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행복을 선택했다 - 프로보에서 전해온 스테파니의 희망 메시지
스테파니 닐슨 지음, 한상연 옮김 / 초록물고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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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사고로 하루 아침에 인생이 달라져버린 사람의 얘기는 남의 얘기니까 읽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을 겪은 그 사람은 어떻게 해서 그런 불행을 만나게 됐을까?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모든 사고가 다 무섭고 고통스럽지만 화상으로 인한 사고는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무시무시한 고통을 겪고 난 후에도 끝난 게 아니다. 너무나 달라져버린 외모 때문에 감당할 수 없이 힘든데, 아무 생각없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수시로 마음을 다쳐야한다. 무엇보다 지옥같은 시간을 헤치고 나왔음에도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핑크빛 희망이 아니라 잿빛 절망같은 현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지 아이로 가득한 가정을 원했던 것이 꿈이었던 스테파니에게 엄청난 사고가 닥쳤다. 남편이 직접 조종하던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남편과 스테파니는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함께 있었던 교관이자 친구는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떴다. 누구도 스테파니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스테파니는 80% 이상의 화상을 입었고 그만큼 위중했기 때문이다. 3개월 동안 스테파니는 혼수상태로 있었고, 깨어나면서부터는 고통이 일상인 나날을 보내야했다. 달라붙은 피부를 분리하는 수술을 계속해서 받아야했고,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스테파니는 이겨냈다. 그 시간들에 대한 얘기가 이 책 안에 있다.

 

“내 얼굴은 끔찍했다. 그 모습이 나를 겁에 질리게 했다. 다른 누구도 두렵게 할 것 같았다. 나는 마치 할로윈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패닉 상태가 내 몸 전체를 파고들었다. 아이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이 모습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스테파니는 아이들을 보기 원했지만 볼 자신이 없었다. 자신의 지금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힘들었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그것과는 또다른 두려움이었다. 아이들 또한 스테파니 곁에 오는 것을 주저했다. 어른들이 채근하니까 어쩔 수 없이 왔지만 저 멀리서 바라보기를 원했다. 사고는 한 순간이었지만 그 결과는 길었다. 병원에 6개월을 입원한 후 스테파니는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진통제가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병원에서의 견딜 수 없었던 시간을 가족의 간호로 이겨낸 것처럼, 스테파니는 가족과 남편의 도움을 힘입어 하나하나씩 엄마의 자리로 복귀할 수 있었다.

 

달라진 얼굴이지만 스테파니는 삶을 받아들였고, 블로그를 다시 재개하면서 자신의 근황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러면서 병원에 있을때는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된다. 자신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해주었으며, 병원비를 모금하기 위해 행사를 벌렸고,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지켜보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스테파니는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에 책무를 느꼈다. 전에는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일상을 이제는 순간순간 감사로 받아들이게 되고, 가족간의 사랑이 자신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주된 동인임을 자각하게 된다. 이 책은 그 과정의 산물이다.

 

"이 책을 쓰는 일은 종종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었다. 나는 내 인생의 어두웠던 날들, 그리고 여전히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날들을 드러내야 했고, 그냥 과거로 묻어두면 쉬울 일들을 끄집어내야했다.......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지만, 결국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주는 그 어느 것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행복은 선택의 문제였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행복하길 선택할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었다. 내가 매일 조금씩 행복하기로 선택하면서 나는 내가 꿈꾸던 아름다운 인생을 얻게 되었다." 에필로그

 

스테파니가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스테파니의 내면을 아름답게 봐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스테파니는 그 속에서 당당해지는 방법을 터득하며 그제서야 그녀가 믿는 하나님의 놀라운 평안을 느낀다. 이제 스테파니는 사고 후의 놀라운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인생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리곤 자신이 있는 이곳이, 아기가 배를 차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천국임을 느낀다. 사고전 아이가 넷이었던 스테파니는 지금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그 만큼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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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해리는 아무도 못 말려 동화는 내 친구 5
수지 클라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프랭크 렘키에비치 그림 / 논장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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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봄, 집에서 아이들 모임을 매주마다 가진 적이 있다. 딸 아이의 유치원 친구들과 그 동생들로 짜여진 모임으로 초등학교 1학년 짜리 남자 아이 둘, 여자 아이 다섯, 5살 짜리 남자 아이 셋이 참여했다. 엄마들은 안다. 결코 쉬운 모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파위에서 팡팡 뛰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게 내겐 마치 휭휭 날라다니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끌벅적 아수라장에 어떻게 할 수 없어 쩔쩔 매다 선생님만 오시면 해방됐다는 생각에 비로소 한숨을 쉬곤했다. 딸아이 혼자 키우던 내게는 정말 아찔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참 희안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데도 어린 녀석들이 한번 씨익 웃어주면 마음 고생이 스르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래서 모임을 지속했는지도 모른다. 사람 정신을 쏙 빼놓고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듯,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씨익 웃어줄 때, 그 매력에 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개구쟁이의 매력을 수지 클라인은 유쾌하게 표현해 놓았다. 때론 사람을 지치게도, 난처하게도 하지만 남을 힘들게 하는 걸 즐겨서가 아니라 이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과 보는 시각이 달라서임을 수지 클라인은 보여주었다.

