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시장 - 생명공학시대 인체조직의 상품화를 파헤친다
로리 앤드루스.도로시 넬킨 지음, 김명진.김병수 옮김 / 궁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인체의 신비전]이라는 전시회를 잘 알고 있다. 죽은 사람의 몸을 여러가지의 해부학적 분류로 구분하여...전시해 놓은 것 말이다. 어떤 표본은 운동하고 있는 형상을 하며, 어떤 표본은 아이를 임신한체로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회를 가보았건, 가보지 않았건 간에...분명..사람이라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 몸이 저렇게 구성되어있구나. 뼈는 저렇게 우리 몸을 받쳐주고 있구나. 우리의 내장들이 이렇게 자리를 잡고 있구나' 등등...여러가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가만 생각해보자..

당신은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장기 혹은 뼈, 혹은 피부, 핏줄..뇌...등등...이런 것들 때문에..충격을 받았을까? 물론 이런것들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결국..우리가 받는 대부분의 충격은 이런 물질적인 것 때문이 아니라, 이 표본들도..지금의 나와 같이..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같은 삶을 이루고 있었고, 사랑을 했었던.. 또 사랑을 받았던..한때는 숨쉬고 있었던..인간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결국...우리는 인체의 신비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던..사람이 어떻게 물질화되어 있는지..어떻게 상품화 되어 있는지..보러 가는 것과 같다. 과연...어느 누가...신비롭게 그리고 교육적으로 볼 수 있을까... 전시회에 가서 처음에 든 생각은 징그럽다, 내지..이 표본들이 예전에 인간이었음을 상기하면서..불쌍하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7장 생물수집품과 몸의 전시 中), 이 과학 전시회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의사이자, 해부학 강사이기도 하며..또한 미술가이기도 한..'군터 폰 하겐스'라는 사람이 플래스티네이션(plastination)이라는 특수 방부처리기법을 사용하여..인체를 표본화시켜 전시한 것인데, 처음에 예술 전시회로 표방했다가 논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과학 전시회로 바꾸었다 한다.

각설하고, 과연...우리의 몸은 누구의 것일까? 내 몸을 누구에게도 줄 수 있을까? 아니면, 주지도 않았는데..다른 이가 상업적으로 쓰면 어찌할까? 또, 자신의 몸을 주었는데...자신은 철저히 소외시키고 기증받은 사람 마음대로 처리하면 그 몸의 주인 혹은 주변인들은 과연..다시 소유권을 주장 할 수 없을 것인가? 또, 기증받은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그 다른 누군가가 처음 기증했던..사람과의 의지와 다르게..혹은 모르게 사용하면..어찌될 건가?

당신이 생각하는 이 일련의 질문들의 대답들은 대충 다 부정적일 것이다. 왜냐하면...자신의 몸은 자신의 것 아닌가..누가 자신의 몸을 해하면..법으로써 그 누군가를 응징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질문과 당신이 생각했을 법한 대답들이 바로 이 책이 던진 질문이자..해결안된 대답이고, 우리가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전 세계적으로 지금 이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 대한 추적이다.

앞서 몇가지 질문들 속에는 거시적인 소재로..몸(body)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렇다면..조금 더 미시적인 것들 그러니까..우리들의 머리카락이면, 혈액이면, 유전자이면, 심지어 사후 기증된 시체 혹은 그 일부이면..과연 어찌될까...

이것은..머리가 아플정도로 굉장히 복잡하다. 특히..재생이 가능한 인자들..혹은..주어도 티가 나지 않는 것들은..엄청난 윤리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아니다. 다만..수면 아래에서 깊이 가라앉아 있을 뿐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다. 왜냐하면..우리는 진정으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고 있는...의사, 연구가 들도 이 문제들을 다 알려줄 수 도 없다. 왜냐하면..이는 거대한 거미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부분을 흔들면...모든 망들이 흔들리며, 이는 우리의 과학적 체계 그리고 의료적 체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유일하지만, 너무 거대하게 다가온 부정적인 생각이다. 이 책이 지독하게 사실적이라는 것 때문에.. 모든 것들이 혼란스럽게 다가왔다. 범죄에서 해결하고, 생부를 판명하고,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는 유전병을 병 걸리기 이전에 인지할 수 있는 유전인자 분석과 DNA 분석같은 이런 긍정적이라 생각되어지는 모든 기술들도...우리에게 좋게 보여지고 있을 뿐인 그리고 허울만 좋을 수 있는...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즉, 범죄를 해결 할 수 있고, 유전병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지만, 이러한 기술을 다른 곳에 사용한다면..똑같은 기술로 엄청난 윤리적 난관에 걸리기도 하며, 범죄가 될 수 있다. 이는 큰 문제이다. 이 문제의 본질들은 윤리적인 시각과 법적인 시각이 주는 것들인데..솔직히..시간이 흐르면서..이 둘의 시각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에 있다.

