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것이 책은 사고사고 또 사대어도 끝이 없다. 작가는 끊임없이 글을 쓰고 책을 펴내야만 먹고 살테니 그걸 탓할 수는 없고 내가 아무 생각없이 끌리는 족족 책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 그것도 안 된다면 책을 안 읽으면 되는데(-.-)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이 나왔다. 알라딘에서 어찌나 잽싸게 문자를 보냈는지 반가워서 확인하러 들어오니 페이지도 아직 안 만들어져 있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마음에 여기저기 알리고. 표지가 상큼발랄하다. 제목도 맘에 든다. 《지지않는다는 말》, 이기겠다는게 아니라, 지지않겠다는 말!!! 달리기 이야기라고 하는데 코끼리가 운동화 신고 뛰는 모습이 참 흥미롭다. 한데 출판사 책소개는 자못 진지하다.

김연수가 내놓은 이 책은 지금까지 봐 왔던 흔하고 빤한 달리기 예찬론이 아니다. 이 책에는 그가 달리기를 하면서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달리기로부터 얻은 인생의 깨달음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다. 백수의 서글픔을 달래고자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던 스물여섯 살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달리면서, 인생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배운 김연수는 달리기의 여러 가지 매력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죽도록 달리기만 하자는 말이 아니다. 애써 달리지 않아도 되는, 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가 달리기광이라는 사실을 그동안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달리기로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 공감이 간다. 나도 한때는 마라톤도 하고 뛰어보기도 했지만(그것도 안 하니 이젠 5분도 못 뛰는 신세) 완주했을 때의 쾌감, 끝내준다. 하긴 등산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겠지. 힘들게 올라가 정상에 섰을 때의 그 느낌. 아무튼 달리는 과정에서 그가 느끼는 인생의 깨달음이 들어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희망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절망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러너는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김연수는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인생의 벽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또한 소설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매 순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있는 만큼 견디며 극복하고,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면서 살아간다. 김연수는 이런 삶의 자세 덕분에 인생이 더 소중해졌고 삶은 희망과 맞닿게 되었다고 기록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버티어 이겨내는’ 삶을 권하고, 삶의 고난 앞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관용과 무덤덤함을 끄집어내어 다시 한 번 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바로 예술”이라는 든든한 말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루저(loser)’라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소개글은 뭔가 자기계발서(!)같은, 약간의 어색한 면이 없진 않지만 책을 읽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일은 나쁘지 않으니까, 패스. 책이 내 품으로 오는 그날까지 기대기대.

 

 

 

또 한 권의 예판 도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7년만이란다. 그동안 꾸준히 《끌림》이 나갔고 그 책과 비슷한 류의 여행에세이가 여행지의 정보만 소개하던 여행서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지만 《끌림》의 독자들로선 아류작(!)이 아닌 그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의 또 다른 산문집을 눈빠지게 기다렸을 것이다. 새 책이 안 나오니 다들 읽고, 읽고, 또 읽고. 그걸 알기에 작가도 내야지, 내야지 하면서 7년을 끌었겠지. 아무튼 기다린 보람은 있다. 마침내 나오고 말았으니.

 

제목도 멋지다. 역시 시인의 감성이 들어간 것 같다. 내용도 보나마나 멋질 것 같다. 물론 나는 광팬이니까 무조건 좋아라 하긴 하지만도 일단 읽고 싶게 만드니까, 광팬이 아니라도 어쩔 수 없다는. 부제로 붙은 문장, 짱! 좋다.

 

"당신이 좋은 건, 내겐 그냥 어쩔 수 없는 일" 꺄~오!

 

 

그니까, 그대들이 좋은 건, 내겐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이렇게 예판부터 흥분을 해대며;; 암튼, 7월엔 두 권의 책에만 빠져도 한 달이 다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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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2-06-2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된 것이 책은 사고사고 또 사대어도 끝이 없다.... 저도 그래요. 왕동감.

readersu 2012-06-22 17:08   좋아요 0 | URL
7월엔 또 어떤 작가들이 책을 들고 나올지 슬쩍 걱정도 하면서^^;;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가 책을 내면 어쩔 수 없이 또 사고 싶고;;

이진 2012-06-2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된 것이 책은 사고사고 또 사대어도 끝이 없나요.
이럴수가. 김연수 작가가 달리기에 관한 책을 쓰다니. 허허허허허허
마침 은희경의 소설을 읽으며 달리기에 매력을 느끼고 내일 모레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처음 접하며, 그 책을 달리기에 관한 에세이로 읽으려 했는데 김연수 작가도 달리기.
돈.... 없단 말입니다. 하. 작가님들 좀 쉬어주십사 ㅋㅋㅋ

readersu 2012-06-25 10:21   좋아요 0 | URL
달리기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달리면서 생각한 많은 것들이 쓰인 책이라죠.

제 말이요. 조만간 김애란 작가 소설집도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던데..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