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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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
김현진 지음, 전지영 그림 / 레드박스 / 2009년 8월
평점 :
김현진, 그녀와 관련된 것이라곤 어쩌다 읽게 되었던 <불량소녀백서>, 책 한 권 달랑 읽은 것이 다인데도 그 이름이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 책으로 그녀는 내게 기억될 만한 뭔가를 남기고 간게 분명하다. 뭐 였을까? 궁금해 오래 전에 쓴 리뷰를 찾아보니 착한 여자 신드롬에 빠져 있는 여자들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운운했다는 글이 있다. 그런 내용이었다면(아, 내용은 생각나지 않고 그녀의 이름만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니!) 확실히 난 무척 맘에 들었던 게 틀림없다. 이미 이십대를 지나고도 한참 지나버려 그 당시 좀 더 이기적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던 나였기에 다시 돌아간다면 현진의 말처럼 좀 더 불량스럽고, 좀 더 나만 생각하면서 살았을 테니 말이다. 이제는 거울 앞에선 누이만큼이나 나이가 들어 나이값한다고 이런 책을 읽으면(안 읽으면 되는데 꼭 읽는단말이지) "에효! 어린 것들, 좋겠다!" 같은 생각만 하고 있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만약 내가 이십대였다면 그녀의 시니컬하고 불량스러운 어투와 같은, 여자로서 내 속에 들어앉아 있지만 말로는 내뱉지도 못하는 전형적인 소심한 A형인 나 같은 사람은 죽었다깨어나도 못하는 말들을 하며 사는 시원시원한 그녀를 추앙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대리만족이라고나 할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김어준 총수가 생각나기도 했다. 비슷하다. 김어준이라면 우러러 보는 주변의 어린 친구들에게 여자 김어준이야 하며 추천을 하기도 했다. 연애도 못하고 있는 그들 청춘에게 연애백서는 아니지만 알아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라며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 애늙은이들이 현진의 말에 공감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사실 현진이 꽤나 시니컬하긴 해!)
각설하고 책에 대해 말해보자.
시원한 그녀의 문체는 같은 여자로서 아주 맘에 든다. B급 연애는 잊어달라고 예를 든 그녀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의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나도 늙었는지 아니면 너무나 보수적으로 살았는지 이게 사실이야? 하는 이야기들도 몇 개 있었지만 친구의 이야기 들어주고 카운셀링 해주는 현진의 마음 씀씀이와 그들의 B급 연애에 공감을 하며 읽었다. 하지만 아쉽다. 차라리 계속 연애 이야기나 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2부로 넘어가면서 충고도 권유도 아닌 시시껄렁한 콩트같은 이야기들이 책을 만들어내기 위한 소품으로 밖에 안 보인다. 나야 알 것 다 아는 나이니까 그렇다치더라도 책 꽤나 읽는 이십대 친구들 내 주변에 많다. 걔들 실전엔 약할지라도 읽은 책이 많아 머리로는 안 해본 것 없을 것이다. 그러니 냉소로 가득찬 그녀의 문체가 맘에 들 수는 있으나 다 아는 얘기들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 대상은 십대이거나 이십대일 것이다. 그들에게 이 책은 "연애인류학보고서"는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유쾌통쾌한 연애서 일 수는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젊은 그대들, B급 연애를 하더라도 현진의 말처럼 다칠 준비하고 덤벼들길 바란다. 젊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