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오길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하면 거짓말이구요. 소설이므로 사실은 많이 기다리긴 했어요. [자음과모음] 계간지에 연재할 때부터 읽었던 책이라, 단행본으로 언제 나오나 기다린 것은 사실이니까. 다들 표지가 예뻐다고 할 때, 저는 아우, 뭐야? 표지 왜 이래? 했었는데 막상 실물을 보니까 진짜, 예뻐더군요. 더구나 살짝, 옆으로 돌린 저 소녀의 이미지가 그나마 봐주겠더라는. 첨엔 좀 어색해서 마이 투덜거렸지만도^^;;
아, 그것 보셨어요? 북트레일러 티저 영상이 나왔는데 그기 보니까 양갈래로 땋은 소녀의 뒷모습이 나오더라구요(무려 작가의 '멋진' 모습도 보이더라는!). 그 소녀의 모습과 요조의 낭독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리더군요. 동영상을 어찌 올리는지 모르니, 그건 패스하고 궁금하시면 유투브에 들어가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치면 나온답니다. 본 영상이 아니고 티저 영상이므로 나중에 본 영상으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한데, 티저 영상으로 보니, 본 영상이 진짜로 궁금해지더라구요.
암튼 책을 받고 한참을 겉표지를 쳐다보다가, 겉표지를 벗겼다가, 잘 생긴(아우, 프로필 사진 예뻐요!^^) 작가 얼굴 한번 봤다가, 작가의 말을 읽었습니다. 뭔들 안 좋겠냐마는, 역시 좋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작가의 말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
나를 혼잣말하는 고독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바로 그 심연이다. 심연에서, 거기서, 건너가지 못한 채, 그럼에도 뭔가 말할 때, 가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 때, 그때 내 소설이 시작됐다.
나의 말(言)들은 심연 속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다시 써야만 한다. 깊고 어두운 심연이, 심연으로 떨어진 무수한 나의 말들이 나를 소설가로 만든다. 심연이야말로 나의 숨은 힘이다.
가끔,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나의 말들이 심연을 건너 당신에게 가닿는 경우가 있다. 소설가는 그런 식으로 신비를 체험한다.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신비를 체험한다.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어둠 속에서 포옹할 때, 두 개의 빛이 만나 하나의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듯이.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_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