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포스팅 제목은 '도서정가제 단상'쯤.. 뭐 이런 거였다.
그런데 이젠 '알라딘 지지'로 제목을 바꾸었다.
한기호 소장의 글 <70여 출판사, 이미 줄줄이 알라딘과 거래 정지 결정>을 본 후에 말이다.
한기호 소장이 출판분야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가 쓴 모든 글을 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공감을 해왔었다.
하지만, 그가 출판사들에게 알라딘의 응징을 권하는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출판사들끼리 담합하여 응징을 하려 한다 해도 한기호 소장은 막아야 할 장본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알라딘 뒤에는 여전히 책을 보고, 즐기고, 사랑하는 고객이 있다. 동네 서점, 지역 서점을 즐겨 가는 고객이 있듯이, 알라딘에서만 주로 구매하는 고객이 있고, 또 알라딘 자체만의 커뮤니티가 있다.
그런데, 알라딘을 응징하자고? 그래 응징하는 출판사 숫자가 10개에서 70여개로 늘어가니 기분이 좋은가? 좋겠지.
내가 알라딘을 두둔하는 이유는 다른 이유가 아니다.
알라딘은 최소한의 공론으로 만들어 놓았다. yes24의 'YES 블로그' 메인 화면 속 검색창에 '도서정가제'를 치니 역시 관련 글들이 쭈루룩 나온다. 그런데 날짜가 2007년, 2008년 심지어 2004년 2005년이 제일 먼저 뜬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yes24 검색 체계가 아주 x신이든지, 아니면 그쪽 커뮤니티는 이런 이야기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다른 커뮤니티 사람들이 알라딘에 들어와 반대 혹은 찬성에 의견 개진을 했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원래 여러 서점 ID를 가지고 있으니까.
알라딘 응징의 첫 번째 이유는 크게 소비자를 호도했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바본가? 당연히 다수는 도서정가제 반대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2007년 도서정가제 개정할 때, 사람들이 찬성해서 개정한 것인가? 당시 내 관점에서 보면, 도서정가제 이야기가 오가더니 어느 순간 개정되었다는 어렴풋한 느낌만을 가지고 있다. 또 알라딘만의 입장을 이야기했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그들은 출판 생태계라는 거국적인 이야기를 하는것과는 달리 알라딘은 자신의 이야기만 했다는 것. 이게 괘씸하게 작용했었을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직접 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알라딘 중고샵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중고샵 자체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그리고 소비자가 피부에 느낄 정도로 편리하게 조성되기는 아마 처음이었으리라. 그래서 알라딘이 눈에 가시겠지. 내가 생각하기에 중고샵에 대한 이 감정을 그대로 알라딘에 퍼부은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단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법은 얼마나 단순할까. 이게 내 의견이다.
알라딘이 초기 그런식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출판계는 분명 아쉬워할 일이지, 비분강개할 필요가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역지사지로 생각해서 작은 출판사나 중소서점 입장에서 생각하라 하지만, 역시나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알라딘은 그들의 의견 표명을 자신의 입장속에서 적절히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출판계가 이번 도서정가제 관련하여 책을 사랑하는 고객들에게 머리숙여가며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출판업과 관련하여 발생한 수많은 불법들은 누가 저질렀는가? 바로 출판계 그들 자신이 아닌가. 온라인 서점이 홍보비 대라하면 홍보비 대주고, 자신들의 책 베스트 셀러로 올리기 위해 사재기 하고, 질 낮은 책 찍어내고, 작가와 번역가의 지적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려 그들의 노동을 쥐어짜고 등등.. 모두 모든이 아닌 일부 출판계가 가담을 하긴 했지만, 여러 곳에서 터진 일부의 비리를 일부라고 할 수 있나, 결국 그들 자신이 한 짓거리이지. 결국 그들이 자정노력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단합된 행동을 보인적이 있었나? 최소한 나는 모르겠다. 기억에 없다.
그들은 알라딘을 제재하기 앞서 오픈마켓에 대한 제재를 가했어야 한다. 내가 봤을때 오픈마켓은 굉장히 위험스러운 이벤트를 많이 했었다. 일단 1만에 10권, 1만에 3권.. 뭐 이런 것들 말이지. 도서와 관련하여 오픈마켓은 저그의 스풀이다. 어쨌든 나는 오픈마켓에 대한 제재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불량 생태계가 나오도록 방치했다는 점에서 출판계는 이미 망할 징조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알라딘에 대한 보인 단합을 오픈마켓에서 진즉 보였어야 한다.
최소한 출판계는 자신들의 예측실패와 출판 생태계의 무심한 방치 그로인한 출판 네트워크 고갈에 대해 고객들에게 사죄하고 이번 한번만 기회를 달라며 애걸했어야 옳다. 그런데 이것은 뭐, 완전히 뒤바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용한 것은 의외로 관련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에서 오로지 ‘가격’만을 가지고 얘기한다. 당연히 맞는 말이긴 한데, 가격이야기가 나오고 뒤에 이어서 나와야 할 이야기들이 없다. 가격 다음에 나오는 것이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누구말대로 도서정가제 홍보를 무슨 만병통치약 선전하듯이 한다. 그 뒤에 파생될 결과들에 대한 예측은 없고 그냥 단순한 기대뿐이다.
