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마이클 크라이튼'의 새로운 소설 『넥스트』는 애매한 소설상의 시점을 제공한다. 그 애매한 시점을 통칭하여 아마도 '넥스트'라 부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소설에서의 '넥스트'라는 의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가까운 미래에 진행될 이야기를 말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조금 더 먼 미래, 확실치 않은 어느 먼 시점에 가야 소설속 이야기들이 등장하게 되는지'를 확실히 못박고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은『넥스트』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였나? 사실, 중요한 것은 'what'이 아니다. 제목에서도 드러냈다시피 그는 'when'을 이야기하고 싶어한 듯 보인다. 인간이 가져야만 하는 윤리가 어느 시점부터 남극대륙 빙하녹듯이 녹아내리고 있는가를 말이다. 그렇다. 이 책은 유전공학의 그늘에 드리워진 인간 윤리가  스스로의 욕심으로 그것들이 점점 무너져 가고 있다는 경고성 글이지만, 사실 이를 지켜내는 인간들의 영웅 이야기를 그린 것은 아니다. 이 책 말미의 '옮긴이의 글'에서도 나와있지만, 그는 소설가이지 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가정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낼 뿐이다. 그는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유전 공학의 그늘속에서 증식시킨 유전자의 오용과 남용이라는 악(惡)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사실 악(惡)인지는 명확히 구분짓기가 어렵다. 그렇다하더라도 분명히 선(善)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 내용은 그리 독창적이라든지, 유별난 것은 아니다. 확실히 '유전자'나 '줄기 세포'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그리 학문적 이야기로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황우석 박사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그만큼 대중적 스토리로 등장하였다. 그것이 비록 전문분야의 학문이긴 하지만, 대중들은 학문으로써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말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들을 들고 나왔다. 작년에 읽었던 『인체 시장 Body Bazaar 궁리 2006』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안에 들어있던 사례들보다 확실히 멀리 나간 것은 아니다. 물론, 유전 공학을 이용하여 인간의 말과 심리를 이해하며, 주위 환경을 판단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앵무새'의 이야기나 '언어를 가지고 있는 오랑우탄'의 이야기는 약간 더 나아가 있긴 하다. 조금 더 미래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소리이다. 하지만 이 책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지금도 진행중인 이야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그것이 우리들 일상속에 들어와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이런 다양한 'what'은 진행중이고, 법으로도 지지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문제는 우리가 언제쯤 일상속에서 인지하느냐이다.

기존의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니가 내가 읽었던 그의 작품 몇가지는 '상상을 기반으로 하여 현실이 과학을 무기로 상상을 따라가는 형식'이지만, 이 소설 『넥스트』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여 작가의 상상이 곧 현실의 반영'임을 내세우고 있다. 가령, 『쥬라기 공원』에서 오래된 화석속 모기(확실히는 기억이 안남)에서 공룡 유전자를 추출하여 공룡을 복제시켜 내는 상상의 이야기는 현실속에서 현대 유전 공학의 발달로 판타지적 상상이 아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자신의 소설이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작가 자신이 그린 가증스런 결과를 견제하고 있다. 일례로 몇가지 '유전자 특허법'의 부당함을 자신의 목소리로 높이우고 있으며, 과학이라는 학문이 사업의 관점에 휘둘려 어떻게 변질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학의 돌연변이(학문의 무차별적인 사업화)를 경계하여야 한다는 윤리적 관점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책 속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해봐야 단어와 스포일러만 늘어날 것이기에 책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꼈던 느낌은 앞서 소개했던『인체 시장 Body Bazaar 궁리 2006』의 리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 『넥스트』의 과학 교양서 버전이 바로 『인체 시장』이라 봐도 무방 할 듯 하다.

아..참... 한가지 잊어버리고 그냥 지나쳐 버릴 뻔한 것이 있다.

