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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유대인
슐로모 산드 지음, 김승완 옮김, 배철현 감수 / 사월의책 / 2022년 1월
평점 :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를 보면서 느낀 충격을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소화시킬 수 있게 된 것 같다.
콘은 1920년대부터 민족주의 문제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의 유명한 이분법 이론은 1944년 출간된 종합적 연구서 "민족주의의 개념"에서야 확립됐다. 콘의 이론은 많은 지지자와 함께 많은 적을 만들어냈다. 그에게 민족주의라는 연구 방향을 잡아준 것이 1차 세계대전이었다면, 2차 세계대전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감수성을 형성시켜 주었고 사실상 그의 학문적 업적을 완성시켜 주었다.
콘은 민족주의가 두 가지 주요 범주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하나는 자발주의적 (voluntarist) 성격을 가진 서유럽형의 시민적 민족주의(civil nationalism)로, 대서양 양안과 함께 유럽 동쪽으로는 스위스까지를 경계로 한다.
다른 하나는 유기적(organic) 성격의 민족 정체성으로서, 라인강 동쪽에서 시작하여 독일, 폴란드,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을 아우른다. - P105
독일, 폴란드,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지에서는 민족 정체성을 시민권이라는 정치적 토대 위에서 정의하려는 주목할 만한 운동들이 있었음에도, 단일한 고대적 기원이라는 신화를 지속적으로 구축한 집단들이 승리를 거두었다. 종족이라는 실체를 굳게 믿는 오랜 관념들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변함없이 이어졌고, 이런 원시적이고 독자적인 ‘민중‘의 계보학은 누군가 민족에 새로 합류하는 것을 막는가 하면, 같은 방식으로 누군가 민족에서 탈퇴하는 것을 효과적으로차단했다. 이렇게 하여 민족주의자들의 눈에는 한번 독일인이면 독일인으로, 폴란드인이면 폴란드인으로, 심지어 미국에서 태어난 후손들까지도 독일인이나 폴란드인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이와 달리 프랑스의 교육 현장에서 골족은 일종의 역사적 은유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주민의 자식들조차 학교에서 자신들의 선조가 골족이라고 따라 말했고, 교사들도 이 새로운 후손들을 뿌듯하게 여겼다.
유고슬라비아 해체 이후에 생겨난 민족들의 특징과 그들의 허술한 소속 기준을 보면, 종족종교가 내리는 민족의 정의와 이 집단들 상호간의 인종혐오(xenophobia)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된 것인지 파악할 수 있다.
각 민족들은 자기 민족의 종족성, 한 번도 충분한 존재감을 가진 적이 없는 그것을 주장하기 위해 거의 소멸되다시피 한 ‘종교‘에 호소했다.
가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인들이 정교회에 속한 세르비아인들을 배척하고, 정교회 세르비아인들이 특히나 잔인하게 이슬람교도인 보스니아인들과 코소보인들을 배척하는 일이 가능했던것은 오로지 고대의 (동시에 전적으로 허구인) 신화들을 이용했기 때문이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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