도서정가제가 되면 출판사들의 재고 처리는 기존과 비교하여 어떤 식으로 되어질 거라든지, 아니면 재고와 관련 출판사들의 위험부담은 얼마나 증가하고 어떤식으로 상쇄시키려는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중고책과 엮어진 부분은 어떻게 기대가 되고, 어떤 것은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전차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좀 더 싼 문고판이 나온다거나 이 문고판의 역할을 전자책이 떠맡을 거라는 것이라는 얘기도 없고, 도서정가제가 안착되면 중소서점은 어떤 식으로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중소서점이 가지고 있는 취약성, 그러니까 베스트셀러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든지 뭐 암튼 이런 얘기도 없고, 문제집과 참고서에 대한 가격책정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암튼 이런 이야기 하나도 없다. 이런 정보를 조사하기는 했는지, 아니면 조사했지만 공개는 못하는지 이런 얘기도 없다. 설마 이런 얘기가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겠지? 사람들이 요즘 관심있어라 하는 시사적인 이슈에 비하면 이것은 세세한 정보는 없고, 그냥 근거 없는 낙관주의 하나로 퉁쳐버린다.
제일 웃긴 것은 '도서정가제'에 대한 정확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유럽쪽, 특히 프랑스와 스웨덴이 대표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시행 한다고 그러는데, 나는 이게 궁금한 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것처럼 10%의 할인은 유예를 둔 것인지, 아니면 어느정도까지 할인을 허용하는지, 이것도 아니면 할인이 정말로 없는 것인지, 또 정말 2~3년 구간의 값을 그대로 제 가격대로 팔고 있는 것인지. 뭐 이런 정보들이 나오지도 않고 그냥 유럽쪽(비영어권)은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선진국가들이 있다는 것으로 퉁쳐버리고.
한기호 소장의 글을 보면, 온라인 서점의 경우 무식한 책팔이처럼 묘사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니까 책문화를 선도하고 개선하기는 커녕 책만 팔려고 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정말 그런가? 만약 온라인 서점이 없어진다면, 이처럼 다양한 책이야기를 어디서 들을 수 있다는 말이지? 물론 한기호 소장의 말에 따르면, 서점 주인, 도서관 사서가 이 기능을 맡을 것이라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서 말했지만, 이런 것은 온라인 서점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무시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전문적인 사서보다 독자들의 이야기가 더 좋다. 나 자신도 물론 리뷰나 책 얘기를 많이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읽은 책들, 나는 과학 서적에 관심이 많으므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든지, 정보의 소스를 통해 이야기하려고 노력은 한다. 많이 몰라서 그렇지. 생각은 꽤 하고 있다.
특히 소설이나 영화 이런 것들과 과학을 접목시키고도 싶고, 과학 이론 하나가지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배워서 짧게나마 글도 쓰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동네 서점이나 지역 서점이 마련한 문화 공간을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나는 지역 문화 공간이 필요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런 다양한 얘기들이 온라인 서점의 공간, 그리고 인터넷 공간을 통해 흘러나오며, 이것은 책과는 별도로 또 우리에게 소중한 정보이고 자산인 것이다.
그런데 서점들이 온라인 서점을 압박한다. 공론화 시켰다는 죄로.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정보로 고객들을 호도했다는 것이 크겠지만, 당신들은 얼마나 정보를 풀어놨느냐고...
나는 정말 앞서 10개 출판사 리스트를 알고 싶기도 하고, 한기호 소장은 70여개의 출판사로 확대되었다는데, 그 출판사들의 리스트도 알고 싶다.
강유원 박사가 일부 대형 출판사들을 비판하고, 또 번역가나 일부 저자를 거론하며 그런 몹쓸 출판사들과 계약 맺는 것을 통탄하던데(물론 이분의 통탄은 욕....), 당시 나는 너무 오버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강유원 박사의 이런 것을 100% 옳다고 보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로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아무튼, 출판사들에게 무서운 것은 책을 안사주는 것도 무섭겠지만, 리뷰나 페이퍼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관련 출판사 책들을 될 수 있으면 얘기 안하는 것 또한 무서울 것이다(강유원 박사의 경우 좋지 않게 생각하는 출판사에서 괜찮은 책이 나온 경우 어떻게 하냐는 물음에, 몰래 산다고 답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안한다고 그랬지.ㅋㅋ). 책은 몰래 보고 재밌어도 리뷰나 페이퍼 쓰지 말자..!!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도서정가제라기 보다는 알라딘을 응징하자는 것 때문에 그렇다. 나는 '도서정가제' 찬성한다. 그 이유는 '도서정가제'가 되고 난 후, 어떻게 출판관련 사항들이 바뀌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 동네 동네 서점이 생길까? 사람들은 책은 많이 사게 될까? 그 반대일까? 아니면 지금 수준일까? 전자책 값은 어떻게 될까? 저질 책들은 사라질까? 뭐 등등 궁금하다.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지 궁금. 그래서 찬성한다.
물론 본심은 도서정가제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가령 신간은 10% 할인 허용, 구간은 1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고 최대 30%할인까지...아니...인심썼다..25% 할인... 쿠폰은 없애든지 말든지 신경 안쓰고.. 뭐 이런 정도면 나로서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리 완전도서정가제에서 '완전'에 너무나 매몰되는지..
참... 한가지 더... 그런데 서점가면 재밌나요? 서점에서 30분 이상 못있겠던데..길어야 1시간이고.. 그냥 책표지만 보든가..대충 책 페이지 넘기고 마는데... 도서관은 일단 책 등에 적힌 제목 읽어가는 것도 좋다. 뭔 책 읽을까. 고를까 하다보면 1시간도 후딱 지나가고. 도서관좀 어떻게 살려줘요... 책 값 올라서 그나마 삐질 삐질 들어오는 신간, 이젠 한 두 방울씩 들어오겠네...
ps.
너무나 잡설이 길었다... 수정은 나중에... 일단 올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