 

 

 

 

해리는 대단한 개구쟁이다. 어찌나 장난이 심한지 아무도 당할 수가 없다. 해리한테 뱀은 단지 애완동물일 뿐이다. 해리의 장난에 송이는 경기가 날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리한테 되갚아줬다가는 큰일 난다. 시드니처럼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그런데도 해리의 장난이 상처가 되지 않는 건 해리가 친구를 괴롭히기 위해 장난을 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해리는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일을 벌이는 거다. 단지 친구들이 무척 놀라서 탈이지. 그런 해리의 단짝은 이 책의 화자인 더그다.

 

 

해리는 상상력도 풍부하다. 선생님이 추수감사절 연극을 해야한다고 했을 때 해리는 죽은 생선 역을 하겠다고 했다. 드디어 첫 연습 날이다. 하지만 왠일인지 청교도 역을 맡은 송이가 몸이 안좋다며 조퇴를 했다. 다들 송이가 집에 간 이유를 알고 있다. 겁이 많은 송이는 몇 마디 말 조차도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없었던 거다. 해리의 기분이 왠지 안좋아 보인다. 연습이 끝난 후 더그네 집 간 해리는 송이네 집에 전화를 걸어 송이 엄마와 통화를 한다. 다음 날 송이는 해리와 함께 죽은 생선역을 행복하게 했다.

 

 

 

아무래도 해리는 송이바라기인가 보다. 야외 수업에서 반드시 더그와 짝이 되겠다고 맹세까지 해놓고선 당일 아침 송이의 짝이 된다. 송이가 짝이 없다는 구차한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짝이 되자고 한다. 송이가 다른 여자 아이들하고만 이야기를 한다며 말이다. 마음이 상한 더그는 단번에 거절하고 시드니와 같이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더그의 샌드위치에 벌이 와 앉았고, 무서워 떠는 더그를 위해 해리는 벌을 잡다 쏘이고 만다. 버스 안에서 해리와 더그는 화해를 하고 더그는 속으로 말한다. '해리가 항상 끔찍한 개구쟁이는 아니라고, 단지 가끔 그럴 뿐이라고.'

 

 

아무도 못말리는 개구쟁이 해리의 이야기에 왜 미소가 지어지는지 모르겠다. 동화라도 난 개구쟁이의 이야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이라도 남의 고통을 재미삼아 즐기는 건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해리는 선을 기가 막히게 잘 지킨다. 그건 아이가 뭐를 알아서라기 보다는 심성이 좋아 일정 선을 넘지 않는 것 같다. 장난꾸러기임에는 분명하지만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잘못한 것은 인정하는 아이 해리. 그런 해리를 만난 것만으로도 마음이 다 든든하다. '반갑다, 해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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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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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상은 어린 시절 부모의 말이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 또는 반복되거나 축적된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부정적 자아상을 깨트리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루 이틀에 걸쳐서 형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한 자아상은 행복으로 이끌지만 부정적 자아상은 행복을 불편하게 여긴다. 나 또한 그리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내가 바라는 나 사이의 간극이 커서다. 지금은 덜하지만 20대 때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세워놓고 자책하기를 밥먹듯 했다. 자책과 좌절, 절망의 사이클 안에 살았고, 불사신처럼 다시 솟아나는 내 안의 생명력에 경이가 아닌 경악을 금치 못하곤 했다. 아직도 바라는 만큼 안되거나 글이 부끄러울 때 기다렸다는 듯 부정적 자아상은 나를 흔들어댄다. 그만큼 자아상의 뿌리는 깊고 질기다.

 

 

 

'바보 빅터'는 부정적인 얘기만을 들어온 아이들이 얼마나 그릇된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큰 자괴감에 젖어 살게 되는지를 긴 시간에 걸쳐 보여준다. 어른들의 편견어린 시선과 함부로 한 말, 무신경한 말들이 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큰 그늘을 드리우는지 이 책엔 생생히 그려져 있다. 이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다. 한 명은 실제 아이큐가 172인데도 평소 말을 더듬고 어둔하다는 이유로 아이큐 72로 오인돼 바보로 오랜 시간을 살아야했던 빅터이고, 다른 한 명은 예쁜데도 불구하고 못난이라 불리는 바람에 자아상이 심하게 왜곡된 로라이다. 호아킴 데 포사다는 빅터의 실제 인물인 국제멘사협회 회장 빅터 세리브리아코프와 외모 콤플렉스로 힘겨운 삶을 살았던 트레이시의 이야기를 통해 거짓이 어떻게 사실을 오도하는지를 그려낸다.

