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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브루더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평점 :
파트릭 모디아노를 처음 만난 것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다. 친구의 추천이 있었다. 꽤 괜찮은 소설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나는 제대로 읽지 못했다. 읽고나서도 뭘 읽었는지 감이 안 잡혔다. 그런 책이 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나에겐 안 맞는…파트릭 모디아노의 첫 책은 그랬다.
이 책은 일부러 읽어보았다. 두께도 얇았고, 친구가 말하는 그 깊이를 알고 싶었다. 성공했냐고? 글쎄? 이야긴 꽤 흥미로웠지만 단조로웠다. 재미는 없었다. 뭐랄까?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도라 브루너, 오래 전에 실종된 그 여자가 왜 그렇게 궁금했을까? 팔 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그 여자를 추적할 만큼 궁금한 게 있었을까? 그러다가 아차! 하고 생각을 바꿔봤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소설가다. 소설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소설가라면 모든 것이 이야기의 소재가 될 테니까, 모든 것이 궁금할 테니까. 그래서 포기하고 나도 파트릭을 따라 브루너의 존재에 대해 찾아다녔다. 그래도 뭐 그다지 성공적이진 못했지만 열심히 읽었다.^^;;
도라 브루더, 1941년에 실종된 여자 아이다. 그녀는 유태인이었고, 그때는 전시였다. 작가는 우연히 발견한 신문의 기사를 보고선 그 여자 아이를 찾아봐야겠다고 나선다. 유태인이었던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며, 집으로 학교로, 거리거리로 파트릭은 찾아 다닌다. 어느 것하나 딱 떨어지게 찾아지진 않지만 알음알음하며 알아가다보니 팔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결국 그 '추적'은 도라 브루더를 '추적'했다기 보다는 파트릭 자신을 '추적' 한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나가 버린 세월,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존재했지만 지금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존재들.
아직도 나는 이 책의 의미를 다 알지 못하겠다. 열심히 읽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그의 몫이라고 생각하여 최소한의 흔적들이라도 남겨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겠다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진실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숙제를 하나 안은 셈이다. 파트릭 모디아노 이해하기! 그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