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오래 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 놀란 내 가슴은 그후로 무라카미 류의 모든 작품에서 어머나?를 연발하며 읽어보기를 마다했었다. 더군다나 이 책 <69>의 1996년판의 표지를 보면 까만 바탕색에 요상한 그림과 함께 빨간글씨로 69라고 의미심장하게 제목을 붙였고, 뒷표지의 광고글엔 역자의 글 요약이 있는데 그 또한 묘하게도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내용이었다.(그 글 중에 왜 그 대목만 눈에 띄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 또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책꽂이에 꽂힌지 근 10년만에 용기내어 꺼내 읽어본 책되겠다.^^

 69의 실용성은 낯익은 풍경을 바꾸어 버리는 데 에 있다.라고 역자가 이야기 한다. 그래서 비정상 체위인 69도 그 자체로 낯익은 체위를 바꾸어 놓은 것이라고...실제 이 제목은 주인공인 야자키가 고3이던 1969년을 이야기 한다. 일본으로서는 학생운동의 절정을 이루던 해였다. 그런 시대적 상황속에서 17세 된 야자키의 생활은 당시 고3의 책임에서,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반항의식으로 저항하는 시절이었다. 소설이 그 저항에 발맞추어 고3의 고뇌와 사회체제에 대한 불만과 선생님들에 대한 복수로 초점을 맞추었다면 정말 우울하고 칙칙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류는 그런 시대적 상황과 환경속에서 농담처럼, 아니 진짜 농담같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대입을 앞둔 학생으로서 진로에 대한 불안함은커녕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재미삼아 데모를 계획하고 우울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즐거움과 페스티발로 바꾸어 나름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어 내던 젊은 그들. 책을 읽는내내 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게 만들었다. 69의 실용성은 너무나 뻔한 1969년도 고3의 생활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라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권력의 앞잡이에 맞서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야자키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은 싸움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이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교생들의 주먹다짐 따윈 나오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한 학생들의 일탈일 뿐이다. 다만 주먹다짐이 생길뻔한 일도 유머와 비상한(?)머리로 탈출구를 만들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비굴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농담같지만 그 농담속에 나름 고뇌하고 진지하다.

 이 책을 접함으로써 무라카미 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다만, 그의 책을 한 번쯤은 눈 딱 감고 다시한번 읽어 볼 용기가 생겼다고는 할 수 있겠다. 책을 덮으면서 잠깐 떠오른 것은 무라카미 류의 즐거움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진지하게 즐거움(?)으로 빠진 것은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매번 써 내는 책들이 그러한지..ㅋ

 아무튼 류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을 잊으라하고 이 즐겁고 유쾌한 책을 추천해 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조만간 <69>라는 영화를 찾아 키득거리면서 다시한번 <69>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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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2007-03-08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9번째 리뷰...
일부러 맞춘 것처럼 책제목도 <69>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