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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공간
미치오 가쿠 / 김영사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지구(Earth)라는 행성에서 땅에 발을 딛으며 살고 있다. 다시 다른말로, '가이아(Gaia)'에서 우리는 태어났고, 아마도(거의 99.999...%)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어쨌든, 이 '가이아'는 '땅과 대기'를 모체('가이아'는 어머니를 나타내는 여성의 상징으로 많이 쓰인다...)로한 생명론적인 관점에서 본 것이고(그래도 외계인과 조우하여 우리가 사는 이 푸른별을 설명할 기회가 왔을때, 왠지 '지구'라는 말 보다는 '가이아'가 더 잘 어울릴 듯 하다...그 외계인이 칙칙한 행성에서 온 경우에는 더더욱...), 지구라는 이 행성은 우리가 떠나는 날(죽거나, 아니면 정말로 우주함선 타고 지구를 뜨거나...)까지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일 것이다.
공간...이 '공간'이라는 단어가 이 책의 주제이다. 물론..제목은 '초공간(Hyperspace : 공간 이상의 공간 쯤..해석 가능하려나?)'이니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을 제외하고는...)은 공간 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공간이 무너진다거나, 공간이 휘어진다거나, 공간이 사라져버리는 이와같은 아주 비상식적인 것들은 과학의 개념보다는 초자연 미스테리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 일 것이다(그런데..정말로 우리는 휘어진 공간에서 살고 있지 않나요? 우리 지구가 구면체 이니까요..위에서 눌려..좀 찌그러진 구면체...그러니까..휘어진 공간에 대한 인식은 편견에서 비롯..)
그런데 예전에 문득 한가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만약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우주에서 유영하고 있는 우리는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일까? 물론 우주인들이 쓰는 물리적 좌표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것을 생각하지 말고, 단순히 일반인이 가지는 상식선에서 우리의 위치를 표현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구의 위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구의 아래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구의 옆에 있는 것일까? 표현하기가 애매하다면, 우주에서 유영을 좀 더 해본다고 가정하자. 그래서 그 유영을 통해 지구의 극지방(남극이든, 북극이든) 상공에 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자세를 좀 가다듬어 지구위쪽에 똑 바로 서있어 본다고 했을때. 우리는 지구를 발 밑에 두고 있는 것일까? 다시 자세를 바꾸어 머리가 지구 쪽으로 가게 해보자. 근데..그렇다고 바뀐게 과연 무었인가. 갑자기 회의론적인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물구나무를 서서 지구를 들고 있다는 생각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이런 일련의 어리석은 생각들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좌표가 없을때 생기는 혼란이다. 좌표는 곧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지질학적) 위치 표현(에 대한 정보)을 말한다. 지구에서의 생활은 좌표에 대한 인식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아인슈타인이 공간에 시간을 더한 '시공간 space-time'이라는 개념도 또 다른 좌표이다. 즉, 시간도 곧 위치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리바이'를 들 수 있겠다. 아무리 공간적인 좌표를 대봐야, 시간개념이 없으면 그 역시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약속이 그렇다. 친구와 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을때, 시간을 말하지 않았다면, 그 장소에서 24시간 기다리거나 아니면 아예 그 장소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모르는데, 그 장소에 나간다는 것 또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러니까 '시간' 또한 좌표이고, 좀 말이 우습게 들리겠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위치이다. 일종의 '비가역적인'(반응이 일어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위치가 곧 '시간'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너무 서론이 길어졌다. 그러니까...이런 시간+공간의 기본 개념을 이루는 것은 '차원 dimension'이다. 우리도 흔히 알고 있지 않은가. 0차원은 점이고, 1차원은 선이고, 2차원은 면(혹은 평면)이고, 3차원은 입체 공간(혹은 입방체)이고, 4차원은 시간의 개념이 들어간다면, '시공간'이고 시간의 개념을 뺀다면 (역시 4차원은)미스테리한 세상이 된다. 이런것들을 우리는 역시나 알고 있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본능이다(특별한 신경학적 불편함이 없는한...<'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어봤다면, 질병보다는 불편함으로 인식하는 것이 나을 수 있겠다....).
그러니까...5차원 이상부터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다. 혹자는 신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고, 혹자는 컴퓨터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그 이상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역시 이 영역에 들이대는 자들이 있으니, 이들은 양자나 우주를 다루는 이론 물리학자 혹은 위상을 다루는 수학자, 혹은 좀 더 다른 분야... '피카소'와 같은 공간을 분해해서 평면에 나타내는 초현실주의적 입체파 예술가(맞나?)들이다.
