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적과 비교하면 "엄마!"를 부르는 빈도가 만 분의 일로 줄었지만, 그래도 그 소리가 도저히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Leave me alone!을 외치고 나와 차의 시동을 건 순간 남편이 재빨리 차에 올라탄다. 마누라 진짜 가출할까 봐 걱정되었나?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는 거라는 데도 거기까지 같이 가겠단다. 반납장소가 카운티 도서관이었는데 바닷가에서 가까운 곳이라 책을 반납한 후 바닷가 쪽으로 갔다. 기온이 꽤 올라간 주말 오후라 그런지 바닷가에도 잔디밭에도 사람이 많았다. 계속 집에만 있어서 이렇게 날씨가 좋은 줄도 몰랐네. 진작 바깥에 나와 바닷바람이라도 쐬었다면 별것도 아닌 일에 그렇게 짜증 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주 가끔! 친한 사람들과 와서 슬슬 산책하기도 하는데 남편은 거의 십 년만에 왔단다. 우리 숨 좀 쉬면서 삽시다.
집으로 곧장 가려다가 집 근처에서 타코 두 개랑 맥주 두 잔 시켜서 나눠 먹었다. 여기서 생맥주를 파는 줄도 몰랐네. 왜 이렇게 여유 없이 사는지... 앞으로 가출할 일 생기면 이리로 와서 한잔 하고 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