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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악녀
페이 웰던 지음, 김석희 옮김 / 쿠오레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가 출근 전에 한다. 우연히 보게 되어 끊질 못하고 매번 보는데 이 드라마가 갈수록 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만 보게되는 이유는 이런 거다. 과연, 모든 것이 그 여자는 잘못인가? 물론 남의 남편을 탐하고, 언니를 질투하고, 급기야는 살인마저도 행하기에 나쁜 여자이긴 하지만 그 원인을 캐보면 꼭 그 여자의 잘못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여자가 정말 잘못한 것은 불륜의 상대인 남자의 아내를 무시한 죄, 그 뿐이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세상의 모든 아내들이 들고 일어나겠지만 불륜과 로맨스는 입장의 차이일 뿐이다.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 이런 구성은 여태 많은 책과 영화 드라마에서 보아온 플롯이라 사실 무진장 진부하다.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 지 뻔히 보이며 결과 역시 보나마나다. 남편이 애인에게 가면 아이와 함께 아내는 남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애인만 버림 받아 세상의 남자는 믿을 놈이 한 명도 없다며 상처를 받겠지만 이 책 『에덴의 악녀』는 조금 다르다. 아내의 복수가 한 몫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작가인 조경란도 『혀』에서 다른 여자에게로 간 헤어진 남자에게 잔인한 복수를 하지만 그것과는 또다른 섬뜩한 복수가 나온다.
표지에서 보듯이 아내의 모습은 외모로 봐서도 전혀 호감이 갈 인물이 아니다. 더구나 둘이 사랑한 사이도 아니었기에 남편의 외도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너무 억지스런 면도 없지 않아 읽으면서 내내,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한거야? 이렇게 다재다능한 아내가 그동안 왜 그러고 살았어? 더구나 아내가 하는 일은 어찌하여 모든 일들이 척척 진행되는 것이야? 하며 살짝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런 모든 일이 마지막에 가서야 아하! 그래서였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러니 그 뻔함에 식상하다며 읽지 못한다면 마지막 반전의 맛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나올 당시에 '페미니즘 문학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뻔한 내용이 그래도 읽힌 것은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간결한 문체와 날카로운 심리 묘사, 빠른 전개와 남성우월적인 것에 대한 풍자 같은 것이 그 뻔한 것을 채워주고도 남음이니 말이다. 어쨌든 여자에겐 아내 있는 남자 잘못 만나면 인생이 박살나는 것을 보여주고(위의 드라마 역시 철저하게!!) 아내가 있으면서 바람을 피우는 남자에겐 그 죗값을 톡톡히 보여주는 왠지 억지스럽지만 무시무시한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불어 머릿속에 떠오른 책은 앞서 말했듯이 조경란 작가의 『혀』이며, 아내 루스의 성형수술을 보며 김아중이 나온 영화 <미녀는 괴로워>도 떠올랐다. 『혀』 같은 경우에는 언젠가 작가에게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은 바 있어 이 책을 덮으면서 특히 더 많이 생각이 났다. 과연 어떤 부분? ^^
이제 나는 메릴스트립이 나왔다는 이 책의 원작 영화나 한번 뒤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