또, 우리라는 거대한 집단에 대입시키면..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우리 모두 다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나 자신으로 한정시켜 접근하면...이는 거대한 벽에 혼자 머리들이받는 것과 같다. 나 혼자가 공익을 상대로 싸울 수 없듯이..나 자신이 갖는 개념과...인간 전체가 가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나 또한 인간이지만 말이다.

우리의 아니..인간의 정체성은 그야말로..백지 수표와 같다. 이 수표에 멀 쓰느냐에 따라..가치가 달라지듯이..인간의 정체성은 실제론...아무것도 없다. 오직...법적인 판결만 있을 뿐이다. 그 수위에 따라..인간의 정체성 혹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인간 스스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이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인체시장도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인간의 정체성은 법이 좌지우지 한다 봐도..무방하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이다. 이미 인체는 상업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이 상업적이라는 말은 그 기반에..법적인 허용(혹은 합법적)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이 법적인 허용이라는 말은 인간의 정체성, 그리고 인간이라는 매우 윤리적인 기반을 어느 선까지 인지..대충 선을 그어 놓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 여기에서 대충이라는 말은 어느 누구도 정확히 선을 그어 놓을 수 없다는 말이다. 따지고 들면...오류 투성이이고,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혹..어떤 사람은 대안으로 종교를 들먹일 수 있다. 물론.. 종교 또한 하나의 방벽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종교의 인식도 결국은 종교적이다. 그리고 종교 또한 다수이다. 종교지도자들끼리 합의한다고 해서...인간의 본질이 규정되는 것 또한 웃긴 일이다. 법적인 해결과 그 차이가 별반 다를 것도 없다.

과연...신이 아니고서야..이런 복잡하고 난해한..문제들(윤리적이면서 법적인)을 깔끔히 해결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생각해본다.(하지만..그렇기에..우리는 웃고 있다.)

우리가 이미 구축하고 있는 모든 체계들이 흔들림없이 제대로 굴러가길 원한다면..단 한가지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외의 방법은 작든,크든...윤리적이든, 법적이든 어떠한 문제라도 야기시킬 수 있다.

이 한가지 방법은...우리 모두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양심적으로 깨끗하면 된다. 이게 유일한 해법이다. 그만큼..어렵다는 것이 아니라...해결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모든 것을 금지(심지어 의료행위마저)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지금도 발견되는 유전인자들 하나하나에 대해서..어떻게 법적인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인간의 유전자가 2만 5천개정도 된다는데...)

그래서...이 책을 읽으며..거대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개를 끄덕거렸지만...실로 부정적인 생각도 드는 것이다.

'모르는게 약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끝으로...비록..이 책이 인간이 갖는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불 수 있는 여지를 주긴 하지만...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상업성의 폐해들의 사례들을 보여주는데에 있다. 이 사례들을 본다면... 웃지도 울지도 못할 것이다. 병으로 죽어가면..내 유전자가 상업적으로 쓰이든 말든..이것은 2차적인 문제이다. 혹...난치병이 치료가 된다면..이는 큰 문제도 아니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나 자신도 모르는 별 희귀한 시스템도 있다는 생각도 하면서...이 책을 읽어보라 권해보고 싶다.

<덧붙임..>

* 아인슈타인의 사후 시체일부(뇌)보다 아인슈타인의 이미지(사진과 같은)가 더 법적인 제재를 받는 다는 것이 제일 웃겼다.

* 이 책이 과연 자연과학 관련 서(書)인지..아니면..법학 계열의 인문서인지...좀 헛갈린다. 문제제시는 과학,기술 분야를 통해서 하지만, 그 해결은 법 속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