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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페르 닐손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빠질 때가 있다. 더구나 이성에 눈뜨는 사춘기때면 어김없이 한번쯤 사랑의 열병을 앓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짝사랑이 되었든 첫사랑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그래서 그 시기를 넘긴 어른들이 보면 예측가능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첫사랑', 어쨌든 생각과 추억만으로도 가슴 떨리고 짜릿하며 내 마음 저 깊은 어느 곳이 아릿하게 아파오는 실연의 상처.
스웨덴의 청소년 문학 작가인 페르 닐손은 그 사랑의 정의를 소년과 남자로 구분짓는다. 사랑을 알기 전은 소년이었지만 사랑이 지난 후엔 남자가 되었다고. 그만큼 사랑이란 나이를 분별않고 한 사람에게 지독한 상처를 줌과 동시에 그 아픔만큼 성숙하게 만드는 것인 것 같다. 더구나 한참 자라는 청소년기에 겪은 사랑은 그 경험만으로 육체적인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성숙함까지 선사한다.
여기 버스에서 만난 빨간머리 소녀에게 한 눈에 반한 소년이 있다. 우연처럼 그들은 친구가 되고 사랑하게 되지만 세상의 많은 '첫사랑'처럼 사랑의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그 아픔을 소년이 푸는 방법은 좀 독특하다. 소녀와 추억이 담긴 선물들을 하나씩 다 없애버리는 거다. 이야기는 그렇게 추억의 물건들을 하나씩 없애면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그들의 만남과 현재까지의 상황을 이야기 한다.
페르 닐손이 보여주는 '첫사랑'은 어른인 우리에겐 이미 한번쯤 해본 그 떨림의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그 사랑의 상처에 아파하는 소년을 보면서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될 거야'하는 너무나 뻔한, 소년의 입장에선 좀 재수없는 지극히 어른다운 다독거림이 나오게 만든다. 그렇게 첫사랑은 청소년기에 한번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처럼 아픔을 선사하지만 그 아픔만큼 성숙해진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