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에서 이번에 나온 《폭풍의 언덕》, 가입한 카페에서 세계문학 읽기를 하는데 담달 작가로 에밀리 브론테를 하기로 했다. 해서 곧 읽어볼 생각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이 불현듯 떠올랐다. 바로 일본판 《폭풍의 언덕》이라고 하는 미즈무라 미나에의 《본격소설》이다. 일본 작가들은 세계문학을 일본식으로 바꾸길 좋아하나? 아리시마 다케오의 《어떤 여자》도 일본판《안나 카레니나》라고 해서 두 권을 같이 읽어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두 권을 동시에 읽었을 때 어느 책이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스토리로 다른 문화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면 꽤 흥미로울 듯. 비교는 못하더라도 인물들과 시대적 상황, 역사까지, 연결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그럼 네 권의 책에 대한 간단한 수다! 

 

 

폭풍의 언덕》, 아주 오래 전에, 그러니까 학생이라면 이 정도의 세계문학은 읽어봐야 한다던 그 시절에 책을 잡았다가 몇 페이지 넘기지도 못하고 포기했던 소설이다. 처음부터 문학소녀가 아니었던 탓에 세계문학에 대해 말을 하면 할 말이 없다. 읽은 책이 별로 없으므로. 기억나는 것은 내가 《폭풍의 언덕》을 읽어보겠노라 책을 잡은 이유가 영화 때문이라는 거다. 텔레비젼에서 방영한 흑백 영화, <폭풍의 언덕>을 보다가 궁금해져서 그럼, 책을 읽어보자 했는데 실패했던 것. 이렇게 한번 포기하고 나면 다시 읽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못 읽었다. 아직까지도.

 

나이가 들어 이제 좀 책에 대해 재미를 붙이면서 세계문학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에 요즘 한 권씩 읽고 있긴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읽어야 할 다른 책이 많으므로. 한데《본격소설》이 일본판 《폭풍의 언덕》이었지, 떠올리고 나니 급흥미가 생겼다. 읽어낼 수 있을 것 같고 어떤 느낌인지 같이 읽어보고 싶어졌다나.

 

본격소설》은 책이 나왔을 때 상권만 읽었더랬다. 아마 그때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고전을 잘 안 읽는 사람이니까 이 책을 읽고 《폭풍의 언덕》을 읽겠노라. 하지만 그런 다짐을 제대로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어떤 여자》를 다 읽으면 꼭 《안나 카레니나》를 읽을테다, 마음 먹었는데 아직까지도《안나 카레니나》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상권이라도 읽은 《본격소설》은 꽤 흥미로웠다. 한동안 일본소설은 안 읽다가 접한 이 소설은 마치 근대 작가의 소설처럼 요즘 나오는 일본 현대 소설들과 달랐다. 더구나 강렬한 로맨스는 말할 것도 없고 패전 후 변화한 일본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어 꽤 두꺼운 분량임에도 술술 읽혔다. 다로와 요코, 40년에 걸친 두 사람의 이야기. 읽은지 오래 되어 스토리는 잘 기억 나지 않지만 나오는 인물들의 개성적인 역할들은 꽤 재미있었다. 이번에 두 권의 책을 꼭 비교해서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이젠 일본 소설 이야기를 할 때마다 현대 일본 소설은 추리나 호러를 제외하곤 일반적인 문학 소설은 잘 안 읽지만 근대 일본 문학만큼은 좋아한다고 하두 떠들어대서 더 이상 말 꺼내기도 민망하지만 그래서 이 소설《어떤 여자》를 처음봤을 때, 왓! 이 소설 완전 재미있겠다, 며 침 흘렸던 책이다.

 

상당히 두껍고, 처음 만난 일본 작가였으며 그 책을 읽느라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완전 홀릭하며 읽었더랬다. 남자이면서 어쩌면 주인공 요코의 심리 묘사를 이토록 절묘하게 할 수 있나 싶어 감탄했고 그 시대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주인공의 삶을 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나는 아직도 이 세상에 '자유롭지' 못한 것 같은데 요코는 대단하구나, 싶은. 내가 다시 세상을 살아간다면 내 욕구에 정직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친구들의 넌 그렇게 살고 있거든, 하는 소리가 들..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살고 싶다나;

 

최근에 《안나 카레니나》를 읽은 친구에게 다 읽었으면 얼른 《어떤 여자》를 읽어보라고 재촉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감탄하는 친구를 보면서 오히려, 내가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야 할 차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세 권짜리 책을 보면서 두 권도 벅찬데 세 권을 언제 다 읽나, 싶은 마음에 엄두도 안 나지만 읽는 친구들마다(주변에 희한하게 서너 명이 동시에 이 책을 읽고 읽은 후에 다들 좋다고 칭찬을!) 좋다고 추천을 해대니 나지 않는 엄두를 기필코 내서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근데 역시 난 세계문학은 썩 안 좋아하나보다, 세계문학을 읽고 다른 책을 읽겠다는 게 아니라 일본판을 먼저 읽고 세계문학을 읽어보겠다고 하니 말이다. 내가 세계문학을 접하는 방법은 이상하게도 항상 다른 것에서 먼저 접한 후이다. 영화로 봤거나, 위의 책들처럼 전혀 다른 판의 책을 읽은 후에 궁금해서. 뭐 그러거나 말거나 어떻게든 세계문학을 읽는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긴 하지만도, 아아 역시 어릴 때 다양하게 많은 책을 접하는 게 중요한 거야, 라는 엉뚱한 결론을 맺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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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가의 작품을 찾아 있는 재미가 있죠.
    from WHOAU 2012-01-20 01:06 
     모든 작가가 첫 출발은 있는 법이죠. 예전에 한창 문학에 재미를 붙였을 때는 그 작가의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찾아 읽던 기억이 나네요. 그 과정을 다 거치면 왠지 그 작가를 다 안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지금은 이런저런 생업에 시달려 그러지는 못하지만 말이죠. 공부하듯 책을 읽어보면 남는 게 있습니다. 저는 가끔 지인에게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이진 2012-01-2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멋진 페이퍼여서...
게다가 소개된 책들까지도 정말 다들 최고인걸요?
제 지갑이 남아나질 않겠습니다 ㅋㅋㅋ

readersu 2012-01-26 14:02   좋아요 0 | URL
아,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기회가 되면 꼭 같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