. 그러니 같은 여자로서 읽다보면 살짝 약이 오른다.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남자들이 목(?)을 매냐말이다. 따라하려도 할 수가 없지만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또 '조련사'라는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이 책에 나오는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가혹하다. 어찌보면 '나'의 야망을 위해 남자들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빠지는 남자들, 사랑일까 집착일까?
이 책에 나온 여섯 명의 여자를 나는 다 알지 못한다. 루 살로메(여긴 잘로메로 나오는데 어색해서 그냥 살로메로 하련다.)나 오노 요코, 살바도르 달리의 뮤즈라기보다는 팜므 파탈이라고 부르고 싶은 갈라 달리 정도다. 앨리스 리델(차례부터 '엘' 오타가 나오다니)은 그 유명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델이라고 하니 안다고 치고, 리 밀러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엘뤼아르 부부나 에른스트, 만 레이 같은 이름이 언급되는데 갈라 달리 편에서 나왔던 초현실주의자들이 나오니 그냥 아는 척을 한다. 그리고 전혀 정보가 없었지만 읽는 내내 그 참, 이란 말이 저절로 나왔던 발레리나 수잔 패럴. 이 여섯 여자들의 격정적인 삶을 엿보면서 느낀 것은 그 시대에 그런 삶을 산 그들이 존경스럽다는 거다. 또 한편으론 그 삶의 반이라도 따라갔으면 내 인생도 꽤 멋있을 텐데 라는 착각도.- -;;
한 명이라도 빼 놓을 수 없을만큼 대단한 삶이지만 역시 기억에 남는 삶은 루 살로메다. 니체와, 릴케, 프로이트까지 당대의 유명한 작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여자. "도대체 우리는 어느 별에서 함께 여기로 떨어진 걸까요?" 라는 뮤즈의 역사상 가장 극적인 질문을 니체에게 받았고, '르네rene'라는 릴케의 이름을 '라이너'로 바꾸게 하였으며 '결혼과 섹스 없이 함께 살자고 남자를 설득시킨' 유일한 여자, 그녀가 루 살로메다. 동 시대의 여성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자신감과 지성으로 혹은 본능과 무의식적으로 놀라울만큼 독립적인 힘을 가지며 확고한 자신의 삶을 이끌었던 그녀야말로 현 시대에서도 찾기 어려운 진정한 페미니스트였다.(여성을 좀더 땅에 가깝고, 본질적이고, 평화롭고, 기쁨의 근원에 더 가까운 존재로 보는 루의 끈질긴 시각이 페미니스트들을 화나게 했을 지라도)
그렇다면 또 한 명의 뮤즈 갈라 달리는 어떤가? 살바도르 달리를 이야기할 때면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는 여자, 살바도르에겐 뮤즈였을 지 몰라도 내가 아는 갈라 달리는 팜므 파탈이다. 서로를 위해 태어났다고 하지만 갈라 달리가 내보인 욕망은 탐욕스럽다. 살바도르의 모든 그림에 등장하며 정신적, 재정적, 사회적으로 살바도르 달리를 차지하며 급기야는 색정광, 탐욕스러운 야망, 일상적인 잔인함을 보이며 나이와 시간이 지나면서 소름끼치는 할망구라 불리었던 갈라 달리. 그녀의 삶이야 말로 '초현실주의'의 삶이었다.(물론 살바도르 달리 역시 갈라 달리의 손을 벗어나면서:그 전에도 그랬지만: 살아 온 그의 삶은 갈라 달리못지 않다.) 그러나, 역시, 그럼에도 갈라 달리, 그녀가 없었다면 살바도르 달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 살바도르야말로 혹독한 조련사를 만나 영감을 받고 초현실주의 화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외, 끝없는 논쟁을 일으키면서도 꿋꿋하게 사랑을 지키고 존 레논이 가고 없는 지금도 자신의 길을 가며 존 레논의 뮤즈로 살고 있는 오노 요코, 루이스 캐럴의 영원한 뮤즈이며 캐럴이 죽은 후에도 그 관계를 지속시켰던 앨리스 리델, 보그지 모델에서 여자 종군 기자로 활약하며 수많은 전쟁 사진을 찍었던 리 밀러, 조지 밸런천에게 많은 영감을 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꽃피웠던 수잔 패럴까지 남자들에 의해 억압받거나 그들의 그림자로밖에 살 수 없었던 시대에 자신의 무의미한 삶을 던져버리고 예술적 재능과 열정을 내보이며 자신의 삶을 산 그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런 자신감과 열정이 있었기에 그들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남자들이 생겨난 것은 아닐까.
아무튼, 루 살로메의 말처럼 '분투하는 남자들에게 여자들은 감사를 드리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