<미치오 가쿠>의 『초공간 Hyperspace』은 10년도 더 된 오래된(그렇다고 고전적 '차원'은 절대 아니지만...) 책이다. 초반에는 '차원'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하고는 있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다. 물론 그림들은 나와있다. 그러니까...똘똘말린(혹은 '다시 회귀가능한'...이 얼마나 추상적인가..) 10차원의 공간같은 그림들...상상이 간다면,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양자나 소립자들의 역사, 블랙홀이나 시간여행(time travel), 워프(warp), 우주여행과 같은 개념들이 나오는데, 이 역시 어느정도 쉽게 설명은 되어 있지만, 요즘의 책들(<미치오 가쿠>의 또 다른 책『평행우주』나,<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와 같은 책들...)만큼의 쉬운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게 그거지만...
그러니까..차원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다음에 다른 책을 읽고 리뷰쓸때 쓰고 싶다(그렇다고 '차원'이 무엇이다라고 할 만큼의 지식도 없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차원'은 무었일까? 그리고 차원은 절대적일까? '절대적' 이라는 말이 더욱 중요할 듯 싶다. 솔직히 '차원'의 개념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들 몸소 체험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절대적' 차원은 좀 다르다. 우리는 단정짓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차원안에서 차원을 느낄 필요가 없으니까. 특히 거시세계(macro world)나 미시세계(micro world)의 세상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일종의 거시세계이다. 또한 뉴턴의 법칙들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주의 세계(COSMOS)는 어떨까? 이것도 거시세계이다. 이 세계야 말로 정말 거시세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세상은 '준 거시세계'...예를들어..'quasi-macro world'정도의 표현이 맞겠다(그런데 아마도..이말은 없을 것이다.. 그냥 이해를 돕기위해..). 우주의 거시세계는 일종의 아인슈타인 영역이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우주를 설명했다는 것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유명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미시세계는 어떨까? 미시세계는 양자세계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 가지고는 들어맞질 않는다. 무언가가 모자르다. 뉴턴은 당연히 맞지 않고... 아무튼...우리의 세상은 '준 거시 세계'의 차원이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느정도 사물을 알아볼 수 있는 아이가 높은 곳에 올라섰다고 봤을때, 그 아이는 분명히 느끼고 있다. 높이에 대한 공포를, 공간에 대한 인식을...
그런데...책에서도 나왔지만, 비행기 날개는 평면이다(두께는 생각하지 말고...차라리 날개 윗부분이라 하자), 그렇다면, 그 날개를 확대해보자. 페인트가 칠해진 그 날개가 과연 평면일까? 계속 zoom-in을 해보면 알 수 있다. 그 속에서도 또 다른 공간이 있으며, 또 다른 차원(3차원이든..몇 차원이든..)이 있다는 것을. 책도 마찬가지이다. 책 종이위(평면)를 확대해보면, 그 속에는 수많은 생명체(일명, 정말 책을 엄청 좋아하는 '책벌레')들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또 다른 차원속의 일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절대적 '차원'에 있지 않다. 이 말을 확대(zoom-in은 아님..)해서 생각한다면... 우리의 3차원적인 공간은 또 다른 차원속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책벌레'가 우리의 공간을 느낄 수 없듯이...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차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책벌레' 또한 우리 공간의 파트너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말은 맞다. '책벌레' 또한 우리 차원(혹은 공간)의 일원이다. 그러나..'책벌레'(가 우리를 느끼지 못하는 것 처럼..)를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고, 그것은 정말 또 다른 차원에 있는 것이다. 계속 들어가면, 미시세계의 일이 된다. 어느 순간 이 차원은 우리의 차원이 아닐 수 도 있다(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인생이 확률의 연장인 것 처럼...).
마찬가지로 거시세계 또한 우리 차원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슨 차원일까. 이 책에 따르면, 거시 세계, 즉 우주는 10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물론...11차원이라는 말도 있다. 나 자신도 11차원으로 알고 있었는데...그게 그거다...). 암튼..10차원이라 하니 믿을 수 밖에... 다른 차원, 예를 들어 8차원이나, 15차원은 될 수 없다. 수학적 기교(수학자 '리만'의 기교라 부를 수 도 있겠다...)에 따르면 그렇다고 한다. 암튼...차원은 절대적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편견에 휩싸여 있다는 것.. 이 정도가 대충 내가 이해 할 수 있는 영역(혹은 차원)일 듯 ....
