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직접 가 본 나라는 손가락에 꼽지만 책으로 가 본 나라는 정말 많다. 아마존, 쿠바, 모로코, 그리스 등등. 파리는 몇 번이나 다녀왔던가? ^^; 어젠 스페인으로 갔다. 마드리드가 아닌 바르셀로나. 솔직히 바르셀로나에 관한, 아니 스페인에 관한 정보는 별로 없다...고 생각하자마자 머릿속으로 스페인과 관련된 것들이 떠오른다.^^;
역사 속의 스페인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진 것은 차치하고, fc바르셀로나, 베컴으로 유명했던 레알마드리드,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꺽고 4강에 오른 역사적인 일. 가우디가 지은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또 아, 알모도바르. 이 감독을 빼고선 스페인을 말할 수 없다. 이 책에도 오기사랑 같이 사는 사샤가 알모도바르 밑에서 영화일을 해보겠다고 마드리드로 떠나지 않던가. 아무튼 나름대로 알음알음의 정보를 들고 오기사가 이끄는 대로 스페인하고도 바르셀로나를 구경했다. 유럽은...언제 어디서든 어느 나라든 몇 번을 보아도 멋.지.다. 이국적이다.
이 책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는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건축기사였던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 그곳에서의 생활을 보여 준다. 부럽다. 용기가. 지루하지 않은 글과 절제의 미가 보이는 그림은 독자를 바르셀로나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책을 덮는 순간, 나도 가고 싶어, 가고 싶어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비싼 유럽의 물가와 햇볕이 들지 않는 돌벽으로 지어진 정말 오래된 아파트의 냉기가 '진정한 유럽의 매력은 겨울의 우울함'을 경험하게 하고. 한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느려터진 행정(어쩜 이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같은 것이 나를 주춤하게 만들지만 파란 하늘과, 멋진 건축물들, 오래전부터 그곳에 산 사람처럼 적응하는 오기사를 보며 그런 것쯤은 나도 참아줄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한다. 바르셀로나에 바다가 있고, 스페인어가 아닌 까달루냐어를 많이 사용하며, 주먹밥과 멋진 광장들, 그리고 노천 바에 앉아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섞은 '클라라'를 마신다는 정보는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또 책을 좋아하는 이유로 스페인의 축제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산 조르디 축일'이다. 바르셀로나의 발렌타인데이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 날 남자는 여자에게 장미를, 여자는 남자에게 책을 선물한다고 한다. 요즘은 장미보다 책값이 비싸서 서로 책을 주고 받는 날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하는데 그날은 거리마다 노점 가판에 책을 잔뜩 갖다 놓고 판다고 한다. 이렇게 멋진 날이 있다니!! 우리도 쓸데없이 초콜릿이나 사탕같은 것 주지 말고 책을 주고 받는 그런 날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 했다.
아무튼, 언젠가는 나도 오기사가 추천한 '깜베르 풋볼'의 주먹밥을 먹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에만 열리는 골목길 '세르트 길'을 걷고, 바르셀로나 해변에 앉아 수평선 위로 연이어 날아들어 오는 비행기를 보고, 토플리스 차림으로 몸을 태우는 여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다가 '엘리사벳 가'에 있는 '괜찮은' 바에 가서 맥주 한 잔 '땡'기며 '그래도 이 부질 없는 세상이 좋았다' 라는 생각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