리 뷰 초반에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깜빡하고 지나쳤다. 나는 이 리뷰 제목을 『탐욕스러운 인간 2.0의 세계』라고 지었다. '인간 2.0' 이라는 말이 너무 멋졌다. 이 말은 요즘 읽고 있는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의 초반부에 작가가 인간1.0 버전과 관련하여 언급한 부분에서 따온 것이다. 물론,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웹2.0'과도 겹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잠깐 언급한다면,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에서 생물학적 인체를 1.0버전으로 언급하면서 인간의 진화는 사실 기계의 진화에 비해 멈추고 있는 상태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계의 진화는 그 예가 다양하다. 방금 전 위 단락에서 말했던 '웹 2.0'도 계속 바뀌어가고 있는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반도체에서 쓰이는 '무어의 법칙'(컴퓨터의 메모리의 양이 18개월마다 2 배로 증가한다는 법칙)도  점점  진보하고 있는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만큼은(물론 각자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 나오긴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호모 사피엔스)의 측면에서 볼때,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 속도가 무진장 느리다. 거의 멈추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런데, 이 책 『넥스트』에서는 인간의 기술로 인간 버전 2.0을 실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소설속 이야기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간 소리이긴 하지만, 인간 2.0의 초석을 깔고 있는 내용을 그린다. 그러니까 요즘 심화되고 있는('리처드 도킨스'의 기존의 여러 책들과 더불어, 특히 최근의 『만들어진 신』에서도 주장하는) 신에 대한 부정, 그리고 종교에 대한 부정의 맥락을 넘어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립까지도 충분히 그 주제를 펼칠 수도 있다고 본다. 인간이 다음 버전의 인간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획득한다면, 그리고 여러 일반인들(보통의 인간들)이 그 기술에 종속되어져 있는 상품이라면, 이는 지구적인 토픽을 넘어선 우주적 토픽까지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물음은 뻔하지 않는가?

'과연 누가 신인가?'라는...

암튼, 너무 깊이 들어간 듯 보이는데 이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을 알고 싶다면, 예전에 내가 썼던 『인체 시장』의 리뷰를 봐도 무방하다.

<덧붙임>

1. 나는 '마이클 크라이튼'을 좋아한다. 내가 과학이라는 분야를 좋아하는 것이 가장 주된 이유가 되겠지만, 과학을 조금 비튼다면, 그 속에서는 정말 무궁무진한 상상의 이야기들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마이클 크라이튼'의 다른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속에 들어있는 과학적 배경 지식과 더불어...그런데...쉽지가 않다. 참고 서적으로만 몇권을 봐야할지 계산도 되질 않는다. 물론, 쉬운책들도 아니다. 그래도 재미가 있기에... 이런 것들을 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2. 『넥스트』를 읽으며, 예전에 봤던,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책들 중 연관된 것 몇가지를...소개.....

       

          
먼저 인체 시장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넥스트』의 과학 교양서 버전으로 보면 되고...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는 『PD 수첩』황학수 PD의  '황우석 사태' 추적기로 보면 된다. 그때 그 사건의 전모를 알기 쉽게 쓴 책이다. (물론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긴 하다..)

『특 이점이 온다』라는 책은 이제 초반부를 읽고 있는 터라 머라고 설명하기 쉽진 않지만 인간과 기계의 진화속도와 관련 이야기를 그려내는 책이라 생각하면 된다. 기계의 진화속도는 이미 인간의 그것을 넘어섰다. 한마디로 교착점을 지난지 오래(우주적 시간과 연결지어서 말한다면, 찰나에 불과하지만...)되었으며, 이젠 특이점을 향해 간다는 소리이다. 특이점이란, 수학과 물리학의 용어인데..사실 특이점이 주는 의미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나 또한 잘은 모르겠으나...대충 극한의 수렴점(?)이라 생각하면 될듯 싶다. 한곳으로 모인다는 소리인데...예를들어 무어의 법칙에서 18개월마다 메모리 용량이 두배씩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영원히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다시말해 기술이 훨씬 발전된다면...그 시점이 더 짧아질 수도 있다는 소리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말이 안될정도로 빨라지고 심지어 이론적으로 1초도 안되 용량이 2배씩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시간은 아주 미세한 시간으로 구분지어야 되고...그 순간 메모리 용량의 발전상을 그리는 그래프는 비선형적이 되어 무한으로 발산되어버린다. 대충 이런 의미이다.

그런데..생물의 진화에도 이런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이러이러한 식이다'가 중요할 듯 싶다. 그러니까...패턴을 보여준다는 말인데.. 새로운 패턴..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것이 이런 특이점 주의자들의 몫인 모양이다.
그러니까..더 이상 인간이 관여를 하지 않고...기계가 기계를 낳는 새로운 패턴을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그려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직 초반부라 확실치는 않다. 이제 50페이지 정도 읽어냈다(총 페이지 수는 840페이지 정도...)
 
다만,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인간을 새로운 관점으로도 볼 수 있겠다 싶어서이다. 이 책은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보면 좋을 것 같고...나머지 두 책은 크게 흥미없어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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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9-2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리뷰 당선이시네요. :) 축하드립니다.

쿼크 2007-09-2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감사합니다...요즘..책값이 너무 비싸..도서관 이용이 늘었는데...고마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