4차원 이상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도 없으며, 쉽게 상상도 할 수 없다(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된다. '고차원 공간을 시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p.28). 오로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서만 확인 될 수 있다. 그런데...우리가 미스터리하다고 생각되는 차원의 문...이것도 굉장한 과학적 가설이다. 단순히 상상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차원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니까. 우리가 방안에서 담배를 핀다고 가정해보자. 방안의 담배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비가역적인 방향...시간도 비가역적으로 흐른다)방향으로 분자들이 브라운 운동(그러니까 쉽게 말해..제멋대로 운동...)을 통해 확산된다. 그 확산은 결코 3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연기 자체를 우리 공간의 파트너로 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연기를 이루고 있는 분자들, 그 분자를 이루고 있는 원자들, 그리고 그 원자를 이루고 있는 소립자들(쿼크..같은..), 그리고 그 소립자를 이루고 있는 그 무언가들...그리고 그 무언가를 움직이고 잇는 그 무언가들..결국...파고들면...어떠한 물질개념을 떠나 진동개념으로 들어서며, 그 진동을 하고 있는 것은 끈(string)이다. 지금의 우주물리 학자들이 우주의 진상규명을 하려하는 것도 이것이다. 끈....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끈(혹은 줄..)과는 조금 다르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초끈(super-string)'이라 부른다. 결국엔 이것들이 진동을 하여..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이것도 확률적이다. 초끈일 수 있고, 아닐 수 있고, 믿을 수 있고, 믿지 않을 수 있고...
암튼...새로운 차원안에서 진동하고 있는 '초끈'이어야 말로...(뉴턴은 어차피 집어치우고....) 상대성의 세계(아인슈타인의 세계)와 양자세계를 통합하여 설명할 수 있는 재료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인슈타인은 아인슈타인대로 우주에서 놀고 있고, 양자세계는 양자세계대로 따로 놀고 있다.
과학자들(여기서는 물리학자들)이 그렇지만은, 자연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움은 단순하다. 단순하다는 것은 단 한마디로 설명가능하다. 예를 들어...E=mc같은 것...혹은 F=ma같은 것... 그런데...이들을 통합시켜 아름다운 수식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야 하는데..쉽지 않다. 아인슈타인도 그의 마지막 30년(꽤 긴 30년이라 할 수 있겠다...)동안 힘의 통합이론을 힘쓰다 아쉽게도 우주인(일부 과학자들은 사람이 죽으면 명왕성 근처에 그-혹은 그녀-의 혼이 모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러니까..이 책은 '지금도 우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과학자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의 연구 과정이나 결과물들을 그린다. 물론, 우주의 기원이나 양자세계를 설명해주는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미치오 가쿠>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법칙은 고차원에서 더 간단하다." 라고...
근데...여담이지만..확실히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미치오 가쿠>는 더 고차원적이 된 듯 싶다.
그의 또 다른 저서『평행우주 Parallel World』는 더 쉽고 더 간단히 설명하고 있으므로...
<덧붙임>
1. 이 리뷰는 정확한 리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책 내용에 대한 해석을 제가 잘못했을 수도....)
2. 제목이...차원이 뭐냐고 묻긴 하지만, 제 대답은 알 수 없고,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다입니다. 다만, 수식적으로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쪽으로 느끼실 수는 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그래도..차원에 대한 좋은 설명이 들어있는 좋은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우주 관련 다른 책들을 읽고...계속 이에 대한 생각을 붙이겠습니다. (글이 좀 유치하죠?)
4. 이 책은 절판된 책이므로...'차원'에 대한 개념을 떠나..우주를 느끼길 원하시는 분들은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나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나 역시 <브라이언 그린>의『엘러건트 유니버스』나 <샤이먼 싱>의『빅뱅』을 읽어보시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이 책은 절판을 떠나..약간은 번역이 부드럽지 못한 듯 싶습니다. 이런 책은 정확한 논리적인 표현이 우선이어야 하는데...가끔..주어나 술어의 관계가 부정확한 것이 종종 발견되더군요...)
5. 이 책을 읽고 난 후...읽다 중단된...<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라는 책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2006. 12.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