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생각하며

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작년에 우연히 ebs세계 명작 드라마에서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제목만 들어오다가 책이 아닌 드라마로 먼저 접한 것이 아쉽지만 드라마를 본 후에 책이 궁금해졌으니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워낙 좋다는 책들이 많으니 그 책들을 다 읽어보기란 정말 힘들다.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이 유명한 책도 난 아직 읽지 못했다. 취향이라고 할까? 아님 너무 유명한 책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할까? 괜히 피하다가 우연히 읽어보곤 왜 그동안 안 읽은 거야!! 혼자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베스트셀러와 기타 개인적으로 정해 놓은 기준에 미달하는 작품은 늘 내 눈 밖에 나 있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개인적인 편견으로 읽힘을 거부당한 책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역시 '왜 안 읽은 거야' 자책을...- -;;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찰스가 나중에 알게되는 모든 진실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했을 행동이었을 거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내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복이라면 복일까. 아직 내 가족들의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 느낌이 어떨지 상상조차 안 되지만 요즘 부쩍 내게 고마운 가족들을 생각해보면 가족이란 존재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좋든 나쁘든 굉장히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찰스의 마음도 어머니의 희생도 이해가 되었는데 내가 이렇게 잘 자라고 성장한 바탕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 희생은 늘 어머니의 몫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죽는 순간 그 찰나에 지나온 삶을 파노라마처럼 본다고 한다. 코끼리가 죽을 때면 비밀스런 장소를 찾아가듯 사람도 나이가 들면 고향이 그리워지고 어린 시절, 지나온 과거들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즐거웠던 추억, 상처가 되었던 일, 행복하던 시절...그래서 죽는 그 짧은 순간에 영화처럼 옛일이 떠오르는 지도 모른다. 찰스가 만난 어머니의 모습은 그동안 찰스 마음 어느 구석에 남겨져 있던 상처였다.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엄마편이 되어주지 못한 많은 사연들을 스스로 풀지 못한 채 죽는 순간 떠오르던 어머니와의 아픈 추억들.

 어쩌면 식상할 수 있는 내용을 미치 앨봄은 나름대로 잘 버무려 놓았다. 사실인지 허구인지 헷갈림 속에서 이미 죽은 어머니와 하루를 보낸 칙이 아들로서 어머니를 다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드디어 이해하게 되고 자신 역시 딸에게 그런 아버지였음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듯 이야기 하는 장면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인 가족들과의 관계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메종 드 히미코>에 나온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가 문득 생각난다.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오래 전 지나가 버린 시절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지. 

이제 내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네
각각의 아름다운 소절을
가끔 눈물이 흐른다네
소중한 기억 속으로 부터 
가끔 눈물이.

 내 생애, 꼭 한번 돌아가고 싶은 하루가 있다면 그 날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