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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술사 1 ㅣ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책 읽으실 분들은 무조건 패쑤~ 하세요...
이 글 제목을 '반전의 마술사(= 제프리 디버)가 펼치는 마술의 향연'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사실 반전이 무어냐에 따라 조금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제프리 디버>는 말 그대로 반전의 마술사이다 . 그의 작품 속에서 반전이란 시시각각 범인을 지목하는 나침반의 바늘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읽어 내려가며, 범인은 이 사람일꺼야..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 인물이 범인과는 맞지 않는다. 아니, 순식간에 상황이 변해버린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시리즈를 읽다보면 바로 이런 인물들이 소설속에서 겪고있는 상황에 대한 역전 현상이 반전으로 나타난다. 말 그대로 범인과 <링컨 라임>의 두뇌싸움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사라진 마술사』('디버'의 2003년 작이긴 하지만...)는 상황이 좀 다르다. 범인이 달라짐으로써 반전이 되는 것이 아닌, 범인의 행보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러니까 범인을 쫒는 주동인물(<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를 제외하고),과 반동인물들이 가지는 상황이 실제로 반전 다운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으며. 범인은 시종일관 그 '놈'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 나온 몇 편의 <링컨 라임>시리즈는 항상 범인이 변하였다. 그렇다면 작가인 <제프리 디버>는 어떤 식으로 그의 작품의 성격을 유지(독자들이 범인을 지목하게 유도한 뒤, 나중에 그것을 뒤엎어버리는...)하면서, 기존 작과는 차별을 두었을까?
그것은 사건의 '범인'의 형체를 숨겨두는 것에 있다. '범인'은 마술사이다(이것은 스포일러는 아님...). 그는 카멜레온 처럼 항시 변한다. 그러니까 범인은 '그 놈'이지만, 결코 전과 똑같은 '그 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제프리 디버>의 전작과는 큰 차이점인듯 싶다.
『사라진 마술사』로 <링컨 라임>시리즈와 첫 대면하든, 다른 이야기로 대면하든...확실히 재미는 보장된다. 그런데 계속 그의 작품을 읽어와서인지는 몰라도 머랄까...실망스러운 점은 결코 아니지만 기대 이상으로 무엇을 보여주는 것도 아닌 듯 하다. 예전 『돌 원숭이』편을 읽을때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 소설의 형태는 나중에 왠지 '독(毒)'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머랄까...작가의 '매너리즘'이라 해야하나? 아무튼, 그리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면서 까지는 아니었는데,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는 머릿속 다른 한켠에 이러한 생각들이 계속 자리잡고 있었다.
<제프리 디버>의 소설 <링컨 라임>시리즈의 주인공인 <링컨 라임>은 신체가 마비되어(가슴 아래쪽부터 전부...) 손가락 하나만을 움직여가며 그의 최첨단 실험실(혹은 병실...)에서 사건을 진두지휘한다. 그의 조력자이자 사랑을 하고 있는 <아멜리아 색스>는 <링컨>의 손발이다. 그런데 이 상황은 쉽게 변할 사항이 되지 않는다. <링컨>이 기적적으로 일어서지 않는 한, 이 소설의 구조는 아무래도 이대로 계속 갈 듯 싶다. 그래서 이 소설은 범인의 프로파일링이 중요하며, 사건 현장에서 얻은 단서로 다음 사건을 막으려 하거나, 추격하게 되는데... 문제는 항상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도 지목했던 그 '독(毒)이 바로 <링컨 라임>(혹은 '나는 놈')이다. 그는 비록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소설 후반부에 가서는 항상 범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까..이 시리즈가 거듭되면 거듭될 수록 독자들은 그 독(毒)에 점점 중독되어 소설의 맛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조금은 염려가 된다(물론 이 시리즈의 세가지 이야기 -『곤충 소년』,『돌 원숭이』. 『사라진 마술사』-가 한 해(2006년)동안 모두 출간되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출간되는 시간 간격이 조금만 넓었더라도 이런 생각은 옅어졌을지도...물론 나를 포함한 그의 책을 빨리 보고 싶은 독자에게는 다행일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거의 <링컨>에 맞먹는 범인이라는 점, 그리고 그 범인은 결코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드러냄이 바로 마술의 효과와 같이 쓰였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 같다. 마술을 보여주기 앞서 항상 마술사의 이곳 저곳을 보여주지 않는가(숨긴 것은 없다라면서...). 범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따라오게 함으로써(마술의 효과와 같은), 범인은 관중(경찰과 <링컨>의 팀들...)의 눈 앞에서 마술의 방법을 부리는 것이다. 홀연히 사라지는...
<제프리 디버>는 이 소설을 통해 그만의 보여준 효과와 방법들을 최대한 이용한다. 자신의 소설(<링컨> 시리즈)에서 항상 제한된 정보와 단서로 사건을 미궁에 빠지게 하는 것이 이 소설에서는 '미스 디렉션'(마술을 하기 위해 관중들의 시선을 일부러 다른 곳으로 이끄는 것. 그 짧은 시간 동안 관중은 잘못된 방향으로 시선이 향해 있으며, 순간 마술은 이루어진다. 예전에 -아마 지금도 유효할 듯...- 마술에서 '미스 디렉션'을 이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미녀'이었다)을 이용한다. 그 자신이 소설에 쓰는 기법을 소설 속 인물들이 향연을 펼치는 것이다. 서로 속고 속이고...
다음 <링컨> 시리즈는 내년 5월 쯤에 나온다는데, 그 때나올 신작은 어느 정도 다른 방향(순전히 독자의 이기심...)으로 전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봐야 내내 '미스 디랙션'과 '효과'와 '방법'들로 이루어져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암튼, 이번 편 역시 정말 재밌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재미는 보장한다. ~~
2006.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