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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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문학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베스트 셀러 작가로 이름을 날린 작가가 있었다.

작년인가... 느지막히 그의 책을 읽었는데 다양한 인문학 교양 서적을 알게 된 보람은 있었으나 마치 그 책들을 읽으면 갑자기 유식한 사람이 되고 어려서 부터 아이들에게 읽히면 천재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영재로 키울 수 있다는 말이 좀 재미없었다. 그러다보니 인문학 서적을 읽기 쉽게 개괄적으로 집대성한 책에 관심은 가나 손은 가지 않더라.


무식도 털어낼 겸 마음의 양식도 쌓을 겸 읽고 싶은 생각은 간절한데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차에 각종 온라인 서점과 북플에 수시로 등장하는 책이 있었으니 채사장의 <열한 계단>이었다. 그래도 들은 건 있어서 그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알고 있었는데 그의 책을 검색해 보니 팟캐스트 방송과 똑같은 제목의 인문 교양서가 있었다. 그렇다고 덜컥 주문하기는 겁이 나서 도서관 카탈로그를 검색해 보니 오호! 어느새 이 나라까지 건너와 있더라.


분야별로 나누어 개념 위주로 설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곁들였다.

독자를 가르치거나 설득하는 류의 어조는 없다.

단지 그가 알고 있는 것을 독자가 접근하기 쉽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것 뿐.


혹자는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냐는 비판도 하는 모양인데 그러한듯 어떠랴.

그나마도 모르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수박의 겉모습만 보고 말 것인지 둘로 쪼개 맛까지 볼 것인지는 독자가 알아서 하면 그만일 일이다.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지적인 대화에 목말라 있거나,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복잡하다고 느끼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현실적 제약으로 독서할 여유가 없거나, 대학에서 교양 수업을 듣기 전에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싶거나, 미술관에 가면 무엇인가를 이해한 듯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거나, 가난하면서도 보수 정당을 뽑고 있거나, 정치는 썩었다고 습관적으로 말하면서도 뉴스는 사건 사고와 연예 스포츠 부분만 보거나,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불안하지만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 (프롤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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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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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

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

짧았던 사랑일수록 치열하게 다퉜거늘'


소설집 첫 머리에 나온 작가의 말이다.

그의 말을 빌어 간단한 감상평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짧은 글 우습겠거니 우쭐대며 덤볐다가

눈앞에 별보듯이 망치로 얻어맞네

짜앏은 소설일수록 치열하게 읽을것을


작가의 말을 내맘대로 도용한 되지도 않은 말이지만 딱 내 심정이다. 어떤 이야기는 은유적인듯 싶다가 또 어떤 이야기는 반어적이고 또 어떤 이야기는 눈물이 찔끔나게 우습다. 한 편에 길어야 세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짧디 짧은 소설들. 그러나 인간계에서 일어날법한 모든 이야기가 등장한다.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예를 들어, <낮은 곳으로 임하라>라는 작품의 경우는 '청년실업'이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촛불이 켜지는 순간>이다. 키워드는 부모 혹은 자식이라고 해야겠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니까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들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식상하게 '효도' 혹은 '효심'등의 단어는 언급하지 말도록 하자. 이런 키워드를 선택한 순간 이야기가 너무 평이해진다. 아무튼 여기에 실린 40여편의 이야기 중 가장 깊은 울림을 준 작품이라고 해야겠다.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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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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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열렬한 팬이다. 내가 알기론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소설책은 다 읽었을 거고 내가 소장한 그의 작품은 모두 침대옆에 딱 붙어 있는 나의 개인용 책장 맨 위칸에 일렬로 줄맞춰 전시되어 있다. 게다가 반복해서 읽은 유일한 소설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만큼 나의 편애를 듬뿍 받고 있는데......


그의 수필집은 좀처럼 재미가 붙지 않는다. 그의 책은 모든지 다 읽어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대체로 나의 독서 습관이 그러해서) 소설을 섭렵한 후 수필집으로 넘어 갔다. 아, 이런...... 글 잘 쓰는 작가는 모든지 다 잘 쓰는 줄 알았는데 뭔가 찜찜했다. 그 수필집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이게 대체로 일상에 관해 가볍게 쓴 책이었던 것 같은데 영 어색한거다. 서술식으로 써내려가다가 뜬금없이 독자를 향해 직접 화법을 구사하는 문장. 일본 작가들은 원래 수필을 이렇게 쓰나 부터 시작해서 수필이라고 막 쓰는건가 싶은 생각까지 혼자서 고민 많았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그의 수필은 나와 안 맞는다는거. 이렇게 생각하니 어찌나 마음이 홀가분 하던지.