 

삶의 어떤 순간도 지나고 보면 버릴 게 없다지만 이들의 과거는 너무나 딱하다. 인격 모독적인 발언은 예사고, 빅터는 아이들에게 저능아 취급과 함께 구타까지 당한다. 수시로 맞고 함부로 대하는 아이들 속에서 빅터가 정상적인 삶을 산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일 것이다. 삶의 매순간이 이들에겐 버거웠다. 빅터와는 달리 로라는 속으로 꽁꽁 싸매두었기 때문에 남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는다. 그런데 늘 우울하고 신경이 예민해있으며 불안하다. 아버지는 한번도 격려해주지 않고 비아냥거리기만 하며, 동생마저도 부모의 말투를 따라서 누나를 아무렇지 않게 못난이라 부른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작가가 될 수 있는 행운이 와도 로라는 조그만 격랑조차 이겨낼 힘이 없다.

 

그러나 인생이란 때로 예기지 않은 선물도 예비해놓는다. 빅터에게는 그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 테일러 회장이, 로라에게는 문학담당선생님이었던 레이첼이 있다. 이들은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빅터와 로라에게 위로와 격려만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하지만 생의 암초 또한 질세라 이들의 앞길에 장애물을 만들어 놓는다. 빅터는 테일러 회장이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게 돼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하고, 로라는 책을 내기위해 직장까지 관두었는데도 일이 어긋나 버려 실직자가 된다. 빅터는 다시 예전의 바보로, 로라 또한 매사에 소극적이고 불행이 더 편한 못난이로 돌아간다.

 

인생에서 견디기 힘든 일 중 하나는 길이 열렸다 다시 닫힐 때이다. 빅터도, 로라도 그 때가 가장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들에게 우연이란 생의 선물이 다시 주어졌고 기회인지도 모른채 이 선물을 로라가 잡는다. 로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빅터에게도 자신이 받은 선물을 나눈다. 두렵고 떨리지만 사실을 확인하도록 격려하는 로라의 마음을 통해 빅터는 생의 전환점을 만든다. 빅터는 바보가 아닌 천재였으며, 로라 또한 그녀를 사랑하는 어머니로 인해 자신이 알아야 할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못난이라 불리게 된 것은 로라가 너무 예뻐 유괴사건을 겪었다고 생각한 부모의 두려움 때문에 시작됐다는 것을 말이다.  

 

굳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스런 시간을 빅터와 로라는 겪었다. 그러나 둘은 누구도 아닌 자신들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걸 자각하게 된다. 그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런 삶을 살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책을 덮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딱하기만 하다. 하지만 빅터와 로라의 모습이 어찌 그들의 모습이기만 할까. 호아킴 데 포사다는 프롤로그 앞 안톤 체홉의 글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인간은 스스로 믿는대로 된다.' 가슴 저 밑에서부터 쿵쿵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내 생각 여하에 따라 내 미래가 달라진다니, 생각의 무서운 힘이 어느 쪽으로 작동할지는 내 자아상에 달려있다니, 왠지 모를 흥분이 인다.  

 

*사진 출처: The TaTa http://blog.naver.com/tata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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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백점 맞고 싶어! 푸른숲 새싹 도서관 9
고토 류지 지음, 고향옥 옮김,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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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딸 아이가 수학 시험에서 65점을 받아온 적이 있다. 꾸물대기에 짐작은 했지만 점수를 보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이는 문장제 문제가 어려웠다고 했다. 애 아빠는 지금은 잘 노는 게 중요하다며 나중 때가 되면 잘 할거라 날 위로했다. 결혼 전, 부모가 되면 점수에 연연해하는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이들이 점수 때문에 이상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부모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부모가 되고 보니 점수가 결코 덤덤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교육과 관련된 것은 아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부모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이를 위한다며 정작 아이를 힘들게 하는 부모, 자신의 바람을 아이에게 투사하는 부모가 될까봐 조심하지만 나 또한 예외가 아님을 안다. 어떻게 해야 부모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엄마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을 아이들은 가슴에 담아두고 힘들어한다. 아이가 그렇게 힘들어할 줄 알았다면 엄마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다. 이 책은 아이들이 시험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며, 시험 점수와 관련해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선생님이 오늘 수학시험을 보겠다 하신다. 교실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구로사와가는 빵점, 신이는 70점을 맞았다. 갑자기 야무진 미즈노가 울음을 터트린다. 90점이면 좋은 점수인데 미즈노는 눈물 범벅이다. 백점을 맞지 못하면 엄마가 말 안하기로 했다며 대성통곡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너무하다며 난리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충고를 해준다. 집을 나가라는 아이도 있고, 엄마가 잔소리할 동안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아이도 있다. 어찌되었건 너무 했다며 마귀할멈이라는 아이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인데 미즈노의 마음이 편치않다. 미즈노는 소리치며 엄마를 변호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백점을 맞을 때까지 시험을 본다.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핀다. 미즈노도 그 후론 늘 백점이다. 미즈노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편지에 적어와 읽어준다. 친구들의 격려 덕분에 용기를 내 엄마에게 물어봤다며, 자신이 엄마를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다. 그리고는 앞으로 걱정거리가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않고 엄마에게 직접 이야기하겠다 말한다. 그일로 엄마에게 오래만에 안겼다며 미즈노는 행복해한다.

