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을 읽다 보니 앞부분 저자가 파리로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나오는 글이 왠지 낯이 익다. 이건 오로지 내 생각일 뿐이지만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의 저자는 한때 사회부 기자였다. 사회부라는 곳이 어떤가? 살인 사건은 물론이고 치정, 강간 등 사회에서 일어나는 못 볼 것들을 취재하는 곳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밥벌이 자리가 위태한 곳이기도 하다. 저자가 말했듯이 그런 탓에 사건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사건이 일어나면 어느 신문사보다도 빨리 취재를 하여 신문에 대문짝하게 그 처참한 사진이나 글을 써 내고서 회심의 미소를 짓거나 어느 집 문간에서 눈물로 범벅된 어머니에게 몇 시간 전에 죽은 아들의 학창시절 사진을 빨리 달라고 재촉하는 비열한 짓을 하기 일쑤이다. 사회부라는 곳이 그런 곳이란다. =>그랑제의 소설 『검은선』에 나오는 마르크 역시 기자이다. 파파라치를 하다가 애인이 죽자 '죽음'과'악'에 관심을 갖고 살인사건을 취재한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의 제레미가 이러한 범죄사건에 관심을 가진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내게는 알려질까 두려운 비밀이 있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더더욱 캐내고 싶었다. 어둠과 불행에 둘러싸여 있으면 내가 거의 정상인 듯 느껴졌다" 처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쩐지 어디서 많이 들은 듯하다 했는데 아마도 『검은선』의 마르크에게도 비슷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많은 듯하다. 마르크에겐 두 번의 아픈 과거가 있다. 친구의 죽음과 애인의 죽음을 목격한 사실이다. 친구는 자살이었지만 애인은 너무나 처참하게 살해를 당한 터라 그 이후 마르크는 '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제레미가 사회부 기자를 그만 두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한 절도범의 전화로 인해서다. 그 절도범과는 서로 술을 마시는 관계였고 그런 관계에서 서로에게 유익한 정보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그러다 보니 절도범으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늘어놓게 되고 그 당시 책을 쓰고 있던 제레미에게 그 절도범은 사적인 도움까지 주게 된다.(금고털이에 관한 상세한 정보 같은) 그런 과정에서 절도범이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한 부분과 절도범의 이름까지 책에 넣는 실수를 저지른다,(물론 실수라기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상 빠트릴 수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나의 추측^^) 그 사실을 책이 나온 후 알게 된 절도범이 제레미에게 전화를 하여 협박을 한 것이다. 이건 '배신'이다. =>그랑제의 소설로 넘어가 보자. 마르크는 연쇄살인범인 르베르디를 취재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그는 감옥에 있으며 어느 누구도 만나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취재는? 머리를 쓴 마르크, 펜팔을 하는 거다. 그것도 여자 이름으로. 호기심을 잔뜩 적은 글을 보내 르베르디가 '혹'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교류한다.(자세한 것은 책을 읽어보시라!^^) 그 과정에서 제레미의 절도범처럼 르베르디도 마르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 또한 '배신'이라는 단어에 무쟈게 민감하다. 그럼 르베르디도 마르크에게 이건 '배신'이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그건 읽어보시라!^^)

절도범이든 살인범이든 일단 그들은 폭력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제레미의 말에 따르면 어쨌든 그들은 살인자와 갱이 수감되는 가장 경비가 심한 교도소에서 복역했으며 '배신'하면 어떻게 될지 언질까지 주었다고 한다. 그러니 책을 읽고 제레미에게 전화한 그 밤에 절도범은 '배신'에 대해 말을 하며 겁을 준 것이다. 더구나 외출하고 돌아와 보니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다. 제레미는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러고선 그 길로 친구집으로 피신한다. 공포에 사로 잡혀서. => 그렇다면 『검은선』의 마르크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배신'했나? 둘이 별 일이 없었나? 아..입이 근질거리지만 더이상 말을 할 수가 없다. 읽어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별 것도 아닐 수도 있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이라곤 없다. 두 이야기는 전혀 다른 장르이고 앞부분에 나오는 제레미의 이야기는 사실이지만 마르크의 이야기는 허구다.(물론 그랑제는 완벽한 장치를 위하여 리얼리즘을 추가하면서 서스펜스를 고조시켰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같은데 하고 생각했던 것은 『검은선』을 읽자마자 바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을 읽은 탓이고 내가 아직도 『검은선』의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일게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생각이 난다. 르베르디와 마르크와 엘리자베트와 하디자와 뱅상 그리고 오두막집. 그만큼 『검은선』이 재미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읽고 있는 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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