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 - 이상은 in Berlin
이상은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독일'을 떠올리면 맥주가 생각나고 '베를린'을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빔 벤더스의 영화<베를린 천사의 시>가 생각난다. 전승기념탑이라 불리는 탑 위에서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천사와 함께.

『삶은…여행』은 그곳 베를린을 다녀온 가수 이상은의 특별한 코멘이 담긴 책이다. 멋진 사진이나 작가처럼 멋진 글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왠지 삶과 여행에 대해 작은 깨달음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카이저 빌헬름 교회,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포츠다머 플라츠, 로자 룩셈부르크까지 어디선가 들은 듯도 하고 처음 들어본 듯 생소한 이름들이 나를 유혹한다. 이로써 내겐 또 한 곳의 여행지가 추가 된 셈이다. 물론 언제쯤 그곳으로 여행을 떠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상은에게선 보헤미안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미국과 영국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일본에서 한국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예술적인 뮤지션, 그래서일까? 베를린이라는 도시와도 꽤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여행기, 베를린을 대하는 그의 모습, 이 책에 수록된 그의 음악마저도.

넘치는 여행 서적의 홍수 속에 또 한 권의 여행 서적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이상은이기에 그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과 그의 보헤미안적인 예술의 기질을 아는 이들에겐 멋진 선물이 될 것 같다.

수록된 음악이 너무 좋다. 특히 '초승달'과 표제작과 같은 제목의 '삶은…여행' 그리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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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두 권의 소설을 읽었다. 우리나라 문학을 대표하는 두 출판사에서 나온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 굳이 두 권을 같이 읽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를 읽다 보니 『쿨하게 한걸음』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같이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나에겐 친구의 수다와 다를 바 없는 소설이라는 거다. 그래서 좋았다는 거냐? 나빴다는 거냐? 하고 물으신다면 그저 쩜쩜쩜! -.-;; 두 이야기 모두 대공감하는 소설이었으나 그 대공감이 너무 지나쳤다고만 하련다;;; 그리고,

이유를 말하자면 이렇다. 저 책들을 읽는 그 주에 나는 두 건의 약속이 있었고 그 두 건의 약속이 모두 여자친구들과의 만남이었으며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었기에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이 많았다. 일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남자이야기, 가족이야기, 친구들이야기 등등 이틀을 나누어 그 친구들과 도합 10시간에 가까운 수다를 떨었던 것인데 그 이야기들 속에 이 책들에 나오는 에피소드들 뿐아니라 웬만한 여자들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모두 다 나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필이면 그런 후에 이 책들을 읽게 되었으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내도록 고개가 끄덕거려진 건 사실이다. 맞다. 옳은 소리다. 그렇지!!

그러나 싱글녀들의 등장소설은 이제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자기 또래의 현실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제일 쉬운 소설작법일 수는 있겠으나 그런 이야기들은 이미 기존의 작가들이 다 써먹은 내용들이다. 읽으면서 내내 다음 내용이 뭘지 눈에 선하고 뻔하다면 그 소설은 시시해버리고 만다. 작가가 쉬운 일은 아닌 줄 안다. 나는 시시하다고 하는 그만큼도 글로 표현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등단하고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존경스럽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런만큼 작가들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구하고 상상하고 문장 하나에도 등단한 작가로서의 내공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읽고 나서 '이게 뭐야?' 나도 이 정도는 쓰겠네..하는 생각을 독자가 했다면 그건 작가의 노력이 미흡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마 독자가 '이 정도'라도 쓸 수나 있겠냐마는. 아무튼.

다행이라면 두 작가 모두 이제 새내기 작가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그래서 난 그들의 가능성을 믿는다. 처음부터 잘 쓰는 작가보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멋진 글과 훌륭한 작품을 써내는 작가를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박주영 작가의 경우 이번에 두 번째로 그의 작품을 접하는데 처음 작품보다는 이번 작품이 훨씬 좋았으며 서유미 작가의 경우 대 창비의 첫 장편소설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와 부담 백배 가지고 있겠지만 나름 서른셋 싱글녀의 성장통을 잘 그려낸 점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뭐, 이렇게 적고보니 주제도 모르고 끼적거린 것 같아 민망하지만 한 사람의 독자로서 한국문학을 무척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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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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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참 묘한 소설이었다. 문체도 그렇고, 끊임없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내용도 그렇고, 읽으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문장부호 하나 없이 내용인 듯 설명인 듯 헷갈리는 문체에서 몇 번이나 앞으로 넘어가기를 반복하게 만들더니 어느새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상한 묘미를 맛보게 하는 독특한 소설.

