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과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것 같아요.
소설이나 에세이는 공히 작가의 관심거리나 생각들이 투영되어 글로 나타나겠지만
소설은 소설이니까, 그냥 소설로 생각하게 되죠.
한데 에세이는 소설과 다르게 글로 나타난 모든 것들이
작가와 결부되어 진심처럼 느껴져서 뭐랄까,
그 작가에 대한 친밀도(나와 비슷한 취향이라면 더더욱.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겠지만;)
씽크로율이 최소 80%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작가예요. 이 책의 작가, 김연수 말이죠.
(움, 이 포스팅은 저의 사심이 좀 들어간 포스팅 되겠습니다.
전 뭐 이미 김연수 작가의 글과 씽크로율 100%를 이미 달성한;;)
에세이는 <청춘의 문장들>하고 비매품으로 나왔던 <읽고 듣고 달린다>를 제외하곤 다시는!!
안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그러기엔 그동안 작가가 여기저기 써놓은 잡문들이 많아서 당연히 나올 것이라 싶긴 했어도) 에세이였기에
나올 거라는 소식 듣고서는 무쟈게 기다린 책이었습니다.
어제 도착한 이 책의 실물을 보고 처음 느낀 것은
와우! 책 예뿌다!!
사실 문장배달이나 시로 여는 아침의 글들을, 그동안 좋아할 만한 글은 스크랩도 하며 읽었었는데
작가의 글이 너무 짧은 듯하여 좀 아쉽지 않을까 생각을 했더랬죠.
근데 역시 그건 기우였어요.
길지 않은 글에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들!!! 밑줄 긋느라 무쟈게 바빴다는...
시의 앞부분에 나온 이런 문장 좋아요.
"(…) 그렇게 발을 헛디디거나 비탈을 만나 비틀거릴 때만 누군가의 손을 잡았더니,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의 손만 잡으면 마음이 흔들흔들, 발길이 비틀비틀."
마음이 흔들흔들, 발길이 비틀비틀 이라닛!
또 이런 문장도 맘에 들더군요.
"안개 속이었다면 한 번쯤 길을 잃고 방황했어도 좋았을 것을.
그러라고 있는 게 안개인 줄도 모르고."
"사랑은 3D업종이에요. 만약 사랑하는 게 죽을 만큼 힘들다면,
그건 제대로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대부분 노인으로 죽지, 연인으로 죽진 않으니까."
맘에 드는 문장이 한두 문장이 아니라 모두 적을 수는 없지만
아무튼 읽는 내내 작가의 문장에 마음이 온통 빼앗겼답니다^^
이 책 『우리가 보낸 순간』은 그런 것 같아요.
시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시로 다가가고,
소설의 문장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그 소설에서 손꼽았던 문장에 공감하며 다가갈 테고
김연수 작가의 문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김연수 작가의 문체에 홀릭하며 다가갈 수 있는...
정말 멋진 책! 한번 읽어보세요. 마음이, 따뜻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