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한강과 같은 것이라고. 해가 지는 쪽을 향해 그 너른 강물이 흘러가듯이, 인생 역시 언젠가는 반짝이는 빛들의 물결로 접어든다. 거기에 이르러 우리는 우리가 아는 세계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사이의 경계선을 넘으리라. 그 경계선 너머의 일들에 대해서 말하면 사람들은 그게 눈을 뜨고 꾸는 꿈속의 일, 그러니까 백일몽에 불과하다고 말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내가 본 그 수많은 눈송이들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인간은 누구나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고,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그 빛들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원더보이>를 연재할 무렵엔 정훈을 14살 소년으로 정해두고 있었단다. 그 소년이 캄캄한 밤에 어딘가로 뛰어가는 모습만 그려두었다. 마감을 일주일 남겨두고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가 수업을 마치고(그 당시 한예종에 강의를 나가고 있었다고) 집으로 가는 꽉 막힌 도로에서 어떤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그때 그 음악을 듣는 순간, 눈송이, 캄캄한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눈송이(윌슨 벤틀리는 최초로 눈의 결정 사진을 찍은 과학자이다. 그는 그 눈의 결정 사진을 통해 그 많은 눈송이가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똑같은 눈송이는 하나도 없다. 세상에 하나뿐인 눈송이, 눈송이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육각형의 대칭구조와 금세 녹아버리는 아쉬움 때문. 그래서 모두 다른 눈송이는 '특별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 눈송이가 떨어지는 모습을 창문으로 바라보다 소년이 팔을 내밀어 눈송이를 손으로 잡는 느낌을 받았더란다. 그리고 집에 가자마자 마감?! 그때 나온 음악이 바로 Rodrigo Leao의 [Final] 이란 곡이다.


 

그러니까 <원더보이>는 잡으면 금세 사라지고 마는 그 수많은 눈송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훈과 강토 형, 재진 아저씨와 선재 형이 겪은 아픈 기억들, 어쩌면 우리 모두 오래도록 간직해야 할, 잡아버리면 사라지고 마는 눈송이처럼 쉽게 잊혀질 우리의 지난 일들에 관한.

 

산울림, 작가와 만남에서

 

 

*(윌슨 벤틀리에 관한 이야기는 봄나무의 그림책

《내 동생 눈송이 아저씨》에 나온다. 어제 그림책을 보다가

왜 작가들이 다들 '눈송이'에 관한 말들을 많이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떠오른 소설, 바로 《원더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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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3-0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채홍>을 읽고있는데 어서 빨리 <원더보이>를 읽어 버리고 싶어요!
아, 리더스님때문에 채홍을 접어두고 원더보이를 먼저 읽게 생겼군요 ㅋㅋㅋㅋ

stella.K 2012-03-06 17:52   좋아요 0 | URL
이진...너어~~~! 왕삐짐이닷! 으유!

이진 2012-03-06 21:41   좋아요 0 | URL
우하하, 이럴줄 알았습니다 ㅋㅋㅋ 스텔라이모가 보면 어쩌지...하고는 조마조마하면서 글썼다구요! 이미 채홍은 다읽어갑니다!!!!

readersu 2012-03-09 14:03   좋아요 0 | URL
지금 읽고 계시나요?
마음이 따듯해질거예요^^

stella.K 2012-03-0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목욜날 갑니다.^^

readersu 2012-03-09 14:03   좋아요 0 | URL
잘 다녀왔습니까? 좋았어요?
멋진 후기 쓰시면 제게도 보내주세요^^

stella.K 2012-03-09 16:04   좋아요 0 | URL
ㅎㅎ 좋았어요.
근데 마이크 상태가 별로 안 좋아 거의 못 듣고 지나간 게 많아서요.
거기다 김연수 작가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혼자 어깨 털털거리며 웃는데
그냥 재밌었어요.
독자 질문 시간에 언제 장가갈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동안의 비결은 뭐냐고 묻기도 하고.
근데 영화출연이 트라우마는 트라우마인가 봐요. 홍상수 감독이 그 작품 가지고 프랑스까지 갔다매요? 배역이 좋았으면 가문의 영광이었을 텐데 가문의 망신이라고 막 웃더라구요.ㅋㅋ
근데 홍상수 감독의 문제의 그 영화 뭔지 아시면 알려주시면 안되나요?ㅋ
참 열심히 쓰는 작가여요. 자신도 어떻게 그렇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또 털털대고 웃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