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왔다! 한창훈 쌤의 소설집, 『그 남자의 연애사』 꺄~~아!! ^------^ 

언제나 '운'이 좋은 관계로 서점에 깔리기 전에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표지가 뭐랄까, 매우 고혹적이다.(하긴 한쌤 책이라면 뭔들 안 그렇겠냐마는) 사진 속의 남자 뒤로 세월이, 시간이 흐르는 듯하다.  제목 아래 이런 문장이 들어 있다.

 

"숱한 이동과 이별의 마침표를 찍어줄 인연 하나가 바다 위 널빤지처럼 저만치에서 떠내려오고 있는지도 모를 일 아닌가"

 

 어느 단편(표제작이었다!^^)에 나오는 글일까, 이런 인연이라니!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나는 대부분 다 찾아 읽은 것 같다. 한동안 한창훈 쌤의 작품에 빠져 있을 때, 오래된 단편들은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다. 나, 열렬 광팬!^^;

 

 

 

발문을 김민정 시인이 적었는데, '연애사'라는 단어 때문일까, 본인의 이야기와 글들과 한창훈 쌤과, 잘 어울리게 맛깔나게 글을 적었다. 와, 몹시 맘에 든다며. 김민정 시인이기에 이렇게 적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가방에서 저 가방으로 바꿔 들 때마다 빼먹지 않고 옮겨담으로 그 끝이 너덜너덜해진 도합 아홉 편의 소설뭉치로 나는 봄을 났다.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다가 "친구의 언니가 없었다면 이름도 바꿨을 것이다. 현미 민정 이런 정도로"라는 구절 속 내 이름을 발견한 것이 어쩌면 운명이겠거니 하는 유치한 계기를 필두로 삼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좋고 마냥 좋아서 책상에서 읽고 소파에서 읽고 똥을 누면서도 읽고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소설뭉치를 수건에 싸서도 읽고 서서도 읽고 그것도 모라자 한두 장 읽다 잠들 게 뻔하면서도 침실까지 가지고 들어와 침대 위에 배 깔고 누워 읽다 줄줄 종이 흘리기도 여러 날이었다. 깨어보면 키우고 있던 새끼고양이가 꼭 그 종이 위에 올라앉아 곤한 잠을 자서는 목을 쥐어잡고 강제로 들어올려야 했던 적도 꽤 여러 번이었다. 그렇게 따스한 온기로 마주한 페이지마다 참 섧다 싶은 남의 사랑이 마치 내 사랑인 양 날 울리고 날 웃겼으니, 맞다. 누군들 "사랑에 빠졌고 그리고 헤어졌다는 것", 이 단순한 줄거리로부터 다른 사랑의 물줄기를 타고 내릴 수 있으랴."

 

 

 

표3엔 문학동네에서 나온 한창훈 쌤의 작품들 소개가 되어 있다. 한 출판사에서 책을 냈을 때의 유리함이랄까. '내' 작품에 다른 작가의 작품이 소개되지 않으니 얼마나 좋아^^

 

 

 

표4, 뒷표지엔 문학평론가이신 서영채 선생님의 추천사가 적혀 있다. 이 추천사도 완전 좋다.

 

"뛰어난 작가들의 세계라 해도 한결같을 수는 없다. 젊은 나이에 자신의 대표작을 쓰고 문학적 여생으로 사는 작가들도 있고, 뒤로 갈수록 점입가경이 되어가는 작가들도 있다. 한창훈은 후자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그렇다. 나도 그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그의 이야기들이 갓 잡아올린 물고기처럼 펄펄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 소설을 좋아하지 않기는 힘든 일이다.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세상을 바라보는 너그러움과 유머가 존재의 슬픔을 감싸고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었다. 눈은 다음 페이지를 재촉했지만 책장 넘기기 아까운 손은 자주, 남은 페이지를 확인하곤 했다. 이 책이 많이 읽히기를 말하기는 어렵다. 틀린 말이라서가 아니라 농담처럼 들릴까 걱정스러운 탓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에게 권하고픈 마음 때문이라고도 말 못 한다. 이것은 그 이상이다. 권하노니, 애생과 일등 같은 '너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번 확인해보시라."

 

 

 

그리고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왜 매번 그럴 수밖에 없는가

사랑을 뜻하는 스페인 말이 'amor'이다. 'mor'는 죽음, 'a'는 저항하다, 이다. 사랑은 죽음에 저항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 단어를 알고 나서야 독한 불면과 눈물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들이 거듭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우리들의 연애사이다."

 

그럼, 나는 이제 '애생'과 '일등', '그 남자'와 '그 여자'를 만나러 가야겠다.

 

 

 

맞은편 섬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다. 보기 좋다. 여기서는 노을이 하루에 한 번밖에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저녁노을이 지면 갈 곳이 저런 술집밖에 없거든요. 남편이 했던 말이다. 어린 왕자는 해가 지는 것을 마흔세 번이나 연속 봤다지. 맞아 저 노을 때문에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쓸쓸함. 어린 왕자는 쓸쓸한 것을 좋아했던 거야. 남편은 그게 싫었던 것이고. 

 

해가 지는 풍경이 없다면 사람은 좀 덜 다치고 덜 한숨 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생은 그런 것들이 좋다. 바다 위로 지는 노을, 아침의 맑은 기운, 따뜻한 봄 날씨, 동박새 우는 소리, 벼랑에 핀 나리꽃...... 그런데 따져 보면 사랑하는 대부분의 것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남편의 사랑이 늘 그런 것처럼 사랑은 소유와 아무 상관없다.

밤이 되자 서늘하다. 춥기는 하지만 친구란, 문이자 방이면서도 이불과도 같다. 같이 있으면 포근하다. _「애생은 이렇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obody 2013-06-1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말이 정말 멋집니다.
사랑은 죽음에 저항하는 행위!

저도 오래 기다리던 책인데 드디어 만나는 군요~ ^^

readersu 2013-06-12 16:56   좋아요 0 | URL
완전완전완전!!! 좋아요 ㅎㅎㅎ

감은빛 2013-06-1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군요.
한창훈 샘의 진짜 연애사라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요. ^^

readersu 2013-06-13 14:1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잘 지내시죠?^^
소설집이에요. 주로 연애, 사랑 그런 주제로.
그치만 달달한 게 아니라 아시죠? 한창훈식 사랑.
진짜 연애사라면 진짜 재미있겠지만, 설마!!^^
좋아하실 거예요.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