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에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읽던 고등학교 시절에도 로맨스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교과서 아래 혹은 서랍에서 살짝 꺼내 읽었던 책들은 모두 하이틴 로맨스. 아 뭐야 말이 안되잖아. 똑같은 패턴 너무 유치해! 하고 툴툴거리면서도 인기 있던 작품들은 다 읽었다. 난 왜 그러는지 몰라. 내가 싫어할 거 뻔히 알면서, 읽고 나서 성질 낼 꺼 뻔한데 읽고 또 읽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취향은 바뀌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다 보지는 않고 패스도 한다) 그래도 많은 경우 읽고 궁시렁궁시렁 훈수를 둔다. 어른용 하이틴 로맨스라고 불리는 로설에도 진출 막 화내면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상당량 읽었다. 나는 YA(Young Adult) 소설은 즐겨 읽지만 YA 로맨스는 싫어하는데 그러면서도 유명한 작품들은 또 거의 다 읽었다. Twilight, The Mortal Instruments 시리즈(섀도우 헌터스), Eleanor and Park, Everything Everything까지. 나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딸들이 제발 읽지 말라고 말리는데도 끝까지 다 읽고는 화낸다. 아니 싫어하는 장르면 안 읽으면 되지 왜 굳이 읽고 그것도 끝까지 다 읽으면서 화내는 거지? 참 이상한 사람일세. 물론 YA 로맨스 (얼만큼 러브 스토리가 나와야 로맨스라도 이름 붙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를 다 싫어하는 건 아니다. 약간의 닭살과 유치함이 있었지만 그 걸 기꺼이 참아줄 만큼 좋았던 The Fault in Our Stars(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도 있었으니까. 어쩌면 그런 책을 찾아 헤매고 있는 걸까? 아니 나는 그냥 내 취향이 아닌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스스로를 괴롭힌 후 그 작품을 씹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고약한 성격일 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암튼

한국계 작가의 작품은 챙겨 읽으려는 편이지만 이 책은 내가 읽고 나서 화낼 것이 분명하므로 그냥 패스 했었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네. 요즘 Crazy Rich Asians, Searching 같이 동양인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나오고 흥행도 잘 되어 고무적인데 나도 힘을 좀 보태봐? 먼저 도서관을 검색해보니 최근에 영화가 나와 그런지 대기번호 140번. 그래서 혹시 하고 오디오북을 검색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출 가능이다. 영화 보기 전에 읽단 책부터 보자고. 바로 다운 받아 듣기 시작했다.


다 들은 후의 감상은? 역시 로맨스는 내 것이 아니다. 평소 같았으면 읽고 나서 막 화내면서 툴툴거렸을텐데 오디오 북으로 들었더니 마음이 관대해졌다. 시간을 따로 내서 읽은 게 아니라 운전하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짜투리 시간에 들은 거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책을 읽어주는 나레이터가 어찌나 귀에 쏙쏙 들어오게 잘 읽어주던지 로코를 직접 보고 있는 듯 피식거리면서도 귀가 즐거웠다. 하지만 관대한 마음은 여기까지인 거 같아 다음 책은 안 읽으려고. 영화도 당연히 안 보려고 했는데 책을 읽었다는 내 말을 들은 둘째가 유치하지만 재미있어요라고 한다. 영화 보고 또 화내면서 지적질 할 거 뻔한데 그러면서도 앉아서 고민하고 있다. 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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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0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이 책을 3권까지 다 읽은 친구는 자매애가 잘 그려져 있어서 좋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아서 두 번 봤어요! 자매들의 이야기와 로맨스, 아빠와 딸의 관계도 좋았고, 무엇보다 라라진이라는 캐릭터가 좋았어요. 영화도 보시길 추천합니다!! ㅎㅎ

psyche 2018-10-06 17:04   좋아요 0 | URL
저는 감성이 메말랐나 달달한 거를 보면 트집잡을 거리만 생기더라구요.ㅜㅜ
이 책을 시작한 이유중의 하나가 세자매이야기라서도 있거든요. 저도 세자매라.. 근데 자매이야기에 로맨스가 조금이 아니라 로맨스에 자매이야기가 조금이더라구요. 뒤는 모르지만 1편은요. 영화는 아직도 고민중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