 

 

내 속으로 낳아 다 알것 같아도 아이가 말하지 않으면 마음을 모를 때가 있다. 때론 생각도 못한 말을 해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아이들이 시험을 얼마나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고 그 앞에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이 책은 아이의 입장에서 알게 한다. 말 한마디라도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잘하면 크게 칭찬을, 기대만큼 안나오더라도 성실하게 공부했다면 수고했다고 말해야겠다. 다음도 있고 또 그 다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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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진짜 나빠! 푸른숲 새싹 도서관 8
고토 류지 지음, 고향옥 옮김,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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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이란 말은 부모된 입장에서는 듣기조차 싫은 말이다. 적어도 12년을 학생으로 지내야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의 시간을 힘들게 보낸다는건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학교 폭력의 문제는 어느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잖은가. 부모의 손이 미치기 힘든 공간이면서 구체적인 지침을 가르치기도 쉽잖다.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은 이 무거운 주제를 전면으로 다룬다.

 

앞 부분은 아빠들의 학교 수업 참관기다.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는 아빠도 마찬가지인가보다. 긴장했는지 아빠들은 잘 웃지도 않는다. 2교시 체육 수업 중 신이가 피구볼을 맞고 기절하는 일이 생긴다. 신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의 얼굴이 굳어있다. 아빠는 엄마와 말다툼을 벌인 후 신이를 훈련시키기 위해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아빠의 강공에 신이는 정신이 없다. 아빠는 신이 생각은 하지도 않고 더욱 세게 던진다. 화가 난 신이는 다른 곳으로 도망가다 구로사와를 만난다. 구로사와는 신이를 위로하며 필요할 때 쓰라고 마법딱지를 준다. 집에 들어와 마법딱지를 들이대는 신이에게 엄마 아빠는 넙죽 고개를 숙인다. 아이의 상한 마음을 위로하는 엄마 아빠가 지혜롭다.

 

 

다음날 구로사와는 피구특별훈련을 시킨다며 신이를 데리고 운동장에 나간다. 그런데 함께 따라나왔던 고지마의 공이 4학년 형의 얼굴을 맞혔다. 고지마는 부리나케 도망가고 구로사와가 대신 얻어맞는다. 구로사와가 큰 소리로 울어도 형들은 멈추지않고, 신이가 들이민 마법딱지는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한채 오히려 매를 번다. 운동장에 쭈그리고 앉은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다가온다. 선생님은 이 일을 정규 수업시간의 주제로 삼는다.

 

"4학년 형들이 괴롭히면 도망치는 수밖에 없을까요?"

 

"아니면 그냥 참아야 할까요?"

 

"앞으로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마다 꾹꾹 참고 상대방에게 굽실거리면서 살아갈 것이옵니까?"

 

선생님의 질문은 아이들을 생각케 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때린 4학년 형들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어떻게 전할지를 구체적으로 행동하도록 이끈다. 단순히 찾아가 잘못을 지적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형들의 사과를 받게 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삶의 교훈까지 얻게 한다. 4학년 형들은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4학년 담임 선생님은 '진짜 대장은 약한 사람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멋진 이야기까지 들려주신다.

 

 

'폭력은 진짜 나빠'는 아이들의 고민을 돌직구로 제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대부분의 동화가 문제 제기에 그치고 마는 경우를 보는데, 이 책은 구체적인 대처법까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반가웠던 것은 가해아동이 미안하다는 말을 한 점이다. 피해자는 평생에 씻지 못할 상처를 입거나, 견디지 못해 목숨까지 버리는데 가해자들의 장난삼아 그랬다는 말은 차마 듣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가해아동의 진심어린 사과와 선생님의 한 마디 언급은 의미심장하다. 동화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비추고 지혜로운 해결방법까지 보게 되어 부모로서 참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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