특히 보안관 벨의 넋두리 중 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30년대에 전국의 학교에 보내는 설문조사에서 학교 교육에서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선생님이 수업 중에 떠들거나 복도에서 뛰어다니는 일, 껌을 씹거나 숙제를 베끼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겨우 40년이 지난 시점에 그 질문을 다시 했더니 돌아온 답은 강간, 방화, 마약, 자살과 같은 끔찍한 답변이었단다. 비록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허구라고 단정하기엔 너무나 맞는 말이기에 벨의 걱정처럼 앞으로 40년 후엔 과연 얼마나 괴상한 것이 등장하려는지 나도 걱정이 된다.

이 책은 나름 스릴러의 형식을 띠고 있다. 살인이 벌어지고 누군가 그 처참한 장면을 목격하고 그들의 돈을 훔쳐 달아난다. 그리고 그 돈을 되찾기 위해 그 뒤를 쫓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살인이 저질러진다. 이 살인범의 역할은 그야말로 극악한 자의 표본이다.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무조건 죽인다. 아무 죄책감도 없으며 동전의 앞과 뒷면으로 상대방의 생과 사를 결정하면서 피해자에게 선택권을 주었다고 합리화한다. 이런 어이없는 살인범의 행태가 오싹하리만큼 무섭고 두려움을 가져온다. 또한 소설 전반에 흐르는 야릇하면서 은근한 사건 전개들은 언제 잡힐지 모르면서 도망치는 모스로 하여금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살인범이 누구이며 누가 쫓기는 자이고 쫓는 자인지를 미리 밝히면서 시작하지만 초반엔 등장인물과 내용과 대화와 설명이 뒤죽박죽 정신없이 뒤섞이므로 집중을 해야만 할 것이다. 누구의 말처럼 이 책은 결코 ‘친절하게’ 문장을 이끌어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불친절함’속에 곁들인 글을 읽으면서 그 장면을 상상하다보면 음울하고, 묵시적인 왠지 독특하면서도 글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배경들이 떠오른다.(아마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말에 이런 상상력이 더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독특한 플롯의 스릴러, 살인을 저지르면서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현대의 문명인들과 이제는 일상처럼 느껴지는 뉴스 속의 수많은 끔찍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면서 또한 책을 읽는 재미까지 선사한 문학작품. 영화로도 볼 생각이다. 어쩐지 영화로 만들어서 실패한 책들하고는 다른, 꽤 괜찮은 영화일 듯하다. 끔찍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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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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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면서 짠하고 가슴 뭉클한 책이었다. 이미 소문이 날대로 난 『완득이』를 펼치자마자 정신없이 읽었다. 킥킥거리면서 웃다가 어느 한 구석에선 갑자기 숙연해지다가도 똥주 선생의 걸걸한 한마디가 던져지면 그만 다 잊고 또 킥킥거렸다. 누구에게나 ‘나만의 똥주 선생’이 한 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똥주 선생이 한마디 던질 때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생님이 내게도 있으니 말이다. 『완득이』덕분에 오랜만에 그 선생님을 한참동안 그리워했다.

아무리 청소년 소설이어도 너무 가볍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닌 것 같다. 가벼움 속에 엿보이는 그 정도의 진지함이라면 충분하다고 본다. 아버지와 ‘난닝구’삼촌이 관련될 때만 ‘욱’하는 성질이 나와 머리로 보다는 몸으로 먼저 반응하는 완득이이지만 가난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고 있는 완득이를 보면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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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를 찾아라! 한국사 기네스북
이광렬 지음, 손근미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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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임머신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지금 시대에서 딱 100년 전의 시대로 한 사람이 돌아가서 그 시대의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좋아한다. 그 시대엔 없었던 물건들을 들이대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 것인가? 생각만 해도 재밌다.(좀 짓궂은 면이 없진 않지만;;;)

이 책은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대에 '최초'로 나타난 물건들, 스포츠, 교통수단 등을 기네스라는 제목으로 설명한다. 한국사에서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는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시계보고 놀라고, 전등보고 놀라고 축음기 소리에 귀신 나타났다고 도망가고. 어디 그 뿐인가? 카메라가 처음 들여왔을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처럼 영혼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여겼다니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자동차 역시 처음 봤을 땐 괴물이 나타났다고 소리 질렀다고 하며, 활동 사진인 영화는 외세 침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처음엔 다들 꺼려했다고 한다. 그렇게 '최초'라는 것은 신기함과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임이 틀림없다.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많고 덜 흥미로울 수도 있겠지만 문명의 모든 혜택을 받고 있는요즘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 아주 신나할 것 같다. "뭐 이런 걸 보고 놀라?" 하며 말이다. 

한국사의 최초를 찾아 떠나는 여행,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간 것마냥 즐겁고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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