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아무래도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죄다 책을 내기로 작정을 했나보다. 신간은 절대 안 살거야! 새해 벽두에 다짐을 했는데 좋아하는 작가들이 마치 짜기라도 하듯 연이어 신간을 출간한다. 그 사이사이 궁금해보이는 책들은 왜!! 자꾸만 출간되고 있는지. 봄도 오고 새 옷도 사고 싶고 예쁜 구두도 장만하고 싶은데 그 모든 지출이 책에게 집중되어 내게 멋부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책 읽는다고 새 옷이 나오는 것도, 맛있는 게 생기는 것도 아닌데(아, 신간 이벤트 당첨되면 작가와 여행가는 행복한 일은 생기기도 하더라^0^) 아무튼 이번 주 들어서면서부터도 신간 '뽐뿌'가 장난아니게 들어와서 눈 돌아간다.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면 안 사면 그만인데 일단 보관함으로 넣어두고 왜 고민하는지 나도 모르겠다(혹시 아는 사람?). 아무래도 지를 것만 같은 '무서운' 책들!

 

 

알랭 드 보통이 정이현과 동시에 글을 쓴다는 소식을 듣고서부터 궁금하긴 했더랬다. 알랭 드 보통은 나로 하여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궁금하게 만들어 필사를 하게 만드는 작가. 그가 '결혼'에 관한 글을 썼다고 하니 오홋, 아이는커녕 결혼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나는 정이현의 '연애'보다 알랭 드 보통의 '결혼'이 더 궁금해지고 말았다나. 그는 얼마나 냉철하고 분석적으로 결혼 이야길 풀어놓았을까? 혹시 그걸 읽고 결혼이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독신을 고집하는 나의 불안한 마음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알랭 드 보통! 책소개에 보니 이런 글이 실려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사소하고, 남들이 보기엔 터무니없는 종류의 싸움 때문에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면, 이는 모두 야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상대가 내 눈에 어떤 사람으로 비쳐야 하고, 그와 함께하는 삶이 어떻게 펼쳐져야 마땅하다는 이상(理想)을 바탕으로, 서로의 행복을 염원하는 것이다. 이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질문, 즉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어떤 집을 장만할 것인가에서부터 가장 낮은 수준의 질문, 소파는 어디에 놓고 화요일 저녁엔 뭘 하며 보낼까에 이르기까지, 광대무변한 행위들의 범주를 두루 아울러 최고의 완벽을 구현하려는 시도다."

 

역시 알랭 드 보통의 철학적인 문장, 맘에 쏙 든다. 제목도 그렇다. '사랑'이라는 단어와 '기초'라는 단어가 섞이는 것은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알랭 드 보통을 떠올리면 '여행'과 '기술'이 어울리듯 자연스러워진다. 알랭 드 보통의 17년만의 자전적 결혼 소설이란다.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 작가의 말이 맘에 와 닿는다.

 

“이 소설은 ‘오래된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최초의 행복감이 자취를 감춘 뒤에, 내가 그토록 매혹되었던 낭만적 사랑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사랑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낡은 사랑의 초상이 독자들에겐 암울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작가인 나는 이것이 진지하고 성숙한, 조심스럽지만 보다 희망적인 답이 되길 바랄 뿐이다.”

 

 

 

김수영이다. 아니, 강신주다. 난 강신주의 책을 제대로 읽은 게 없다. 책을 다 사서 꽂아두고선 뜬금없이 한 챕터 읽고 다시 꽂아두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책을 내면 살까말까, 망설이기 몇 번하다가 사서는 그냥 꽂아둔다. 한데 강연 때마다 그가 말하는 김수영에 관한 책이라니! 이건 뭐 바로 장바구니로 들어갈!(-.-) 책소개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김수영을 위하여》는 강신주가 본격적으로 자기 지향점을 드러내는 책이다. 즉 철학자로서 인문정신이라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자기 이야기’를 써 내려간 책이다. 이 책은 시인 김수영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문학비평서가 아니다. 민족주의 시인으로 오해 받았지만 실은 강력한 인문정신의 소유자였던 김수영을 통해 한국 인문학의 뿌리를 찾는 철학서이다. 다시 말해, 1960년대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이 땅의 자유와 인문정신에 대한 강신주의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며 인문적인 고백록이다.


