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백점 맞고 싶어! 푸른숲 새싹 도서관 9
고토 류지 지음, 고향옥 옮김,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작년 가을, 딸 아이가 수학 시험에서 65점을 받아온 적이 있다. 꾸물대기에 짐작은 했지만 점수를 보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이는 문장제 문제가 어려웠다고 했다. 애 아빠는 지금은 잘 노는 게 중요하다며 나중 때가 되면 잘 할거라 날 위로했다. 결혼 전, 부모가 되면 점수에 연연해하는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이들이 점수 때문에 이상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부모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부모가 되고 보니 점수가 결코 덤덤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교육과 관련된 것은 아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부모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이를 위한다며 정작 아이를 힘들게 하는 부모, 자신의 바람을 아이에게 투사하는 부모가 될까봐 조심하지만 나 또한 예외가 아님을 안다. 어떻게 해야 부모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엄마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을 아이들은 가슴에 담아두고 힘들어한다. 아이가 그렇게 힘들어할 줄 알았다면 엄마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다. 이 책은 아이들이 시험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며, 시험 점수와 관련해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선생님이 오늘 수학시험을 보겠다 하신다. 교실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구로사와가는 빵점, 신이는 70점을 맞았다. 갑자기 야무진 미즈노가 울음을 터트린다. 90점이면 좋은 점수인데 미즈노는 눈물 범벅이다. 백점을 맞지 못하면 엄마가 말 안하기로 했다며 대성통곡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너무하다며 난리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충고를 해준다. 집을 나가라는 아이도 있고, 엄마가 잔소리할 동안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아이도 있다. 어찌되었건 너무 했다며 마귀할멈이라는 아이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인데 미즈노의 마음이 편치않다. 미즈노는 소리치며 엄마를 변호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백점을 맞을 때까지 시험을 본다.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핀다. 미즈노도 그 후론 늘 백점이다. 미즈노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편지에 적어와 읽어준다. 친구들의 격려 덕분에 용기를 내 엄마에게 물어봤다며, 자신이 엄마를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다. 그리고는 앞으로 걱정거리가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않고 엄마에게 직접 이야기하겠다 말한다. 그일로 엄마에게 오래만에 안겼다며 미즈노는 행복해한다.

 

 

내 속으로 낳아 다 알것 같아도 아이가 말하지 않으면 마음을 모를 때가 있다. 때론 생각도 못한 말을 해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아이들이 시험을 얼마나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고 그 앞에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이 책은 아이의 입장에서 알게 한다. 말 한마디라도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잘하면 크게 칭찬을, 기대만큼 안나오더라도 성실하게 공부했다면 수고했다고 말해야겠다. 다음도 있고 또 그 다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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