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eadersu > 『위험한 독서』김경욱 작가를 읽은 날

작년 9월 소설집『위험한 독서』(문학동네) 펴내고 2009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김경욱 작가의 낭독회를 다녀왔다. 책을 낸지는 일 년이 지났지만 올해 동인문학상을 받은 작가인데다 김경욱 작가를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많아 마련한 자리였다. 평소 바깥출입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암굴왕’이란 별명까지 가졌다고 했는데 의외로 유쾌하고 즐겁게 낭독회를 이끌어갔다.

문학동네 마케팅 직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낭독회라는 자리에 걸맞게 낭독을 위주로 진행되었다. 인사말에서 김경욱 작가는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들이 누구인지 매우 궁금하다고 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그의 글을 읽은 분들을 만나고 싶었고 다음에 글을 쓸 때, 독자의 목소리와 얼굴들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음 글에 인용하겠다는 말도 했다.(훔, 난 좀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진짜 인용될지도 몰라) 그동안 작가들의 여러 낭독회를 다녀봤는데 이번처럼 적극적이고 유쾌한 낭독회는 처음이었다. 미리 신청을 받은 독자들의 낭독도 낭독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손을 들어 낭독을 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작가의 낭독은 소설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을 읽게 마련인데 김경욱 작가는 특이하게도 <작가의 말>을 낭독했다.

<작가의 말>이야말로 그 자신에게 하는 말로 책을 낸 그 당시의 느낌과 소감이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이란다. 작가의 말을 잠깐 옮겨보자면,

“이번에는 당신이 읽을 차례야. 나를 읽어봐. 당신의 독서를 위해서라면 나는 스스로 책이 되는 위험을 무릅쓸 수도 있으니까.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위험해지는 것뿐이니까. 그러니 평안하고 또 평안한 수만 번의 아침저녁이여 안녕. 부디 당신의 독서가 당신을 자유롭게 하기를.“  

『위험한 독서』는 2005년 ~ 2006년 동안 쓴 작품들을 묶은 소설집이다. 그 책엔 그 시기의 그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다고 한다. 그동안의 김경욱 작가의 책 제목들은 길고 외국적(!)인 제목이었지만 이번에 좀 다른 원칙을 세워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외국어가 들어가면 안 되고, 제목이 길면 안 된다. 『위험한 독서』의 다른 단편들 제목들이 서로 경합을 벌였는데 그 중에 가장 그 원칙에 맞는 제목이 바로 ‘위험한 독서’였다.

독자들은 김경욱 작가가 글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그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드러내는 방식이 읽는 사람과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란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작가의 고백(!) 없이 글을 쓸 수 있을까, 묘사만으로 글쓰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고민했었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책이 『위험한 독서』이다. 이 책에선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드러내지 않고도 ’나’를 묘사하는 것으로 내면에 투영되는 방식의 글쓰기 인 셈이다.  

김경욱 작가는 작가의 작품에서 작가의 의의를 찾는 것은 곤혹스럽다고 한다. 작가가 글을 써서 책을 내고, 독자가 그 책을 사서 읽는다면 그 책은 독자의 책이 되는 것이다. 작가의 해석 따위는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 책을 어떤 독자가 읽든 그 독자에게 어떤 형식으로 다가와서 그 글을 완성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도대체 이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쓴 것인가 따위의 궁금증은 불필요한 것이라 했다. 작가가 그 의도에 대해 말하는 순간 그 글은 불쌍해지고 마는 거란다.

작가의 낭독이 있은 후 독자의 낭독이 이어졌다. 처음엔 미리 신청한 세 분의 낭독이 있었고 마지막엔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낭독을 한 독자들이었다. 작가의 낭독도 좋았지만 독자들의 낭독 솜씨도 수준급이었다. 독자의 낭독은 질문과 번갈아 가며 진행되었고 그때마다 작가는 유쾌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글쓰기에 관한 질문과 문학의 다양성에 대한 답변, 소설 기계라는 호칭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위험한 독서』에 관한 여러 궁금증들, 그리고 글쓰기의 행복과 고통에 관한 답변까지 질문들도 끊임없이 쏟아졌다. 한시간 반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사인의 시간. 집에 있는 책을 들고올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두고 온 탓에 그날 판매하고 있던 『황금사과』를 샀다. 장편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던 지라 마침, 잘 되었구나! 했는데 뒷편에 보니 발문을 김연수 작가가 했다. 둘은 등단을 같은 해 작가세계로 했단다. 김경욱 작가는 소설로, 김연수 작가는 시로. 괜히 더 반가웠다는.^^ 그리고

지난 해 『위험한 독서』가 나온 후 김경욱 작가를 오붓하게 만날 수 있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얼굴을 마주보며 앉아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표지 사진으로만 봤던 그 날카로움을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소탈하고 유쾌하고 재미까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독자 세 명과 가졌던 인터뷰 자리였던지라 성숙하지 못한 질문들을 던졌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성의 있게 답변을 해주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역시 그때의 첫인상이 원래 그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일 년이 지났지만 그때보다 훨씬 더 편안해 보이는 모습. 이젠 ‘암굴왕’이라는 별명을 벗어던질 때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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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9-12-0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욱 작가 사진 바로 왼쪽 문단은 제 생각이랑은 많이 다르네요. 전 제 뜻대로 독자들이 해석해주지 않으면 속상하던데. 제 눈에 김경욱 작가는 신선이나 도사처럼 세평을 초탈한 거 같네요. 난 언제 그런 경지에 다다르려나?

readersu 2009-12-04 10:58   좋아요 0 | URL
신선이나 도사라서 아니라 작가들 대부분이 자신이 쓴 작품의 완성은 독자가 하는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작가의 의도가 이러하니 이런 식으로 읽으라고 하면 그 책을 읽는 독자의 생각은 사라지고 마는 거죠. 그럼 독자는 책 읽는 재미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가 그 책을 읽고 내 식대로 읽어주길 작가들이 바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그게 옳다고 생각하구요.^^

심술 2009-12-07 14:27   좋아요 0 | URL
그래서 아무나 작가 하는 게 아닌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