 

강신주 덕분에(!) 구입한 김수영 시와 산문도 아직 제대로 못 읽었는데ㅡ

 

 

 

시인의 산문집이 또! 나왔다. 이번엔 이정록 시인이다. 어익후야! 시인으로 등단하고 20년만에 처음으로 낸 산문집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상이 시로 바뀌는' 아주 기막힌 시상을 지닌 그의 시들. 그런 평범한 시 속에서 슬쩍 내비치는 감수성 강한 시구들. 이정록 시인의 시를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한데 그의 시, 일정 부분은 어머니가 툭툭 내뱉는 말들이 시로 바뀐다는 사실.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이 책으로 인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될 듯.

 

할머니가 빗물이 고인 고무신을 토방에 닦아 세우며 마루에 오르신다.
“왜 우리 집 복숭아가 제일 쪼끔이래유?”
나는 볼멘소리로 할머니를 흘겨본다.
“다른 아주머니들은 그저 많이만 달라고 보채니께 그렇지.”
“할머니도 많이 달라고 하면 되잖아유?”
할머니가 거친 손으로 나와 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 얼굴은 할머니 때문에 군살이 박힐지도 모른다.
“아니, 세상에서 젤로 이쁜 우리 손주들이 먹을 것인디, 내가 어찌 많이만 달라고 헌다냐?”
“난 많이 먹고 싶단 말이여.”
“훌륭한 인물이 될라믄 이쁘고 잘생긴 걸루만 먹어야 혀.”
“그럼 여기 썩고 병든 것은 왜 가져왔댜?”
“그건 할미 거여. 할미는 이도 션찮고 잇몸도 부실혀서 딱딱한 복숭아는 못 먹어. 공짜로 얻은 거여.”
“그거 빼니께 몇 개 되지도 않네 뭐.”
“그랴도 세월 과수원에서는 최고 특상품으로 가져온 겨.”

 

시 속에 보이는 충청도 사투리가 정겹고 웃기고 재미있는데 산문집은 더 그럴 듯해서 기대 잔뜩이다. 《시인의 서랍》속에 숨겨진 '코 끝 찡하다가도 슬며시 웃음 터지게 하는 감성'적인 이야기들, 그가 만들어낸 시 속에 사람 이야기. 아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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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4-2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정록 시인의 시 좋던데 산문집이 나왔군요.
낼름 담아갑니다.^^
그리고 보통과 정이현이 같이 썼다는 저 책도 유혹이네요. 이것도.^^

readersu 2012-04-27 10:29   좋아요 0 | URL
이정록 시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도 그런 독자 중에 한 사람이고. 그래서 산문집에 대한 기대도 많답니다^^;
세 작가 모두 제가 좋아하는 분들일 뿐이지만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blanca 2012-04-2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랭 드 보통과 정이현 ㅋㅋㅋ 꺄아, 정말 기대됩니다. 예고편도 유튜브로 보고 더 기대되네요. 미처 몰랐던 신간 소식 감사합니다.^^

readersu 2012-04-27 10:30   좋아요 0 | URL
책이 곧 나올 거라는 소식 듣고 기다렸다가 올라오자마자 찜부터 해버리고 말았답니다. 어떤 감상을 안겨줄지 마구 기대가 되더라구요^^

해라 2012-04-2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꾸욱 ㅎ
어찌 안사고 버티겠어요 ㅜ ㅜ 저도 그냥 말없이 담습니다! ㅎ

readersu 2012-04-27 10:31   좋아요 0 | URL
감사감사.
절 지르게 한 지름신이 해라님에게도 옮아갔군요!
좋은 소식!! 우리 모두 책을 많이 사서 읽어야해욤^^
(흑, 근데 요즘 책값들이 장난아니게 비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