<1Q84>의 어마어마한 돌풍과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신통치 않은 반응 이후 이렇다 할 작품 발표가 없어서 심심하던 차에 그의 여행 에세이가 나왔다고 해서(이것도 이미 작년의 일이지만) 눈길을 주던 참이었다. 사서 읽기 까지는 좀 망설여져서 선뜻 결심을 못 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갔다가 하늘색 말끔한 표지에 저자의 이름이 선명하게 쓰인 이 책을 발견했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작가라는 정평이 나 있어 새삼 기대를 하고 훑어 보았다. 여전히 그의 소설만큼은 아니지만 그리고 여전히 난데없이 독자를 향해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하지만 여행지가 신선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어서 읽을만 했다. 딱 여끼까지.


그나저나 여름이면 그의 새로운 작품이 번역되어 나온다는데 아직도 서너 달은 기다려야 할테니 은근히 조바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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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몬드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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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쓸때마다 저 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매번 고민하는데 간혹 생각할 것도 없이 이건 무조건 다섯개야 라고 책읽기를 끝마치기도 전에 정하게 되는 책이 있다. 어제, 오늘 읽은 이 책이 바로 그렇다.


감정 표현 불능증.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이런게 정말 있는가 싶은 정서적 장애로 알렉시티미아라고 한단다. 트라우마와 같은 경험적 원인에 의해 생길 수도 있고 선척적으로 감정을 관리하는 편도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 윤제는 후자의 경우다. 인간이면 누구나 느끼는 희, 로, 애, 락, 오, 욕의 감정을 느낄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인간.


지능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것 쯤이야 살아가는데 무슨 장애가 될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인간은 자고로 사회적 동물이라 했는데, 사회적 동물이라면 타자와의 관계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건데, 그 관계성의 핵심인 감정 교류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면? 


그런데 여기서 나는 다른 각도의 문제를 집어 볼란다. 세상엔 이런 장애없이도 도무지 감정 교류가 되지 않는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 멀리 볼 것도 없이 그게 안되서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신 분을 포함해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갖가지 이유로 감정 표현 불능의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 부분적으로는 나도 그런 사람축에 속하는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는데 예를 들면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것, 그것만해도 아이들의 감정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소통 불능 상태를 보여 주는게 아닌가. 사회 전반에서 이런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뉴스의 사회면을 덮는 온갖 종류의 사건, 사고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다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결국 소통의 문제이고 감정 표현 불능의 문제다.


소설에서 윤제는 결정적으로는 곤이와 도라, 간접적으로는 엄마와 할멈, 그리고 심박사와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변화한다. 그리고 그 반대의 역할도 한다. 선천적으로 작은 아몬드(편도체)를 후천적으로 키우는 경험이다. 그 과정은 윤제를 한단게 성장시킨다. 윤제의 성장을 따라가면서 가슴 속에 무엇인가가 하나 남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그러한 변화와 경험, 그리고 성장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은 물음이다. 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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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두에겐 행복할 권리이자 자유가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집단주의에 침몰되어 살아오느라 그것이 나의 권리인지도 자유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개인보다는 집단이 먼저인 사회. 그 안에서 살아 남으려면 낄때와 빠질때가 언젠지 눈치가 빨라야 한다. 우리를 위해 나 하나쯤이야 어떻게 되든 불평할 줄 몰라야 한다. 그러니 개인의 행복따위 운운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집단에서 개인을 분리시키는 시도를 하더니 우리보다 나의 존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간의 마음을 다독여주려는 심리학적인 접근법은 언제나 있었지만 유독 개인심리학 한쪽으로 편향되는 현상은 요 근래 몇년간 집중되는 것 같다. 아마도 개인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관심이 이러한 현상을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단주의의 역기능이 점점 더 심각해 지는데 언제까지나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 모두 용기를 내자. 노래 가사를 빌어 말하자면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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